UPDATED. 2024-04-19 09:13 (금)
기사 (503건)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㊱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융합교양학부)] 전쟁과 기술이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은 오래된 일이다. 사전적으로 전쟁은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해 싸우는 것으로 정의된다. 전쟁의 본질에 대해 널리 알려진 통찰은 19세기 프로이센 왕국의 군사 사상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사후에 출간된 『전쟁론』에 나온다. 이 책에서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란 다른 수단을 이용한 정책의 연장이다”라고 썼다.전쟁이 개시되기 이전까지 국가는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수단, 즉 외교와 경제적 압박·정보의 활용 등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먹혀들지 않을 때 그 외의 '다른 수단을 이용해' 의지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활동이 바로 전쟁이라는 것이다. 전쟁에 필요한 무력을 제공하는 핵심 가용 자원으로 기술이 활용됐고, 그 중요성은 근대 이후 과학적 지식이 기술과 결합하면서 더욱 증대됐다.물론 전쟁을 위한 파괴력은 인류가 기술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이루고자 하는 것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기술'이라는 말은 자연 상태의 물질에 인간이 개입해 변화시키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다양한 방법의 총칭이라고 대략 정의할 수 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4-19 09:11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㉟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생명과학부)] 현대 생물학은 19세기 중반 생물의 진화 방식을 발견한 다윈과 진화의 바탕이 되는 유전자의 행동 양식을 추론한 멘델의 혁명적인 업적에 기반해 태동했다. 20세기 중반 유전자의 화학적 성분인 DNA의 구조와 복제 기작이 밝혀지면서 생명에 관한 우리의 이해는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하게 됐다. 이제 우리는 지구상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생명 현상이 단세포 미생물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놀라운 공통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얼마나 다양한 특수성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즉 통일성과 다양성의 측면을 상당 부분 이해하게 됐다.최초의 생명체는 지구상에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을 대략 46억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의 생명체는 아마도 지구가 형성되고 2~3억 년 후, 안정된 수권(hydrosphere)이 형성된 시점인 43억 년 전부터 최초의 박테리아 화석이 발견되는 36억 년 전 사이의 기간에 출현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아미노산과 지방산·염기와 탄수화물 같은 유기물들이 만들어지고, 복제를 할 수 있는 폴리머(중합체)인 RNA와 DNA·물에 녹지 않는 소수성 지질·아미노산이 중합된 단백질 등 생명의 기본 재료들이 생겨난 후, 핵산과 효소 활성을 가진 분자들이 지질막에 둘러싸여 지금의 세포와 비슷한 원시세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4-12 10:04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㉜ 김회권 숭실대 교수(기독교학과)] 1990년대 초 소련 해체로 40년 이상 유지되던 동서 냉전 대결 체계가 붕괴되자 문명비평가들은 공산주의-집단주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가 확정됐다고 외치며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가 냉전 이후 세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세계 체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은 이런 낙관주의를 대변했다. 후쿠야마는 헤겔적 의미에서 세계가 '역사의 종말'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후쿠야마의 낙관론을 상대화하는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 충돌 가설이 등장했다. 소련과 동구권 공산주의 블록이 해체된 이후 공산주의 블록에 속한 역내 국가들 사이에서 한때는 공산주의적 억압 체제에 의해서 억제된 것처럼 보였던 민족주의적 갈등이 터졌다. 소련·유고슬라비아 해체 등으로 동유럽과 발칸반도에는 종교가 다르고 민족이 다른 나라들이 19세기형 민족국가 건국 열정에 사로잡혀 갈등하고 투쟁했다. 헌팅턴은 이런 사태를 목격한 후, 냉전 체제 대결을 대신할 문화적 정체성 갈등, 혹은 문명들의 충돌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3-22 10:24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㉛ 이찬웅 이화여대 교수(인문과학원)] 애초 제안받았던 강연의 주제는 ‘21세기 예술의 사조와 경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 강연의 주제를 삼기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어렵다고 생각됐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예술의 수없이 많은 장르를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미술과 음악, 무용과 영화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한 다룬다 해도 너무 추상적인 얘기가 돼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발표의 범위를 현대 미술 중에서 주목할 만한 몇몇 작품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하는 것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거리의 부재와 양식의 다양화에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이 강연 제목의 ‘21세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산술적인 표기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분기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이를테면, 역사학자들이 흔히 말하듯이, 2001년에 있었던 9·11 테러 사건을 기점으로 삼든지, 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을 기점으로 삼는 일 등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미술의 경우, 사정은 어떠하며, 어디를 기점으로 삼을 수 있는가? 다르게 표현하자면,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단절적으로 구분될 수 있는가?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3-14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