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0:05 (금)
 중국의 코로나 대장정을 지켜보며
 중국의 코로나 대장정을 지켜보며
  • 조대호
  • 승인 2023.02.07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대학은 지금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지난 12월 중순부터 중국 정부는 돌연 3년 동안 지속해 오던 방역정책을 완화했다. 중국연구에 싱크탱크로 알려진 서방의 저명한 중국 연구소만이 아니라 한국의 많은 대(對)중국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봉쇄정책은 전국적으로 동시에 해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해제되는 속도는 마치 백여년 전 청정(清廷)에 반대해 국지적으로 일어났던 신해혁명을 방불케 했다. 전광석화와 같이 완화된 방역조치는 마치 3년 동안 철통같은 고강도 방역에 지친 중국인들의 인내심을 대변한 듯했다.

신뢰성이 높은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적어도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나고 나서야 점차 방역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예상이 철저히 빗나가게 되자 중국인들은 급작스러운 완화정책에 대비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일반 중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최고위급 간부들의 중요정치공작회의(重要政治工作會議) 결석은 분명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것으로밖에 설명이 될 수 없다. 봉쇄 방역 속에서 ‘홍이대(紅二代: 혁명 원로들의 자녀)’ 역시 격리를 피해갈 수 없었던 현실을 반추해본다면 중국에서는 오직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방역 고강도 방역을 하던 때나, 이것이 해제된 이후에도 모두가 평등했다. 확실히 현재 중국은 서방의 여러 국가들에 비해 ‘평등사회구현’ 하나만큼은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의 통계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중국 내 전문가들은 약 11억 명이 감염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이 밖에도 하루 최고치로 약 700만 명의 인구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가 투명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1년 전 국제사회가 코로나 동란을 겪고 있을 때, 중국은 미국의 코로나 감염 수치를 시종일관 조롱하고 자신들의 방역 정책을 자찬했다. 현재 이와 같이 당당했던 중국의 모습은 어느 순간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사망자 수를 은폐하고 감염 사망자 수 통계를 포기해버리면서 수치에 대한 중국인들의 접근마저 박탈했다. 

필자는 약 3년의 기간 동안 중국에서 코로나 방역을 직격으로 경험해본 사람 중 하나다. 백신 접종을 강요하고, 모든 중국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1일 2회 핵산검사를 강제하는 등의 조치를 보고 아연실색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같은 철통 방역이 델타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기에 2년 동안 코로나로부터 안전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계속 변했지만, 중국의 방역 정책은 줄곧 같은 비과학적인 방법을 고집했다. 자칭 방역 총사령관이라 총서기는 무결(無缺)해야 했다. 그렇기에 그가 실시한 제로코로나 정책의 철회는 사전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지적인 시위와 지방정부의 재정악화 등의 요인은 예상을 뒤엎고 전술을 변경하게 만들었다. 방역총사령관은 한동안 언론 매체에 노출되지 않고 중남해에 칩거하면서 일체 전언을 내놓지 않다가 올해 신년사에서나 얼굴을 내비쳤다.

전국적인 완화가 실시되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올해의 춘절은 어느 때 보다 중국인들에게 각별했다. 방역 피로에 지쳐있던 중국인들이 이동 제한도 없이 부모, 형제, 친척들과 만나게 되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이 각종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중국도 점차 코로나 이전의 삶을 되찾아 가고 있다. 나 역시 모처럼 한국에 돌아와 두 나라 왕래에 격리가 모두 필요 없는 상황을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곁에서 3년 동안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름 모를 이들의 희생이 잊혀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영역은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