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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로 이주한 한인…‘금속·돌’에 새겨진 삶
당나라로 이주한 한인…‘금속·돌’에 새겨진 삶
  • 권덕영
  • 승인 2023.02.17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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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중국 금석문으로 한국 고대사 읽기』 권덕영 지음 | 학연문화사 | 416쪽

한국고대사 관련 중국 금석문 전수 조사
탐사작업 위해 중국 기행한 경험 녹여내

역사는 사료(史料)에 기반하여 존재한다. 사료에 근거하지 않은 역사는 이미 역사가 아닐뿐더러, 빈약한 사료로는 풍성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료 없이 역사 없다(No document, no history)”라 말한다. 

필자는 사료가 부족한 한국고대사 연구에 입문한 이래 늘 새로운 자료 탐색에 고심했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금석문 자료였다. 금석문은 문헌자료가 극히 제한된 한국고대사 연구에 각별한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한국고대사 관련 금석문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중 국내에 남아 전하는 금석문은 일찍부터 연구에 널리 활용되었으나, 국외 금석문은 그렇지 못하였다. 중국에 주로 소재하는 국외 금석문은 우리 역사와 관련 있는 자료가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내용 또한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종합적으로 정리, 분석해보면 의외로 새롭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비교적 소홀했던 국외 금석문, 그중에서 중국 당나라 금석문을 활용하여 한국고대사의 일부를 복원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전체 세 장(章)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장에서는 한국고대사 관련 중국 금석문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정리·소개하고, 일찍이 중국 금석문으로 한국고대사 읽기를 시도한 중국의 금석학자 뤄전위(羅振玉)의 『당대해동번벌지존』을 검토했다. 

둘째 장에서는 고구려 유민 고자(高慈) 묘지, 백제 유민 예씨(禰氏) 일족 묘지, 재당 신라인 이구부인경조김씨 묘지를 통해 삼국통일 전후 동아시아의 국제정세와 재당 한인 지배층의 동향과 활동 등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당대(唐代)의 각종 금석문을 활용하여 신라의 삼국 통일전쟁과 대당외교, 그리고 사회·문화교류사의 일부를 보완했다. 

마지막 셋째 장에서는 십수 년에 걸친 중국 금석문 탐사작업을 기행문 형식으로 정리, 소개하였다. 필자는 한국고대사 관련 중국 금석문을 찾아 중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특별히 이 장을 마련했다. 

 

금석문(金石文)은 말 그대로 철이나 청동 같은 금속성 재료에 기록한 금문(金文)과 비석처럼 석재(石材)에 기록한 석문(石文)을 합하여 일컫는 말이다. 사진=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 연구지식포털 

최근 몇 해 사이에 컴퓨터의 보급과 활용으로 국내외 한국고대사 관련 문헌자료는 물론 한국 금석문까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고대사 관련 금석문은 아직 체계적으로 조사, 정리되지 않았다. 문헌자료가 고갈되고 국내 신자료 발견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금석문에 대한 탐색은 한국고대사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일찍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던 필자는 지난 십 수년 동안 한국고대사 관련 중국 금석문을 대대적으로 조사, 연구하였다. 우선 중국 각지에 산재한 금석문의 현황과 보존실태를 파악하고, 이어서 한국고대사 관련 중국 금석문을 전수 조사했으며, 마지막으로 한국고대사 복원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재당 한인(韓人) 묘지를 종합적으로 정리, 번역, 주석하였다. 『재당 한인 묘지명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2021) 자료편과 역주편은 그간의 중국 금석문 탐사와 연구의 산물이다. 

사실 이 작업을 시작할 당초에는 자료편과 역주편에 이어 중국 금석문을 활용해 한국고대사 복원을 시도한 연구편까지 모두 3부작으로 구상하였다. 그러나 주어진 연구 기간 안에 연구편까지 마무리하기는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자료편과 역주편을 우선 출간하고 연구편은 후일을 기약했다. 이 책은 바로 훗날을 기약한 연구편에 해당한다. 이런 점에서 본서는 『재당 한인 묘지명 연구』의 자매편이라 할 수 있다. 

중국에는 아직도 발굴 혹은 발견되지 않은 한국고대사 관련 금석문이 상당수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추후 이러한 신자료를 찾아내 한국고대사를 꾸준히 보완해 간다면 우리 역사는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본서는 그러한 과업의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덕영 
부산외대 교수·한국고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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