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실증 연구로 조선시대를 재평가 하며 한국사 지평을 넓혀왔다. 특히 고인은 서울대 규장각이 소장한 10여년 동안 연구해 『조선왕조 의궤』(일지사, 2005)를 출간했다. 또한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경세원, 2007)과 『다시, 실학이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07)을 통해 실학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해석했다.
1938년 충남 서산군 해미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서울대 인문대학 학장, 서울대 규장각 관장,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했다. 1967년부터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고인은 평생 『조선전기사회경제연구』(을유문화사, 1983)부터 『허균평전』(민속원, 2022)까지 86권의 학술서를 집필했다. 옥조근정훈장(2003), 제2회 대한민국 문화유산상(2005), 제16회 수당상(2007), 제3회 경암학술상(인문사회분야, 2007), 민세안재홍 학술상(2012)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지난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한 적이 있다. 고인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문제점은 일제시대 이전을 황무지로 본다는 데 있다”면서 “근대화의 시초는 대한제국이 열어놨기 때문에 자생적 발전과정의 연장선장에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제를 통해 경제성장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종속변수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체성·자주성을 갖고 일제시대를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은 “가설이지만 식민지근대화론은 일본 보수파와도 연결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