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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목적 보상금’ 출판사 권리 침해 인정
‘수업목적 보상금’ 출판사 권리 침해 인정
  • 김봉억
  • 승인 2023.02.1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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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위헌 심판 제청’ 결정 

“(수업목적 보상금 제도에서) 출판권자의 권리를 제한해 발생하는 경제적 권익 손실은 장기적으로 출판물 확대·재생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정한 보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지난 15일, 저작권법에 따른 ‘수업목적 복제 보상금’제도가 출판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관련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저작권법 제25조 제1항부터 제5항까지는 학교교육 목적, 수업 목적, 수업지원 목적 등으로 저작물의 일부분을 자유롭게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제25조 제6항 보상금 조항에선 출판권자의 보상금 청구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출판계를 대표해 소송에 나선 도서출판 한올출판사는 지난 2020년 2월 4일 사단법인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옛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를 대상으로 수업목적 보상금 지급 소송과 함께 수업목적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출판권자를 배제한 저작권법 일부 조항(62조 2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판해 줄 것을 요구하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건물 전경이다.

재판부는 “저작권법 제25조는 저작재산권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며 “출판권설정계약이 이미 체결된 저작물의 경우 출판물 복제 등으로 인해 출판권이 침해되는 정도가 저작재산권이 침해되는 정도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미 저작재산권자는 해당 저작물의 복제 등에 관한 권리에 관해 보통 대가를 받고 출판권자에게 설정적 승계를 해 준 것으로, 오히려 저작재산권자에 비해 출판권자의 권리가 침해된 정도가 크다고 볼 여지도 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출판권자는 이에 대한 보상금에 대한 권리를 전혀 주장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은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기본권인 재산권으로서의 출판권을 제한하면서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 또는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지 못해 신청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출판계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에 관해 저작재산권자와 출판권자 모두의 권리에 제한을 가하면서도 저작재산권자에 대해서만 보상금 규정을 둘 뿐 출판권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규정된 신청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저작권법 제31조 제5항 도서관에 의한 저작물 이용의 경우, 학교교육 목적 보상금과는 달리 출판권자에 대한 보상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수업목적 보상권자로 출판권자를 배제하는 행위는 자의적으로 규정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외 사례도 명시했다. 2019년 개정된 유럽연합 저작권 지침은 출판자의 보상금 분배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독일은 2021년 5월 20일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출판권자의 보상청구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도 법령을 정비 중에 있다. 

출판계는 향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출판권자 등의 권리가 보호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시열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저작권법선진화추진위원장은 “출판사들의 권리가 확보됨으로써 출판문화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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