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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이슬람판 종교 백화점, 이집트의 매력 속으로
[글로컬 오디세이] 이슬람판 종교 백화점, 이집트의 매력 속으로
  • 모나 파루끄
  • 승인 2023.02.24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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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전략적 요충지인 북아프리카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이집트는 아랍·이슬람 세계와 중동을 이끌고 있는 국가다. 지배적인 종교는 이슬람교이고, 인구의 90%가 믿고있다. 이집트의 무슬림 인구는 다양성과 모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집트는 10세기 후반까지 파티마 왕조의 이맘 시아파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현재 이집트의 무슬림은 대부분 수니파이고, 시아파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로에는 여전히 시아의 중심이었던 파티마 왕조의 건축물이 남아있다. 역설적이지만 오늘날 온건 수니파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는 이집트의 종교 대학인 알아즈하르 모스크도 파티마 왕조의 건축물이다.

 

온건 수니파의 가르침이 녹아있는 이집트의 종교 대학 알아즈하르 모스크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이집트의 수니 무슬림들은 수피, 살라피, 무슬림 형제단, 그리고 소속이 없는 무(無)종파 무슬림 등으로 구분된다. 다양한 무슬림 그룹들은 교리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심각한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살라피의 극단주의자들은 수피 무슬림들을 이단으로 비난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들 집단 사이의 갈등 때문에 정치적 분쟁이 가중되기도 했다. 2013년 무슬림 형제단을 대표하는 무르시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는 무슬림 형제단의 지지자들과 다른 이집트인들 사이의 갈등이 내전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해지기도 했다.

이집트는 1882년부터 1954년까지 서구 열강들에 의해 점령되기도 했다. 이집트 사회 전반에 서구화된 문화가 확산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시절 이집트 사회의 중상류층에는 서구 유럽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음주 관습 등이 자리 잡았다. 당시 개봉된 이집트 영화에서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집트에는 언제나 전통적 이슬람 문화를 중시하는 무슬림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집트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1920년대는 이집트에서 가장 조직적인 이슬람 그룹인 ‘무슬림 형제단’이 등장했지만 이집트 사회는 이미 서구화돼버린 후였다. 적어도 일반 대중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반영하는 대중매체의 형편은 그랬다.

이집트 사회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전통적 이슬람 사회보다는 서구화된 유럽 사회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중동전쟁에서의 패배는 이집트 사회에 큰 충격을 줬으며, 무슬림들의 종교적 실천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무슬림들은 점점 더 종교 생활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의 극심한 경제 위기를 통해 수피즘의 관심이 부흥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경제 위기로 이집트의 중산층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국가에서 원정 노동자로 활동해야만 했다. 중산층의 종교적 신념과 생활 양식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고, 극단주의 세력인 살라피 집단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유럽과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도 많았다. 따라서 지난 세기말까지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었던 이집트 사회는 전통적인 무슬림 이외에도 이슬람 지식이 없는 무슬림을 포함한 다양한 무슬림 집단이 혼합하게 됐다.

수피 무슬림은 이슬람의 신비주의 분파를 대표한다. 이집트의 수피 그룹도 다양한 분파로 구성돼 있다. 수피들 중에는 노래나 시와 같은 형식으로 알라를 찬양하는 ‘지크르’라는 일종의 명상 의식과 같은 특별한 예배 방식을 행하는 분파도 있다. 수피 사상에 따라 신을 생각하는 데 집중하면서 반복적인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도는 수피를 수행하는 분파도 있다. 또한 종교 지도자의 무덤이나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가족의 무덤을 방문하는 관습을 고집하는 수피 무슬림도 있다. 

살라피를 비롯한 보수적인 무슬림들은 그런 관습을 따르지 않는다. 그런 이유 때문에 수피 무슬림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2017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위치한 알라우다 모스크 테러는 이집트 수피 무슬림과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한편, 이집트에는 무(無)종파 무슬림도 상당히 많다. 무종파 무슬림들은 말 그대로 특정한 분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무슬림들이다. 그들 중에는 종교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집트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사회이지만, 여러 면에서 다양성과 모순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이러한 사실이 이집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매력, 신비, 아름다움을 선사해준다.

 

 

모나 파루끄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북아프리카센터장·HK 교수

이집트 짜가찌그대에서 비교종교학·이슬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인을 위한 고급 아랍어 회화』(2017), 『아랍 비즈니스 용어 사전』(공저, 2021) 『지중해문명교류사전』(공저, 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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