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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學位 장사 … 학부보고서만 못한 논문 수두룩
사실상 學位 장사 … 학부보고서만 못한 논문 수두룩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6.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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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 특수대학원 난립으로 제살 깎아먹는 대학

“특수대학원 문제점이야 수두룩하죠.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잖아요.”

ㄷ대의 신 아무개 교수가 말하듯 특수대학원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짧은 기간 우후죽순처럼 설립되고, 그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다보면 애초 존립 이유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 3월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원개선팀이 내놓은 ‘대학원 교육관련 참고자료’에 따르면 2000년도부터 2004년도까지 특수대학원의 수는 1백50개교가 늘어났다. 2000년 6백42곳, 2001년 6백87곳, 2002년 7백27곳, 2003년 7백70곳, 2004년 7백92곳이었다. 특수대학원의 대폭적인 증가는 사립대가 주도해, 2000년 사립대 특수대학원은 5백25개교였으나, 2004년에는 6백59개교로 모두 1백34개 증가했다. 즉, 지난 4년간 늘어난 특수대학원 중 89.3%가 사립대가 설립한 것이다.

특수대학원, 4년 동안 150개교 설립돼

특수대학원 학사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 이상 숨길 일도 아니다. 예컨대 ㅅ대 행정대학원에 다니는 최 아무개 변호사처럼 한 학기에 두 번 출석하고서도 버젓이 B학점을 받아가는 사례는 양반에 속한다.

물론 최근 들어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는 출석을 강화하고 상대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하게 학사관리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수가 대필 보고서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는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3년 전 50만원을 받고 ㄱ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어느 기업 임직원의 중간 보고서를 대필해준 적이 있다는 ㄱ대 김 아무개 씨는 “그 다음 학기에 또 다른 ‘고객’을 대신해 똑같은 보고서를 동일한 교수에게 제출했지만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ㅇ대 교육대학원에서는 논문 주심을 시간강사가 맡기도 한다. 이 대학에 지리학과가 없다는 이유로 ㄱ대 지리학과 시간강사가 논문 주심이 되는 것. 강사의 실력여부를 떠나 전임강사도 아닌 이가 논문 주심을 맡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불쾌하고 있었다.

이런 현실은 근본적으로는 특수대학원의 모호한 정체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르면 특수대학원은 ‘직업인 또는 일반 성인을 위한 계속 교육을 주된 교육 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하지만 ‘전문직업분야 인력의 양성에 필요한 실천적 이론의 적용과 연구개발을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전문대학원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특수대학원이 설립된 분야 대부분이 전문직업분야인 것을 감안한다면 말장난에 불과해 보인다. 또 각 대학에 설립된 평생교육원과도 별 차이가 없다.

특수대학원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헷갈려한다. 차이를 물어보는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머뭇거리며 ‘학위 과정의 차이’라고 답변했다. 특수대학원에서는 석사학위 과정밖에 없지만 전문대학원은 박사학위 과정까지 설치할 수 있다는 게 두 대학원의 정체성을 판가름 짓는 요소라는 것이다.

특수대학원이 전문대학원과 평생교육원 사이에 어정쩡하게 걸쳐있으면서 대학과 교육 수요자 사이에서는 묘한 거래가 성립됐다. 대학 입장에서는 전문대학원보다는 ‘쉽게’ 가르치면서도 돈을 벌 수 있고, 학생입장에서는 돈만 있다면 ‘쉽게’ 배우고 학위도 얻어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ㅇ대 행정대학원에서 수업을 맡았던 김 아무개 교수는 “내 수업만 해도 청와대 사무관, 소규모 기업체 사장, 지역신문 사장, 경찰간부, 기초의회 의원 등이 있는데 전문지식에 대한 갈망도 있지만, 정계진출을 위한 학력세탁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연예인 언론대학원 입학시켜 대학홍보

ㅈ대 언론대학원은 또 다른 사례. 언론인이나 기업체 홍보실 직원 정도만이 입학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인기 연예인이 자주 입학하는 대학원으로 유명하다. ㅈ대에서 강의를 했던 김 아무개 교수는 “인기 연예인이 입학해 대학을 홍보하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도권의 ㄱ대 언론대학원 역시 초창기에 당시 인기 영화배우였던 강 아무개 씨를 입학시키며 호텔에서 정기적으로 조찬강연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인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부터 ‘직업인의 재교육’이 들어 설 자리는 없고, ‘늙은 학생’들의 진학 이유가 불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굴지의 통신업체 홍보실에서 근무하는 어느 관계자는 “언론대학원이나 경영대학원 진학이유가 공부보다는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대학들이 특수대학원의 취지를 망각하면서 무책임한 학위 논문이 남발됐다. ㅈ대 교육대학원 논문 중 김 아무개 씨가 제출한 ‘도덕과 수업의 평가에 관한 연구’의 경우, 34편의 참고문헌 중 선행연구 정리 차 참조할 수밖에 없는 학위논문이 단 한편도 없었다. 문제는 학부생의 보고서만도 못한 이 같은 학위논문이 소수가 아닌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부수적인 영향이지만 특수대학원에 전임강사급 이상의 인력이 거의 배치되지 않은 채 부실하게 운영되면서 일반대학원 교육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ㅅ대 정 아무개 교수는 “교수 한 명이 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까지 포함해 30명 정도의 학생을 지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반대학원 학생까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대학 측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선 기자 dreame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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