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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통한 실무수업, 3無 장착했던 코로나 학번을 깨우다
영상 통한 실무수업, 3無 장착했던 코로나 학번을 깨우다
  • 한수연
  • 승인 2023.03.0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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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⑳ 한수연 상지대 교수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현장과 밀접한 질문을 제시했다. 사진=한수연

팬데믹 2년 만에 대면으로 만난 학생들은 다소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 학번이라고 알려진 일부 학생들은 무기력, 무반응, 무책임의 3무(無)를 장착하고 나타났지만, 대면 수업을 절실히 희망했던 학생들은 학기 초부터 뜨거운 학구열을 보였다. 이들의 온도 차를 메우는 동시에 학업의 동기를 학기 말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면 교수법의 역량을 더욱 키우고,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수요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포스트코로나 시대 수업 방식은 이전과 달라져야 했다. 다시 만난 우리는 밀도 있는 소통부터 시작해야 했다.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고 학습자-교수자 간의 촘촘한 연결을 위해 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팀 프로젝트에서는 온·오프라인믹스 블렌디드 러닝뿐만 아니라 플립드 러닝, PBL 등 혁신적 교수법 의 장점만 골라서 제공하는 융합 교수법을 적극 활용했다.

영상으로 자극하고 현장 상상

항공서비스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항공 여객, 화물, 안전·보안, 지상직’ 등 항공산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항공운송산업 개론’과 ‘항공안전·보안’ 등의 실용 학문을 수강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수업에서 플립드러닝을 활용한 덕분에 학생들은 이 수업 방식을 잘 따라왔다. 먼저 지난 수업내용을 간단히 복습하고, 본 수업에 관련된 영화, 다큐멘터리, 뉴스 등 10분 안팎의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10분 동안 멍하니 시청하지 않도록 유의해서 볼 장면을 먼저 설명했다. 예를 들면 항공 관련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터미널」 등을 시청하기도 하고, 난기류 및 기내 감압에 대해 보도한 국내·외 항공 뉴스를 보여주며 전공 지식과 연결했다.

학생들에게 현장 관련 영상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현장 상황을 떠올리고 적절한 대응까지 고민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한수연

영상을 본 소감을 파트너와 얘기하도록 하면서 영상을 통한 주요 메시지와 수업 목표를 연결했다. 수업 목표는 ‘기내 화재 시 운항승무원에게 보고하는 사항 4가지를 설명할 수 있다’ 등과 같이 행동 동사를 제시하여 주요 개념을 기억하도록 하게 했다.

수업 흐름 7~10분 단위로 설계

잠자는 강의실을 깨어나게 하는 게 우선이었다. 지난 2년간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10분 이상 지나면 강의실 여기저기서 몸을 비비 꼬며 힘들어했다.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이 시청 지속 시간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편집을 하는 것처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수업 흐름은 7-10분 단위로 끊어서 다양하게 세팅했다.

학생들의 참여와 협업을 유도하기 위해 ‘서로 설명하기, 소그룹 미션, 시험문제 내기, 토론’과 같은 능동적 활동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폭발 위험이 있는 리튬배터리를 허가 없이 운송한 국내 항공사에게 과징금 90억이 부과된 것에 대한 찬반 토론’ 등과 같이 사회적 이슈를 기반으로 하여 찬성과 반대 의견을 다양한 근거와 함께 토론하도록 했다. 비대면 수업에서 하기 어려웠던 능동적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이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능력과 소통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론 수업을 잘 준비해서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동영상 강의나 화상수업 녹화본을 통해 나의 교수법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었고, 단순한 티칭이 아닌 밀착형 코칭에 더 힘써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플, 최소한의 가이드 제공해야

이론 중심에서 현장 밀착형 수업을 위해서 팀 프로젝트(이하, 팀플)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사회에 나가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사회로 나가기 전 마지막 교육기관인 대학교는 소통과 협업을 진하게 경험할 기회였다. 그러나 팀플을 하다 보면 갈등이 생기는 팀이 있다. 무임승차하거나 ‘잠수 빌런’이 나와서 팀플을 위한 성과는 사라지고, 상처만 남는 경우도 있다. 갈등이 없는 관계가 어디 있겠나? 갈등을 풀어보려는 과정이 학점보다 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고, 이는 인사담당자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경험이 아닌가? 자기소개서 내용뿐만 아니라 면접 답변도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팀플의 주제를 항공산업에 달라진 보안 및 방역 분야 등을 배경으로 선정하였다. PBL의 한 예는 ‘10년간 항공 안전·보안사고 사례를 중심으로 사고들이 왜 반복되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현재 항공 안전·보안 관리 경향을 제시하여 미래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팀플이 처음인 학생들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특히 팀플 과제의 목표와 실행 요소들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어야 했다.

학생들과 교수가 카페에서 팀플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한수연
학생들과 교수가 카페에서 팀플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한수연

성장을 위한 강점 위주의 피드백

MZ세대가 MBTI로 자신을 정의하는 숨은 의도는 자신의 강점을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이며, 능력을 발휘한 것에 격려받고 싶다는 것이다. 피드백은 고쳐야 할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활용해 인정해주는 동시에 성과를 내도록 피드포워드(feedforward, 미래 방향)까지 동시에 전달하는 것이다. 특히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학생들의 태도에 대해 물개 박수로 격려하였고, 쓴소리가 필요할 때는 피하지 않았다. 특히 개인의 성장과 팀플의 성공을 위해 진정성 있게 피드백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은 네이버밴드, 구글독스와 콜라비 같은 협업툴을 활용해서 교수도 중간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팀플 과정에서의 교수 피드백뿐만 아니라 동료 피드백 시간을 통해서도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료간에 기여한 점과 배운 점을 서로 격려해주면서 팀플 성과에도 탄력을 받았다. 또한, 팀플을 하다 보면 감정적 교류나 소통의 문제가 있지만 팀원들 간에 어떤 불만과 바램이 있는지를 솔직하게 나누는 교정적 피드백으로 서로 조율하는 과정도 거쳤다. 코로나 학번에게는 팀플이 처음이었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의 강점을 발견하고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

한수연 교수는 학생들 간 생산적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피드백의 원칙을 만들어 공유했다. 사진=한수연
한수연 교수는 학생들 간 생산적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피드백의 원칙을 만들어 공유했다. 사진=한수연

창의성과 협업이 우수한 팀은 학회 공모전에 출전하거나 학과 학술제 때 전 학년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는다. 학생 시절의 이러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그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자유가 주어진 캠퍼스 일상에서 진짜 배움을 통해 세상과 나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가는 것이야말로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 본다.

처음 만난 코로나 학번은 무기력하게 보였다. 낯선 교육 환경에서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기력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시작된 팀플과 강점 위주의 피드백 과정으로 변화되는 보면서 관심과 사랑은 동기부여의 최고의 무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교육이란 들통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일’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해주는 티칭이 아닌 강점 위주의 피드백을 주는 코칭으로 학생들과 만나고자 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의설문 내용. 사진=한수연
학생들이 제출한 강의설문 내용. 사진=한수연

 

한수연 상지대 호텔항공관광경영학과 교수

한수연 상지대 호텔항공관광경영학과 교수

상지대에서 항공경영, 서비스경영 등을 연구하고 있다. 「Air Transport Fundamentals 항공운송기본」, 「항공사경영론」, 「항공운송의 이해」 등을 저술했다. 2021학년도 상지대 강의평가(학생 상호작용분야) 우수교원으로 선정되었으며, 2022학년도 미래융합학회 ‘스마트교수법’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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