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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과 AI의 동행, 이제 시작이다
고등교육과 AI의 동행, 이제 시작이다
  • 교수신문
  • 승인 2023.02.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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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강재 논설위원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강재 논설위원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변화를 수용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자. 말은 그렇지만, 사실 두렵다. 개학을 앞두고 준비도 안 되어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가져올 교육 현장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번 겨울 누구를 만나더라도 화두는 단연 생성형 AI였다. 그동안 인터넷, 스마트폰, 메타버스 등의 큰 변화를 보았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이세돌이 은퇴를 선언했을 때 AI의 영역이 어디까지일지 걱정했다.

지금의 언어처리 AI와 또 다른 멀티모달 AI에 의해 다양한 채널을 동시에 학습하고 사고하는 것도 등장하였다. 그런데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지만, 갈수록 마음이 착잡해진다.

변호사 시험이나 의사 시험을 통과할 수준이라고 한다. 질문하는 수준에 따라 답변의 수준이 달라지고 학부생 수준의 보고서를 충분히 쓴다고 한다. 인터넷과 검색의 발달로 단순한 지식 전수나 문헌 해독 중심의 교육은 종언을 고할 것이라고 한다. 상상력과 창의력, 사유 능력에 의한 글쓰기 등을 중시하는 인문학 분야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 또한 곧 무너질지 모른다. 신학기 강의에서 중간보고서를 어떻게 할지가 화급한 고민이다. 단점으로 몇 가지가 지적되었다. 최신 정보의 부족, 표절, 차별적 내용 등의 윤리적인 문제도 그렇고, 잘못된 정보와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그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것은 해결되고, 어떤 것은 끝내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의 놀라움에서 최근 활용법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교육 현장에서 금지한다고 학생이 사용하지 않을 것도 아니다. 학생이 사용한 흔적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다면 금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높여주고자 한다면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층 더 높은 수준을 만들어내도록 요구해야 한다. 학생들 스스로 사유하고 올바른 질문을 구성하도록 하는 능력을 배양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AI가 이미 일상으로 들어온 거대한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그것을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며 동행하자는 것이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본격적인 진검승부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학생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교사의 역량과 교육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다만 현재의 고등교육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이 걱정이다. 교사와 학생이 더 많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AI보다 더 깊은 사유가 배양되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교사의 열정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AI와의 동행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만 한다. 장기적으로 시스템 변화를 촉진시켜 안착시키는 방향으로 혁신하려면 더 많은 교육 투자는 필수적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효율과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정책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올해 고등교육특별회계를 통해 대학에 대한 재정투자를 늘렸다고는 하지만, AI의 도전 등 변화된 환경과 미래 지향적인 고등교육을 생각하면 여전히 미봉책일 뿐이다. 고등교육 현장에서 AI와의 동행은 이제부터 정말 시작이다.

이강재 논설위원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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