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4:05 (토)
교육부, ‘대학규제 제로화’는 빈말이었나
교육부, ‘대학규제 제로화’는 빈말이었나
  • 김봉억
  • 승인 2023.02.27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과 침공’ 빌미로 입시정책 변경 강요
지난 11일 대학입학 관계자 간담회를 열어 ‘문과 침공’ 개선책을 요구했다.  사진=교육부

교육부가 이른바 ‘문과 침공’ 방지책을 마련하라며 ‘고교교육 기여대학’ 평가지표를 변경했다.  문과 침공’을 해소한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2023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은 대학이 대입전형의 공정성을 높이고, 학생·학부모의 입시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제도다. 

올해는 2022~2024년까지 진행하는 3년 단위 사업의 두 번째 해로, 지난해 선정된 91개 대학의 실적과 향후 계획을 평가해 575억 원을 차등 지급한다. 지난해 실적과 2024~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평가한다. 올해 연차평가 지표를 변경해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는 전형(학생부/수능) 운영’에 10점을 배정했다. 고교학점제 대비를 위한 ‘고교 선택과목 및 성취도 평가 반영 계획’(5점)을 대체한 것이다. 

새 평가지표 도입은 ‘미적분/기하, 과학탐구 응시’ 같은 이공계열 학과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수능 필수 응시과목 폐지, 탐구영역 변화표준점수 통합산출 등 문·이과 통합형 수능 취지에 맞도록 대입 전형을 운영하는지 여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우수(20%), 보통(60%), 미흡(20%)으로 등급을 나눠 대학을 평가한다. 미흡에 해당하는 대학의 사업비 20% 내외를 감액해 그만큼 우수 대학에 지원금을 더 준다. 대학마다 평균 2억5천만 원에서 7억 원을 받는다. 

이 사업에는 16개 서울 주요 대학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이공계열 학과의 수능 수학·탐구영역의 필수 응시 과목을 폐지하는 대학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고3이 되는 학생이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은 지난해 4월에 마련됐다. 오는 4월에는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공개한다. 최근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자연계열 지원자에게 요구하던 수능 필수응시 영역 제한을 2024학년도 입시부터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로 했다. 대입전형 시행계획 사전예고제에 따라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3 학생들에게는 입시요강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날벼락 같은 일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대학입학 관계자 간담회를 열어 ‘문과 침공’ 개선책을 요구했다. 이 장관은 “통합 수능은 문·이과 구분을 폐지한 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도입했지만, 대입에서는 문·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했고, 교육개혁을 위해 ‘대학규제 제로화’를 강조했다. 대학 학사운영에 손을 떼겠다는 교육부가 지원금을 앞세워 시시콜콜 대학입시 정책을 강요하는 구태를 서슴치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이공계 대학의 입시 요강에 미적분/기하, 과학탐구 영역을 수능 필수 과목으로 했기 때문에 ‘문과 침공’이 일어났다는 교육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문과 침공’의 정체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대학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