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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허무는 과감한 혁신 요구하는 글로컬대학
‘벽’ 허무는 과감한 혁신 요구하는 글로컬대학
  • 강일구
  • 승인 2023.03.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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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기획처장 대상 설명회 가져
오는 2027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글로컬대학’의 밑그림이 나왔다.

오는 2027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글로컬대학’의 밑그림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전국대학의 기획처장을 대상으로 글로컬대학 설명회를 가졌다. 대학은 4월 말까지 ‘과감한 혁신’ 방안과 대학조직 혁신 방안을 담은 5페이지 분량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가 이날 전국대학 기획처장들에게 요구한 것은 과감한 혁신이었다. 글로컬대학 사업 신청을 위해 대학은 대학조직 혁신방안을 필수로 제시해야 한다. 교육부가 정한 필수사항은 △대학 안팎, 대학 내부(학과, 교수)의 벽을 허무는 대학 △과감한 대도약을 위한 혁신 추진체계 운영 △지역혁신을 위한 산학협력 허브 역할 △대학의 운영 성과와 지역사회 기여도의 투명성 공개다. 

교육부는 기획처장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사업의 취지에 대해 대학혁신모델 발굴과 파급력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또한, 기존에 글로컬대학을 설명하며 제시됐던 정원 조정이나 통폐합, 도립화 등은 필수가 아니며 대학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2040년에 입학자원이 급감하기 때문에 대학이 정원을 감축하지 않겠다면 정원감축 없이도 입학자원 급감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교육부는 언급했다. 또한, 일반대와 전문대, 사이버대 등이 통합할 때도 단순 통합만으로는 선정이 안 된다며 통합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혁신 범위에 대해서는 CK사업 때와 같이 특정 학과가 아니라 대학 전체 모습이 혁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학과, 혁신 단과대학을 만들더라도 5년 후에는 그 결과가 어떻게 대학 전체로 이어져 변화될 수 있는지 대학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5페이지의 예비지정 신청서에는 혁신 방향과 걸림돌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걸림돌 해결에 함께할 것이라며, 다만 걸림돌 해결이 법규 개정 등으로 인해 어려운 경우에는 차후 문제가 해결 가능한 시점에 재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전에 1개교당 1천억 원으로 소개됐던 사업비는 예비신청서를 받아본 후에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도 했다. 여러 대학이 통합되는 경우 사업비가 1천억 원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전에는 글로컬대학을 올해 10개 지정하는 것으로 했으나, 혁신모델로 내세우기 어려운 경우 5개 정도만 선정할 수 있다고 했다. 지역마다 1~3개 선정예정이나 혁신성이 미흡한 경우 한 개도 선정이 안 되는 지역 또한 있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교육부는 4월말 예비지정 신청을 받은 뒤 글로컬대학위원회를 통해 10여개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6주간 대학이 지자체, 지역산업체와 공동으로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뒤 대학이 제출한 실행계획에 대해 지자체의 검토의견과 투자의견 등을 작성해 교육부에 제출하면 글로컬대학위원회가 본지정을 할 계획이다.

기획처장들, “글로컬대학 사업 구조조정보다는 대학 미래 염두”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 설명회에 참여한 기획처장들은 사업이 구조조정에 목적을 두었다기보다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지역 소멸이란 위기에 대해 공감하며 사업 도전 의지를 내비췄다.

이번 공모에 도전하겠다는 사립대 기획처장 A는 “교육부가 혁신의 방향은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 교육부도 혁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대학이 알아서 방안을 내놓으면 그 중에서 우수한 것을 뽑겠다는 것”이라며 “의학계열이 지역 어디에 있든 계속해서 신입생 모집에 문제가 없듯, 대학이 사업에 선정되면 5년 후 학생과 학부모가 그 대학이 혁신에 성공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원을 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게 교육부의 목표”라며 혁신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교수신문>과 통화한 한 기획처장은 30곳을 선정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자기 대학이 포함되느냐 못 포함되느냐에 따라 대학 간 격차가 급속히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국립대 기획처장 B는 교육부가 설명회 때 예시로 든 그르노블-알프스 연합대학,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독일 미텔슈탄트 대학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그간 우리사회에서 흔히 생각했던 대학의 모습에서 과감히 벗어난 대학의 모습을 교육부가 설명회 때 소개했다. 혁신 방향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이 정도의 혁신을 해야 한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라며 글로컬대학 사업 참여 의지를 보였다. 교육부가 소개한 그르노블-알프스 연합대학은 국립연구소와 국립대, 일반대간 연합을 형성한 사례다. 텔아비브 대학은 학제 간 벽을 허문 융합연구대학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됐고 미텔슈탄트 대학은 현장전문가를 교수로 임용하고 지역기업이나 사회를 위한 연구프로젝트에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사례로 소개됐다.

사립대 기획처장 C도 글로컬대학 사업 성격에 대해 “현재 제도나 법률 틀 안에서 말고 정말 혁신의 그림을 그려보라는 취지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립대 기획처장 E는 글로컬대학의 사업의 성격을 “혁신 기준을 교육부에서 정하지 않겠다고 들었다. 대학을 혁신하기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과 같은 성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현실상 독특한 대학이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수요자들이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은 그런 수요를 대학이라는 공급자가 만들어 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혁신을 하는 데 있어서 교육부의 지원에 대한 진정성 또한 기획처장들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처장 D는 “재정지원 등의 문제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힘들다고 하면 교육부는 방법을 내놓을 수 없는 부처다. 구조적으로 대학 지원에 제한이 있다. 그러나 교육부 내에서도 ‘교육부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기획처장, 지역 간 선정 놓고 의견 갈려

기획처장들은 글로컬대학 사업 설명을 통해 교육부의 의도는 파악했으나 명확한 혁신 기준과 몇 개의 대학을 선정할지 알 수 없기에 사업의 유불리를 놓고 생각이 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교육부가 “글로컬대학을 지역마다 1~3개 선정예정이나 혁신성이 미흡하면 한 개도 선정이 안 되는 지역이 있을 수 있다”라고 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기획처장 D는 “혁신적이지 않으면 선정을 안 하겠다는 단서가 있지만 지자체별로 1~3개씩 뽑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는 지자체별로 적어도 1개씩을 선정한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라며 “울산에는 대학이 1곳, 대구에는 2곳 경북에는 22곳이 있다. 지역에 위치한 대학 수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립대 기획처장 B는 “지역 안배는 공식적으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특정 지역에 있는 10개 대학이 모두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사립대 기획처장 C는 사업대학 선정을 결정하는 글로컬대학위원회의 전문성에 대해서 우려했다. 그는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은 지역상황도 잘 알아야 하고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교육부가 의도하고 있는 방향을 잘 이해한 사람이 내정돼야 한다”라며 “(예비지정에 합격해 추후 6주간 실행계획 등을 수립해도) 일단 예비지정 때는 5쪽짜리 신청서만 보고 평가한다. 혁신의 그림만 본다는 것이다”라며 “지역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과연 위원회가 이를 얼마만큼의 비중과 방법을 갖고 평가할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기획처장 D는 “글로컬대학위원회가 정성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지역마다 차이가 모두 크기 때문에 선정대학 수를 현재의 30개에서 더 늘려 사업을 보편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로컬대학 선정을 노리는 대학 간 치열한 경쟁만이 아니라 선정이 힘든 대학 간 합종연횡도 있을 것이라 했다. 사립대 기획처장 E는 “글로컬대학을 총 30곳 선정하는데, 지방대 입장에선 30곳의 의미가 크다”라며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주변 대학이나 지역과 연계를 해야 하니, 사업에 선정이 힘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대학은 선정대학과 손을 잡을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속도 빠른 것 맞지만, 3년간 선정이니 괜찮아”

글로컬대학 사업의 추진 속도에 대해서 기획처장들 간 목소리도 갈렸다. 국립대 기획처장 F는 “추진 속도가 빠른 것은 맞다. 그러나 내년에 학령인구가 3만 명이 줄어든다. 대학들이 그간 입학정원을 줄이는 데 있어 소홀했던 측면도 있다. 과연 대학에게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대학이 준비할 것도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기획처장 D는 “혁신 모델을 한 달 안에 만들어서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 달 연구하고 지자체와 협의해서 내놓으라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사립대 기획처장 E는 “우리 대학은 최근 3년 사이에 지표가 계속 안 좋아지니 학내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크다. 설득력 있는 방향만 제시되면 바뀌는 데 옛날보다 어렵지 않아 보인다”라며 “글로컬대학은 3년간 선정한다. 1년 차 때 바로 구성원들이 동의하기는 힘들었지만 구성원들이 30개 대학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큰 만큼 합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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