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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간섭· 수능 한계…대학 자율권 사라져”
“교육부 간섭· 수능 한계…대학 자율권 사라져”
  • 강일구
  • 승인 2023.03.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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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제4차 2028 대입 개편 전문가 포럼 개최 
“교육제도 개편 때 대입 대학의 목소리 들어야”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

미래 대입전형과 수능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 등 학생의 성장과 맞춤형 교육에 주안점을 둔 만큼 대학도 교육목표와 방향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적 권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27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제4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은 대학의 입학전형 운영의 자율권을 강조했다.

조 입학처장은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유가 교육부의 2019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 등의 정책으로 인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은 입시제도의 취지가 학생의 종합적인 성취를 고려해 평가하자는 것이었는데, 교육부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 처장은 “2022학년도에 교사추천서가 폐지됐다. 2024학년도에 자기소개서가 폐지된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글자 수도 계속 줄었다”라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학생의 모든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처장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대학이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고교학점제와 수능의 한계 때문이다. 조 처장은 수능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비전을 담아내기에 제한적인 평가 틀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고정된 시점에서의 평가로 성장과정에 대한 평가의 어려움 △개인별 교과 설계에 따른 자기주도성·창의성 평가 반영 제한 △새로운 맥락에서 학생의 문제해결 능력 판단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더 구체적으로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로 인해 대학 입장에서 어떤 학생이 들어올지 알 수 없어서 학과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조 처장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문과침공’이 대표적인 예다. 수학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능 수학 난이도 차이가 교차지원이 가능한 자연2 계열의 모집단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조 처장은 “수학 미적분/기하, 과학탐구를 택한 학생들은 가산점을 받는다. 교차지원 모집단위의 인원수를 보면 당연히 자연계열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2021학년도에는 수리 나형이 가형과 비교하면 많이 쉬워 나형을 선택한 인문계열 학생들이 가산점을 받지 않고도 대거 교차지원으로 대학에 합격했다”라며 “수능의 선택과목 난이도에 따라 모집단위에 들어오는 신입생의 계열이 급격히 바뀐다. 대학 학과(부)는 교육하는 데 있어 학생 특징이 바뀌니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수능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도 다른 전형에 비해 떨어진다고 했다. 2022년 기준 학생부교과를 통해 입학한 학생과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의 평균평점은 모두 3.5점이었으나 수능은 3.0점이었다. 2021년과 2020년도 마찬가지로 수능의 평균평점은 다른 두 전형의 평균평점보다 낮았다. 또한, 2022년 전형별 신입생의 중도탈락률은 수능이 5.4%로 가장 높았으며, 학생부교과(2.2%), 학생부종합(0.6%) 순으로 나타났다. 조 입학처장은 “어떤 선택과목을 택했느냐에 따라 점수가 바뀌는 것은 수능에 내재한 문제다. 큰 틀에서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처장은 2021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나온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선 및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통해 수능의 역할과 형태 변화에 대한 공감대도 알려져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에 응답한 고교 교사, 교육부와 교육청 관계자, 대학교수 등 1천379명의 47.9%가 수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38.9%는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가장 부합하는 대입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며, 대학의 자율적인 학생선발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 처장은 “다양한 전형요소들이 계속 폐지됐다.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골치 아프니까 없앤 것이다”라며 “현 학생부종합전형 자체는 개정 교육과정과 잘 맞지만, 평가요소들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목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조 처장은 학생모집 비율에서도 대학 자율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가 2019년 입시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을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한 것을 가리켜 한 말이다. 조 처장은 “학생을 모집하는 비율은 대학의 자율권이었는데, 이것을 교육부에서 강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고교 교육제도의 설계에 대학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게는 다른 교육 주체들이 만들어놓은 교육제도를 대입 전형에 잘 반영하라고 마지막에 부른다. 이렇게 되면 대입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들 때는 대입 전형을 설계하는 대학관계자를 불러 고민을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총 네 차례에 걸친 전문가 토론회를 마무리하고 상반기 안에 2028 대입개편 시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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