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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갈등, 김마르다와 이그레이스를 떠올리다
간호법 갈등, 김마르다와 이그레이스를 떠올리다
  • 김경화
  • 승인 2023.03.06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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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신미양요(1871년) 때 미국 군함에 몰래 승선해 밀항한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가 있었다. 미스터 션샤인! 주인공 유진 초이는 그 당시 떠오르던 세계 강국 미국의 일원으로 구한말 억압과 관습의 전근대 사회에 햇살처럼 나타나서 ‘근대성’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양반, 평민, 천인 등 조선의 민중들과 ‘의병’의 길을 걷는다.

이 드라마는 소위 ‘성공한 드라마’로 국민들의 ‘K-컬처’에 맞는 감성과 흥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이 땅에서 전근대성을 극복한 조금은 다르지만 유사한 사례를 발견한다면 어떨까.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닌가 한다. 그 주인공은 김마르다와 이그레이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학교는 1903년 캐나다 출신의 간호사 마거릿 에드먼즈가 여성전용 병원인 ‘보구녀관’(普救女館, 1887년 설립)의 부속기관으로 설립한 ‘간호원양성소’이다. 이 곳은 한 해에 1천명 넘는 환자가 몰려들 정도로 매우 성황을 이뤘다고 하는데, 메타 하워드, 로제타 홀 등 의료선교사들이 간호인력의 부족으로 ‘환자를 감당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간호사 양성은 당시 현실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신분차별과 남녀차별이 극심한 시대상에 비추어 여성의 사회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더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회적, 개인적 어려움과 맞선 6명의 여성들이 입학했고, 1908년 2명의 조선 여성이 졸업해서 ‘간호원’이 되었다. 그 두 사람이 바로 ‘김마르다’와 ‘이그레이스’이며, 이들이 우리나라 최초의 ‘정식’ 간호사라고 할 수 있다. 

김마르다는 남편에게 심하게 폭행당해 보구녀관으로 실려 온 여성이었다. 그녀는 ‘꺾이지 않는 마음’과 의지로 간호사가 된 뒤 평생을 서울과 평양 등지에서 간호사를 양성하며 어려운 형편의 어린이들을 도왔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이그레이스는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주인집에서 버림받은 노비였다고 한다. 그 또한 보구녀관에서 치료를 받고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이후 간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이그레이스는 독립운동가인 이하영 목사와 결혼하고 함께 독립운동에 투신하였으며, 후에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의사로서도 활동하였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사 2명이 모두 ‘숭고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전근대의 어둠과 신산한 삶을 극복하고 개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근대성의 상징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은 당대의 편견과 부정적 시선,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참으로 힘든 삶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한 것이며, 그들의 담대하고 선구적인 발걸음을 따라 이 땅에 전문적인 직업으로서 ‘간호사’가 정착했다. 현재 보건복지통계연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매년 2만 여명 이상의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고, 한국의 면허 간호사 수는 약 46만 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해부터 간호법과 관련한 논의가 뜨겁다 못해 과열되고 있다. 2023년 2월 현재 의료법과 분리된 ‘간호법(안)’이 국회에 회부되어 있다. 아마 이후 통과 여부에 따라 많은 사회적 갈등이 분출될 우려도 크다. 대한간호협회로 대표되는 간호사들 대부분은 이 법안에 찬동하고 있다. 그들은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간호업무의 범위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환자·지역 주민·국민들의 보편적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들은 이 법안에 커다란 우려를 가지고 있고 강하게 반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간호사의 업무범위나 한계에 대해서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존의 의료법과 동일한 내용으로 그 내용이 수정보완되었으므로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조정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독립된 간호법안이 시행됨으로 인해 의료법상 의료인 이외에 보건의료인력들이 ‘직역의 침해’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바도 작지 않다고 판단된다. 이 우려가 잦아들도록 법률 시행시에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반드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회적 분열상을 어떻게 해야 할까?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한간호협회도 그렇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한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 단체들도 마찬가지로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당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그 곳은 의사·한의사·치과의사도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그리고 이외에 모든 의료영역 종사자가 함께 상생하고 행복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곳이 맞는지요?”라고. 
 
지금으로부터 500여년전 마키아벨리는 당시 군주와 교황이 재물 앞에서 존엄을 상실하고, 귀족과 평민도 분열과 파벌로 점철한 이탈리아의 시대상황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통찰하였다. 그는 공화정에 대한 사상을 집대성한 저서 『피렌체사』에서 “분열만큼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없다”고 일갈했다. 간호법 논쟁과 관련해서 의료인과 의료영역에 종사하는 많은 직역이 서로 분열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겹치지 않는가?

절차를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앞으로도 법안의 시행과 함께 부작용을 파악하고 다시 법적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마저도 서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답답한 마음에 ‘챗GPT’ 생성 AI에 한 번 물어보는 것도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간호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떠나서, 어떤 법률이라도 법률 자체가 ‘절대 정의’나 ‘절대 선’을 표상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법은 타협의 산물이며, 제약된 시·공간에서 상대적 합리성을 일부 담보하려는 불완전한 도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법률 그 자체 또한 지속적 성찰의 대상이 된다. 지금도 계속되는 법률의 제·개정과 위헌법률심판 등이 바로 그것을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과 정부, 국회 등 정치권은 시민들의 미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의료영역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개혁하기 위해서 보건의료인력을 포함한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민의의 플랫폼’에서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개혁방안 마련과 시행을 위해 담대한 마음으로 지속적인 논의와 타협을 할 필요가 있다.

당리당략이나 직역 이기주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지양하고 서로 포용하고 상생하여야 함을 당사자와 관계자들이 반드시 명심하기를 바란다. 이들이 소통과 협력,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간호법(안)’ 시행 여부 결정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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