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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복제, 사후 단속에서 ‘사전 예방’으로…에듀테크 시대 ‘저작권 교육’ 강화를”
“불법 복제, 사후 단속에서 ‘사전 예방’으로…에듀테크 시대 ‘저작권 교육’ 강화를”
  • 김봉억
  • 승인 2023.03.0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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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 출판 저작권이 위태롭다⑤ 인터뷰_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

3월 개강 맞춰 한 달간 온·오프 집중단속
온라인 불법 스캔본 유통 집중 모니터링

 

‘저작권 침해’ 사전 교육으로 예방하자
이북 서비스, 불법 복제 크게 줄일 것

 

디지털 시대 맞춰 ‘종합대응시스템’ 구축
저작권 보호 활동 정보, 실시간 통합관리

한국저작권보호원(원장 박정렬, 이하 보호원)은 3월 개강에 맞춰 한 달간 현장 집중 단속에 나선다. 특히 이번 단속은 코로나19로 인한 불법 교재의 온라인 유통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합동으로 추진한다. 전국 600여 개 대학가 복사 업소와 140여 개 셀프 스캔방 뿐만 아니라, 웹하드 사이트와 중고품 거래 플랫폼,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불법 교재 스캔본(PDF 파일) 유통 역시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 권고 조치할 계획이다. 

단속이 어려운 ‘디지털 불법 복제’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호원은 저작권 침해 대응 전략의 큰 축을 ‘사후 단속’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 갈 생각이다. 박정렬 보호원 원장은 “새로운 학습 콘텐츠의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사전 교육을 통해 예방하자”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원장은 “학술출판도 E-Book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면 불법 복제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보호원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춰 맞춤형 대응을 위한 종합대응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인지하고 심의, 시정 권고, 접속 차단 등의 조치까지 침해 대응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원화한다. 내년에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저작권 보호 활동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된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보호원 원장실에서 박 원장을 만났다. 

박정렬 원장은 2022년 9월부터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을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 실장과 해외문화홍보원 원장, 국민소통실 실장, 대변인, 미디어정책관 등을 지냈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정책학 석사를 했다.

△ 새 학기가 되면 ‘불법 복제’ 문제가 고질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법 복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계십니까. 
“대학가 불법 복제 문제는 출판 저작권 침해 차원을 넘어 윤리성에 기반을 둔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우리가 지식을 ‘공부’가 아니라 ‘학문’으로 맞이하게 되는 곳입니다. 외우고 문제 푸는 공부에서 해방돼 탁월한 사상과 생각, 이론을 접하고 자극을 받으면서 정신적인 것들의 힘, 가치를 깨닫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그런 대학에서 지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체들이 타인의 학문적인 노력이 집약된 저서와 교재를 가볍게 여기고 아무렇지 않게 불법 복제한다는 것은 참 서글프고 걱정스러운 현상입니다. 아무리 경제 논리와 편리함을 든다고 해도 말이지요. 

점점 더 심해지는 교재 불법 복제로 학술출판 생태계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면 후학들은 어떻게 될까요? 보호원은 앞으로도 대학가 출판 저작권 침해 대응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지만, 이러한 단속과 감시가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권한 미비, 디지털 불법 복제 등 단속의 한계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나 대책이 있는지요. 
“불과 1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챗GPT가 요즘 세계적인 화제입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비단 출판물뿐 아니라 문명과 문화를 향유하는 양태도 계속해서 변화하겠지요. 더 이상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불법 복제물을 단속하고, 온라인상에서 불법 콘텐츠를 일일이 찾아 반복적으로 삭제하는 방식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작권 침해 대응 전략의 큰 축을 ‘사후 단속’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원은 불법 복제물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만큼 이용자의 저작권 보호 인식을 높여 스스로 저작권 보호를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도 저작권 인식 개선의 흐름이 보입니다. 얼마 전, 수업 목적으로 책 내용을 복사한 경우 출판권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수업목적 복제 보상금' 제도(저작권법 62조 2항)의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지요. 법이 사회 변화를 반영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보호원은 올해 저작권 관련 단체들, 그리고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하여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저작권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홍보 콘텐츠 개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굿 다운로더 캠페인’과 같은 국민 참여 기반의 장기 캠페인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 에듀테크는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콘텐츠 활용과 관련한 저작권에 대한 고려나 인식 개선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에듀테크는 교육이 당면한 문제를 IT 기술로 풀어보려는 시도로 현재 매우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작권 보호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논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학습 콘텐츠의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사전 교육을 통해 예방하자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외 저작권법과 정책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콘텐츠 이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나가는 추세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는 만큼, 교육자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하는 방법과 저작권의 중요성, 법적인 책임 등을 필수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에듀테크를 활용해 기존의 출판물 불법복제 환경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불법 CD와 불법 MP3파일로 얼룩졌던 음악 콘텐츠 시장이 합리적인 구독료 기반의 편리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합법 이용이 주류를 이루게 된 것처럼 기술을 이용한 환경개선이 출판저작물 소비문화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학교재와 학술출판도 E-Book 기반의 서비스 제공을 통해 합리적인 구독료를 내고 이용 기간 동안 필요한 부분만 볼 수 있게 하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해나간다면 불법복제율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디지털 불법 복제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저작권 보호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보호원 설립 초기에 전반적인 저작권 침해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발맞춰 적기에 맞춤형 대응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도 너무 빠르고 콘텐츠 장르별 주 향유층과 저작권 침해 양태 역시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보호원은 현재 신속하고 체계적인 종합대응시스템을 세 단계에 걸쳐 단계별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종합대응시스템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침해를 인지하고 심의, 시정 권고, 접속차단 등의 조치까지 일련의 침해 대응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원화하여 원스톱으로 신속히 대응하는 시스템입니다.

지난해 최신 기술을 반영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고, 올해는 국내외 판례와 심의사례, 저작권 침해 실태 등 침해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기반의 통계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국민 누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국민 정보제공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내년에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저작권 보호 활동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되기 때문에 침해유형별로 효율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시스템을 활용한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한 축인데요. 종합대응시스템의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을 보호원뿐 아니라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의 기관과 공동으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정보와 데이터를 시스템으로 즉각 공유해 기관을 초월한 강력한 저작권 보호 기반을 형성해나가는 것이지요.”

△ 저작권을 보호하는 일은 결국, 소비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콘텐츠의 발전 측면에서도 저작권 인식 개선은 절실합니다. 
“종(種)으로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영혼’이고, ‘영혼’은 ‘문화’와 ‘문명’을 통해 드러납니다. 저작권은 이 문화와 문명을 받치는 기둥입니다. 매우 자연스럽고 중요한 권리이고, 반드시 존중하고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법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보호의 대상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창작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의 재능과 헌신을 쉽게 복제하고 소비하는 것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큰 파장을 가져옵니다. 결과적으로 문화와 문명이 설 수 있는 기반을 흔드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식과 기술, 콘텐츠 기반의 현대 사회에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한국 문화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종(種) 카테고리 안의 ‘국가’와 ‘민족’ 차원에서 보아도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과 책임이 더 커진 것이지요. K-콘텐츠 열풍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부심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 정치적 측면에서는 소프트 파워 행사라는 큰 과제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 전성기를 지키고 우리 콘텐츠 산업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작권 보호는 더 이상 거창한 이야기도,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닙니다. 합법 영상물을 감상하고,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며, 콘텐츠 활용 전에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이라면 효도 라디오, 대학생이라면 전공서 불법복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도 해당되겠지요. 수준 높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을 지키는 일에 모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한국저작권보호원은]
K-콘텐츠 해외 불법 복제 대응 주력…저작권 권리자 지원 사업도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은 저작권법에 의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16년 9월 설립됐다. 저작권 침해 대응과 사전 침해 예방이 주요 업무다. 

약 360여 명의 온라인 모니터링 요원이 온라인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불법으로 전송되는 저작물을 적발하고 저작권 보호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법 복제물의 삭제와 게시자에 대한 경고 등 시정 권고 조치를 한다. 또한 권리자를 대상으로 침해 사실을 공지하거나 보호원에 보호를 요청한 저작물에 대해서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와 협업해 즉시 삭제조치하기도 한다. 물론 오프라인 상의 침해 역시 불법 복제물을 발견하면 수거해 폐기 조치하고 있다. 첨단 포렌식 증거분석 기술을 활용해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의 과학수사를 지원하는 업무도 한다. 

저작권 침해 사전 예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작권 보호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활동과 저작권 보호 기술 연구와 개발,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법률 컨설팅도 한다. 특히 해외에서 저작권 침해가 이슈화되면서 해외 사무소를 통해 현지에서 국제 저작권 보호 협력체계 구축에도 힘쓴다.

보호원은 다양한 ‘저작권 권리자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콘텐츠에 저작권 보호 기술(워터마킹, 포렌식 마킹, DRM, 필터링 등)을 이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법률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는 직접 찾아가 저작권 보호 법률 컨설팅을 제공한다.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예방과 분쟁 해결에 필요한 비용을 이용권으로 지원하는 ‘해외 저작권 바우처 지원 사업’도 계속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보호원은 K-콘텐츠의 해외 불법 복제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 콘텐츠 산업 수출액이 124억 달러(약 14조 3천억 원)를 돌파했다. 문제는 높아진 인기만큼 해외에서 우리 콘텐츠를 무단으로 복제해 유통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보호원은 우선, 국가별 현지 언어로 불법 유통되는 우리 콘텐츠의 침해 정보를 신속히 수집해 대응하기 위해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스페인어 등 ‘언어별 저작권 침해 정보 수집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디지털 불법 복제 국제 공조 사업’도 올해 주요 계획 중 하나다. K-콘텐츠 불법복제 사이트들은 국내 단속을 피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운영자 또한 외국에 체류하는 경우가 많다. 운영자 검거 등 실효적 대응을 위해서는 국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한 수사가 필요하다. 

‘저작권 보호 ODA 사업’도 강화한다. 박정렬 보호원 원장이 지난해 11월, 동남아 3개국(태국, 필리핀, 베트남) 출장길에서 필요성을 절감해 구상하게 됐다. 특히 태국 왕립 경찰청 고위간부는 저작권 침해 범죄를 수사하는 자국 경찰들에게 저작권 인식 개선 교육과 최신 수사 기법을 전수해줄 것을 직접 요청해오기도 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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