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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평생 소득세 면제’…놀라운 헝가리 출산정책
[글로컬 오디세이] ‘평생 소득세 면제’…놀라운 헝가리 출산정책
  • 이하얀
  • 승인 2023.03.0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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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인구 절벽이 본격화돼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10명 중 3명이 노인이 되고 2070년에는 전체 인구수가 3천766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145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각 지자체도 앞다퉈출산보조금을 확대해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실정이다.

유럽연합 또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더불어 중동부 유럽 국가의 인구감소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인구의 감소는 노동 가능 인구의 부족 현상을 가져오고, 이는 곧 경제 불황으로 이어진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노동 인구의 부족으로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성장 동력이 꺼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각 중동부 유럽 국가는 출산장려를 위해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특히 헝가리 정부가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9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인구는 줄고 있다. 20년간 헝가리 인구 약 57만 명이 감소했다. 또 2004년 헝가리의 유럽연합 가입 이후 서유럽으로의 두뇌 유출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헝가리는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인구감소를 해결하는 대신 반이민 정서를 바탕으로 한 순혈주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파격적인 출산 지원정책이 성공을 거 두고 있다. 사진=헝가리 정부 홈페이지

실제로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015년 세르비아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난민들을 막기 위해 150km에 이르는 난민 장벽을 세웠다. 난민에 대해서는 이렇듯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낮은 출산율과 인구감소는 국가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위기의식 아래 적극적이며 실용적인 출산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빠, 엄마,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개념은 오르반 정부가 추구하는 저출산 정책의 기조이다. 다민족 국가가 아닌 헝가리에서는 가족이 국가를 완성하는 가장 작지만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2019년 2월 헝가리 정부는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 평생 소득세 면제, 미래 아기 대출, 대출이자 면제, 자동차 구매 비용 지급, 보육 시설 신설, 주거비 보조, 국영 시험관 시술 기관 무료 지원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의 실질적인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현금 지원으로 출산율을 높인다는 발상은 오르반의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도 오르반 총리는 연간 헝가리 전체 GDP의 5%를 출산 정책에 사용하면서, 출산 장려정책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인구감소 추세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돈’ 뿐이다”라고 말하며 대응했다. 

2019년 11월, 헝가리 중앙 통계청은 놀랄만한 통계수치를 공개했다. 2019년 9월, 기준 전년 동기간 대비 혼인 건수가 20% 이상 증가했다. 이는 1989년 체제 전환 이후 최고 기록이다. 반면 이혼율은 2010년 67%에서 2018년 33%로 감소했다. 오르반 총리의 이른바 ‘가족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성공한 것이다. 또한, 헝가리 정부는 가족의 탄생이 자연스레 출산율을 높여줄 것이라며 정책효과에 고무됐다.

2021년 제천시는 헝가리의 파격적인 출산 지원정책을 모델로 ‘3쾌(快)한 주택자금 지원 사업’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제천 시민이 결혼 후 5천만 원 이상 주택자금을 대출한 경우, 첫째 출산 시 150만 원, 둘째 출산 시 1천만 원, 셋째 출산 시 4천만 원의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유럽연합의 회원국 중 출산율을 회복한 북유럽 국가와 프랑스 사례를 살펴보면 GDP 대비 직접적인 저출산 예산 비중과 출산율 사이에서는 양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헝가리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은 아닐지라도, 비효율적인 정책을 없애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적합한 적극적인 정책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이하얀
한국외대 EU연구소 연구교수

불가리아 국립 소피아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 대 EU연구소 인문사회연구사업단의 연구교수이다. 「중동부유럽 국가의 공산체제 전환과 청산과정에 대한 연구: 불가리아 사례를 중심으로」 (2022) 등 논문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유산』(2022) 등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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