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5:35 (토)
[글로컬 오디세이] 드론, 선택 아닌 필수…이스라엘·이란 대리전의 상징
[글로컬 오디세이] 드론, 선택 아닌 필수…이스라엘·이란 대리전의 상징
  • 성일광
  • 승인 2023.03.17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컬 오디세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사실상 보이는 전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혁명수비대나 시아파 민병대 공격 사실을 시인하며 이란에 공개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을 늦추고 역내 이란 대리조직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전쟁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에서 농도 84%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결국 핵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의심하며 필요시 핵시설 공습도 불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예멘의 후시 반군,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전쟁이 드론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고, 향후 중동 지역 분쟁에서 드론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년 이스라엘과 이란과 이란의 대리조직 간의 드론전이 꾸준히 격화돼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공격형 드론 ‘MQ-1 프레데터’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비국가단체와 국가들이 전투에서 가성비 높은 드론을 선호한다. 
미래 전쟁의 핵심은 드론전이 될 것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이란은 또 역내 헤게모니 유지와 이란 핵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드론을 활용해 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1970년대부터 이미 무인기(UAV) 개발에 나섰고,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에서 초기 형태의 UAV를 사용했다.

이후 1982년 레바논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드론을 이용한 정보 수집에 이용했다. 2001년 이스라엘
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공격형 드론 ‘MQ-1 프레데터’가 활용됐다. 이란은 1980년대 UAV 개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11년 록히트 마틴사의 RQ-170 센티넬, 2012년 보잉사의 인시투(Insitu) 스캔 이글을 탈취·분해해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스라엘은 카타나, 프로텍터, 씨 스타, 실버 마르린, 스틴그레이 같은 무인 잠수정과 헤론, 하롭, 하르피, 스카이락 같은 무인기를 이미 개발 완료하고 이들을 개량하고 있다. 이란은 샤헤드, 아바빌 같은 자폭 드론의 실전 테스트를 완료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이란이 드론과 순항 미사일 운용 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사건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회사 아람코의 아부 카이크와 쿠라이스 시설을 공격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사우디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고 정확히 목표를 타격하면서 이스라엘은 물론 역내 걸프 국가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은 예멘의 후시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 드론 공격을 해오고 있다. 후시는 2015년에서 2021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430발의 탄도 미사일과 851기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드론이 활용되는 이유는 첫째, 저렴한 비용이다. 많은 비국가단체와 국가들이 가성비 높은 드론을 선호하는 것은 극히 상식적이다. 둘째, 드론은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다. 작은 크기와 저공 비행으로 레이더망을 피해 비행할 수 있다. 끝으로 드론의 뛰어난 정보 수집 능력과 최근에는 자살 드론의 파괴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과 10월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의 드론 생산 시설을 공습한 바 있다. 이란은 시리아 내에서 드론을 생산해 시리나 시아파 민병대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가자 지구의 하마스에 공급하려고 한다. 이란은 드론뿐만 아니라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보유하고 있는 로켓이나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는 GPS 장치를 생산해 유도 무기를 개발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스라엘은 작년 지중해 소재 타마르와 레비아단 가스전을 공격하려는 헤즈볼라의 드론 3기를 격추시킨 바 있다. 이란과 후시는 드론을 이용해 아라비아해와 오만해를 지나는 적성국 선박을 공격한 바 있다. 이란의 드론 산업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지난해 5월 이란은 타지키스탄에 드론 공장을 세우고 아바빌-2 드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또 역내 대리 조직들이 직접 드론을 생산할 수 있도록 드론 공장 건설을 지원해오고 있다. 하마스는 이미 드론을 활용해 이스라엘 영공을 침투한 바 있고 헤즈볼라는 드론 공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이란 그리고 이란의 대리조직 사이의 미래 전쟁은 드론전이 될 것이다. 중동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제 드론이 전쟁 양상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만큼 이제 드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무기가 됐다. 우리 정부의 관심과 투자, 기술개발이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도 드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