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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인류세’ 유령이 광대한 지질시대에 자리 잡을까
떠도는 ‘인류세’ 유령이 광대한 지질시대에 자리 잡을까
  • 김재호
  • 승인 2023.03.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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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인문학자가 본 인류세 쟁점
최덕근 서울대·김기봉 경기대 교수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에 떠돌고 있다. 인류세라는 유령이” 김기봉 경기대 교수(사학과)는 ‘과학자·인문학자가 본 인류세’ 특집 기고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인류세가 인류 생존과 문명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모든 논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담론의 주도권은 지질학자들의 손을 떠났다”라고 적었다. 김 교수는 인류세 관련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지구 역사와 인간 역사를 통합하는 깊은 역사”와 “물질적 전환을 통해 모든 것의 기원을 빅뱅까지로 소급해 거의 모든 지식을 연결하는 빅히스토리”를 강조했다.

 

왼쪽부터 최덕근 서울대 명예교수(지질학)와 김기봉 경 기대 교수(사학과)

인류세는 기후재난·환경위기가 심해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에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1933~2021)이 인류세를 공론화시켰다. 크루첸은 오존층 파괴 원인을 규명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18세기 후반 본격화 한 산업혁명으로 수권·기권·생물권의 환경이 위기에 처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인류세는 공식 인정된 개념이 아니다. 지질학자인 최덕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류세 관련 두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첫째, 1만 년보다 짧은 단위의 지질시대는 지질학의 범주를 벗어난다. 둘째, 100년도 안 되는 인류세의 국제표준층서단면·점을 퇴적층에서 정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지질시대의 경계는 ‘특정한 지역의 특정한 단면에서 특정한 층준(層準)’인 국제표준층서단면·점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지질연대표 중 신생다이다. 아직 공식 인정되지 않은 '인류세'는 신생대 제4기에서 논의 중이다. 이미지=위키백과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국제지질과학연맹 사무총장 스탠리 피니는 인류세가 지질학자들이 “정치적 진술”을 하는 방법이 되었다고 우려했다. 그는 광대한 지질학적 시간 안에서 인류세는 일시적인 순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류세는 광범위하게 기록해 온 지구 역사의 한 시기이다. 특히 인류세워킹그룹의 일원이자 캐나다 브록대의 지구 과학자인 마틴 헤드는 인류세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정치적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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