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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을 바꿔놓은 러시아 인지심리학자
아동학을 바꿔놓은 러시아 인지심리학자
  • 배희철
  • 승인 2023.03.24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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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말하다_『레프 비고츠키』 르네 반 데 비어 지음 | 배희철 옮김 | 살림터 | 296쪽

사회적 구성주의 관점에서 종적인 연대기 고찰
문화역사적 이론의 기원·현대심리학 영향 분석

이 책에서 다룬 인물인 레프 비고츠키(1896~1934)는 인지심리학자로 아동학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 그의 일생은 불꽃 같다는 말이 적합할 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 왔는데 특히 그의 ‘근접발달영역’과 ‘신형성(neoformation)’이라는 개념은 그의 이론 중 핵심적 개념으로 이를 통해 그의 아동학이 더욱 빛을 발휘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서구 쪽 학자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교육계에서 그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이 책의 번역 역시 비고츠키를 꾸준히 연구해온 결과다. 아울러 이 책의 저자 역시 비고츠키의 연구를 지속해온 사람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그는 이 책에서 비고츠키의 이론이 실제 교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의 번역은 비고츠키 연구서 중 독보적인 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오랜 시간 암암리에 연구자들에게 알려져 온 국내 유일의 비고츠키 전기로 절판됐던 책을 살려내 달라는 요청이 많은 책이었다. 러시아 학자라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책은 1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국내의 비고츠키 연구를 하는 이들에게는 한국어로 된 책 중 필독의 리스트에 오르곤 했다. 결국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그만큼 이 책이 아직도 비고츠키의 이론·생애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는 뜻이다. 

이 책은 국내의 비고츠키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이론과 생애를 알 수 있게 해주는는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비고츠키에 대한 방대한 자료 조사나 각종 연구 또는 해박한 지식을 통원하여 책을 썼고,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을 비고츠키의 생애 속으로 끌어들일 힘이 있다. 역자 역시 나름대로의 해설로 힘을 보내서 독자들의 비고츠키 이해를 도왔다. 그만큼 이 책은 비고츠키 연구의 훌륭한 입문서로 추천할 수 있다.

 

레프 비고츠키는 러시아 인지심리학자로서 아동학부터 현대심리학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진=위키피디아

이 책을 강하게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그의 37년 생애를 균형 있게 소개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비고츠키의 본격적인 10년에 걸친 연구 과정을 체계적으로 조망한 책도 이 책이 처음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비고츠키를 알고자 하는 연구자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 또한 여러 분야를 통해 저술된 책이기에 좀 더 다양한 독자들의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비고츠키의 관심사가 무척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그의 전기를 쓴 르네 반 데 비어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명예교수(역사교육·아동학) 역시 그런 사람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계속 강조하다시피 국내 독자들이 읽기 쉬운 책이다. 저자는 사회적 구성주의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는데 그렇기에 이제껏 국내에 알려진 비고츠키의 여러 연구에서 보이는 단편적이고 편협한, 그래서 읽기에 어려움이 있던 연구물들보다 좀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비계, 근접발달영역, 사회적 상호작용, 언어를 통한 매개 등을 유기적으로 설명해내는 저자의 서술은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특히 책 속에서 원서의 추천사를 통해 볼 수 있는 엘레나 그리코렌코의 말처럼 반 데 비어의 종적인 연대기적 관점은 비고츠키의 전기로 시작해서, 서구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초기 저작을 탐구하고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이론의 기원을 조사하고, 근접발달영역이라는 개념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문화 심리학에 대한 비고츠키 사상을 제시하고 현대 심리학에 끼친 영향을 요약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비고츠키의 교육에 대한 공헌과 그의 작업에 대한 개관에 덧붙여 저술에 드러난 고등정신기능과 문화적 도구 같은 개념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기에 더욱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고츠키의 교육에 대한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는 한정된 교육이론으로 구성되었던 교육계에 유연함을 주었다. 이 책의 출간으로 비고츠키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배희철
퇴계초중학교 교사·비고츠키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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