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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는 어떻게 주류가 됐을까
극우는 어떻게 주류가 됐을까
  • 김선진
  • 승인 2023.03.23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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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 카스 무데 지음 | 권은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84쪽

경제적·정치적 위기에 득세하는 극우주의
저임금 노동자가 확대로 반정치 정서 만연

역사가 퇴행하고 있다는 신호는 세계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극우 정치세력의 세계적 확산이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극우 정당은 정치 연정에서도 제외되었고, 비주류 세력으로서 중앙 정치 무대로 나서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0년을 정점으로 세계 각국의 집권 정치권력은 서서히 극우화되고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극우 정당들이 주류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브라질 등 아메리카뿐 아니라 영국‧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극우 세력은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세력화됐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다섯 나라 중 세 국가(미국‧브라질‧인도)에 이미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당인 인도인민당 역시 우익 포퓰리즘 성향이다. 유럽연합에서는 덴마크‧폴란드‧헝가리‧튀르키예에서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이 다수당이다. 최근에는 유럽의회에서도 우익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극우세력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극우의 정당 정치 무대 등장은 2차 대전 이후 보편적 정치체제로 자리잡아 온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난 20년 동안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으며, 이의 회복을 위해 세계적인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극우의 세계적 확산이 21세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인 이유는 극우의 이념이 혐오와 차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극우가 득세하는 이유와 대응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카스 무데 조지아대 교수(국제관계학)의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The Far Right Today)이다. 저자는 지난 25년간 유럽과 북미의 포퓰리즘, 이슬람 혐오, 인종주의적 극단주의 등을 연구한 극우 연구의 권위자로 신뢰할 만하다.

 

이 책의 저자인 카스 무데 조지아대 교수(국제관계학)이다. 저자는 지난 25년간 유럽과 북미의 포퓰리즘, 이슬람 혐오, 인종주의적 극단주의 등을 연구했다. 사진=위키피디아

파시즘‧포퓰리즘‧뉴라이트‧반지성주의‧타민족혐오‧민족다원주의‧성차별 등 다양한 현상으로 촉발된 극우주의는 경제적·정치적 위기가 찾아왔을 때 더욱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 극우주의는 이른바 극단적 인종차별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파시즘이나 외국인 혐오‧민족주의‧이민 배척주의‧이슬람 혐오증 등 차별과 혐오를 바탕으로 형성된 이념들이다.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및 2015년 유럽의 이슬람 이주민 사태는 세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극우주의가 확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한 노동 계층의 붕괴, 저임금 무산계급인 프레카리아트(precariat)의 양산, 하루 벌이를 고민하는 사회적 약자계층의 확대로 인해 이들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좌절로 반정치 정서가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도 문제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요컨대, 이와 같은 복합적인 이유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조직적으로 그다지 변변치 못한 극우 세력과 도널드 트럼프로 대표되는 우익 포퓰리즘이 세력을 얻는 전환점이 됐다. 책이 서술된 2019년 이후에 발생한 세계적 사건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세계적 우경화 흐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극우를 이끄는 조직 중 2000년대 이후 가장 핵심적인 조직인 ‘미디어’는 SNS, 우익 언론 웹사이트‧블로그‧뉴스 등으로 범죄‧부패‧이민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언제든 지지자들을 선동할 수 있는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재하에서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무기로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며 테러와 같은 폭력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반(反)민주주의적이란 점에서 사회적 위험성이 심대하다. 특히 이들은 소수민족‧이민자‧난민 등 외국인이나 페미니스트‧동성애자‧좌익‧여성 등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치세력화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선 안 된다. 우익 포퓰리즘 정치세력들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정치적 평등과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의 본질을 거부하고, 소수의 인권과 법치, 삼권분립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와 가치에 근본적으로 도전한다.

극우의 확산에 대응하는 궁극적인 방법에 대해 저자는 극우와 싸우는 것이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결국 극우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러시아 등 공산독재와 함께 앞으로 세계는 지금보다 더 극우화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치에 면역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는 저자의 언명처럼 극우화의 위험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3.1절에 대놓고 친일파가 되겠다거나, 일장기를 게시할 정도로 극우가 용감해지는 현실을 구성원 모두 결코 강 건너 불 보듯 해선 안 된다.

 

 

 

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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