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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북한의 고등교육②대학 입학 제도, 대학생되는 세가지 조건
[연재기획]북한의 고등교육②대학 입학 제도, 대학생되는 세가지 조건
  •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 승인 2001.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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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14:59:38
한만길 / 한국교육개발원·선임연구위원

일반적으로 대학의 학생선발 제도는 전통적으로 소수 정예의 선발 제도를 추구하면서 산업과 지식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대학교육이 대중화되면서 대중적 선발제도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대학교육의 성격은 소수정예의 지도자를 선발하여 양성하는 방식에서 점차적으로 대중들에게 보다 많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대중 지향적 선발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하려면 먼저 추천을 받아야 한다.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추천을 받으려면 추천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추천 조건은 고등중학교 성적, 정치사상성, 학생의 출신 배경에 의하여 결정된다. 가장 중요한 입학추천 조건은 역시 고등중학교 성적이다. 모든 고등중학교들에서는 졸업 전 학교별로 여러 번 시험을 치러 등수를 매긴다. 등수에 따라 그 학교에 배당된 대학추천권 수에서 우선권이 부여된다. 성적순위를 매기기 위한 시험은 학교별, 또는 구역(군)별로 이루어진다.

학생의 정치사상성은 고등중학교 시절 학생의 조직생활, 도덕품성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 학생의 조직생활과 개인생활에서 오점이 있거나 정치·사상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성적에 관계없이 추천을 받을 수 없다. 이 조건은 학생의 학교생활에서 도덕적 품성에 대한 교원의 의견, 소년단과 사로청의 조직생활에서 지도원의 의견 등이 고려된다.

또한 학생의 출신성분과 부모의 정치사상은 대학추천의 중요한 요소로 되고 있다. 최근 부모의 출신성분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많이 약화되었으나 특수대학 일부에 한해서는 아직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부모가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큰 과오를 범했을 경우에는 불이익이 적용되고 있다.

북한의 교육성은 전국 대학의 학생 정원수를 결정하고, 각 대학별로 응시자에 해당하는 추천 학생 수를 결정한다. 교육성은 각 대학의 학생수용 능력, 기숙사 수용 인원, 국가의 장기 계획에 따른 분야별 전문가 양성 계획에 근거하여 각 대학의 입학 정원수를 결정한다. 또한 입학 정원수에 근거하여 경쟁률을 결정한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여 각 시·도에 할당된 추천 학생수를 배당한다.

도(시) 인민위원회 교육처는 도(시)에 할당된 추천 인원수를 다시 군(구역)별로 분할하여 군(구역) 인민위원회 교육과로 내려보낸다. 군(구역) 교육과는 같은 방법으로 할당된 수를 학교별 성적 수준, 인원수 등을 고려하여 학교별로 분할 배정한다.

입학시험의 절차는 필답시험, 면접시험, 체육시험의 세 가지 절차로 이루어지며, 이를 종합하여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필답시험은 대개 3개의 문제가 출제되고 논술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시험지는 반드시 대학의 도장이 찍힌 것이어야 하며 두 장을 쓸 수 있다. 시험평가는 총점을 기준으로 한다.

면접시험은 각 대학의 학부 교수들이 조를 편성하여 상식 문제나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운 문제를 물어본다. 면접 과정에서 질문은 교수의 자의에 의거한다. 면접시험에서 평가는 상·중·하로 구분한다. 필답시험성적이 기본으로 작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면접에서 하를 받으면 입학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체육시험은 철봉과 8백∼1,5백m 달리기를 한다. 철봉은 8개 이상, 달리기는 지정된 시간 내에 들어와야 한다. 점수 평가는 합격·불합격으로 한다. 필답, 면접, 체육 등을 종합하여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필답시험 성적이 가장 중요하게 반영된다.

북한의 대학교육은 권력 엘리트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혁명적 권력집단’이란, 수령과 당에 충성하는 혁명적 지식인 집단으로서 여기에는 권력의 핵심층 및 전문 기술관료가 포함된다. 대학교육이 이들 북한체제의 토대 세력인 ‘혁명적 권력집단’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적 필요가 정치적 수요에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의 고등 교육기관 중 ‘종합대학’이나 ‘중앙급대학’ ‘특수대학’이 ‘권력 핵심층’의 양성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단과대학이나 고등전문학교는 ‘전문 관리자’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일반 고등교육체제는 ‘권력엘리트’와 이들의 지지 기반이 되는 ‘전문 관리자’ 집단을 양성하기 위한 이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고등교육은 ‘온 사회의 인텔리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인텔리화하겠다는 의도는 주목할 만 하다. 공장대학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중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고등교육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엘리트를 양성하는 체제유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기술 분야의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인력 양성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특히 소수 정예의 엘리트 양성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고등교육의 기회확대를 통하여 대중적인 선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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