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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의 한계・챗지피티의 도전…PBL이 답이다
비대면 수업의 한계・챗지피티의 도전…PBL이 답이다
  • 장경원
  • 승인 2023.03.29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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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㉒ 장경원 경기대 교수
장경원 경기대 교직학부 교수

2020년 2월 말에 코로나19로 개강이 몇 주 연기됐고 이후에는 비대면으로 수업을 해야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학교 수업 운영 정책은 장기적인 것이 아니었다. ‘우선 2주간 비대면으로 수업을 운영한다. 그리고 1주 더 비대면으로 수업한다.’ … 그렇게 2년 동안 비대면 수업을 했다.

처음 몇 주는 영상으로 강의를 녹화하여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에 업로드했다. 일단 2주만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강의를 녹화해 올리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학생들에게 줌을 통해 문제중심학습(이하 PBL)으로 수업하겠다고 공지했다.

PBL, 비대면 상황서도 교육 효능감 느끼게 해

필자는 본래 대부분의 수업을 문제중심학습이나 프로젝트기반학습으로 운영한다. PBL은 학생들에게 실제적이고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결과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운영하는 교수학습방법이다. PBL에서는 팀을 구성하여 팀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각자 학습한 내용을 공유하고, 이를 분석·종합·적용해 최종 결과물을 도출한다. PBL에서 학생들의 상호작용과 협업은 수업의 핵심이 된다. 

이전에도 온라인 PBL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으나 교실 수업과 온라인 활동을 병행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PBL의 전 과정을 온라인 공간에서 운영해야 하기에 고민이 컸다. 우선 학생들의 학습환경이 완벽하지 않았다. 20~25%의 학생들은 카메라나 스피커도 없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학생들은 장비를 마련해 PBL 수업을 하는데 익숙해졌고, 소그룹 회의실을 이용하여 팀별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며 협업했다.

종강 후 한 학생은 비대면 상황에서 진행된 PBL 방식 수업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다른 수업은 대부분 온라인 영상을 올려주신다. 그래서 학생들과 이야기하거나 교수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것 같지 않았어요. 교수님 수업은 다른 학우들과 이야기하고 상의하고 질문할 수 있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수업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도 PBL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었다.

학생 수업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메타버스와 PBL 

2021년이 되자 메타버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많은 대학들이 메타버스를 이용하여 대학 신입생 환영회와 동아리박람회를 운영하였고, 학술대회 등도 이 공간에서 이뤄졌다.

교육공학 전공자로서 의무감으로 메타버스 공간을 이용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우선 몇 가지 메타버스 플랫폼을 알아보았다. X세대인 필자에게 3차원으로 제공되는 공간은 어지럽고 적응이 어려웠다. 마치 예전 싸이월드의 미니미와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여 움직이는 게더타운(Gather Town)을 선택하고 여기서 수업하기로 했다.

처음 게더타운으로 수업하던 날 필자는 접속에 장애를 겪었다. 학생들은 모두 접속했는데, 필자만 접속이 안 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재접속하는 사이 게더타운에 이미 접속한 학생들은 팀별로 수업 관련 논의를 하고 있었다. 게더타운에서 학생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보면서 학생들은 원래 이 공간에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더타운에서 학생들은 나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학생들은 수업 공간이 과제발표에 최적화 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필자에게 환경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요청하기도 했다. 게더타운은 2차원이어서 클래식하긴 하지만 학생들은 게임을 하듯 자신들의 과제 성격에 맞게 공간을 꾸미고 발표도 멋지게 진행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강의만 했다면 학생들도 나도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PBL은 학생들에게 기회와 재미를 함께 제공하였다.

장경원 경기대 교수(교직학부)는 메타버스 온라인 플랫폼 게더타운을 통해 PBL방식의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장 교수로부터 환경을 바꿀 권한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 장경원

챗지피티에게 질문하는 과정이 학습

대면수업이 가능해진 2023년이 됐다. 내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챗지피티(ChatGPT)였다. 그렇지 않아도 챗지피티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학생들이 과제 수행에 이를 활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챗지피티는 사용해보니 정말 똑똑한 것 같았다. 그러나 챗지피티가 제시한 답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는 질문하는 우리 인간이 판단해야 할 문제였다.

만약 강의 중심 수업에서 학생에게 어떤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조사, 번역, 문제풀기 등의 과제를 낸다면 학생들은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아 쉽게 이 를 수행할 것이다. 수업 중 이미 교수가 어떤 내용을 설명하셨으니 그 내용을 토대로 챗지피티의 답안을 비교적 쉽게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과제를 제시해야 하겠는가.

PBL은 실제적이고 복잡한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부터 학습이 시작된다. 즉 교수자가 먼저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나 과제를 제시해 학생들이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마도 학생들은 챗지피티를 이용해서 필요한 자료를 쉽게 수집할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챗지피티를 이용하기 위해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파악하고, 챗지피티에게 정확한 질문을 제시하고, 제시된 답변의 정오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학습은 그 과정에서도 이루어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과제를 제시하여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찾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수업하기 어려운 시대다. 코로나19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새로운 온라인 공간을 사용하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챗지피티는 학생들에게 어떤 과제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PBL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고 새로운 기회와 재미도 제공하였다. 학생들이 상호작용하고 협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PBL은 우리의 수업 문제도 해결해 주는 것 같다. 

장경원 경기대 교직학부 교수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교육과정 및 교육평가’ ,‘학교컨설팅’, ‘교수설계세미나’ 등을 가르치고 있다. 『PBL 
로 수업하기』, 『액션러닝으로 수업하기』 등 교수학습방법을 안내하는 저서를 집필했고, 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수원 등에서 PBL, 토의 등에 
대해 특강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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