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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지상·종속주의’ 극복, 인문사회 투자가 답
기술 ‘지상·종속주의’ 극복, 인문사회 투자가 답
  • 강성호
  • 승인 2023.03.3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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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메가 체인지시대 메가 학문정책』 강성호 지음 | 선인출판사 | 258쪽

인문학 기반 메가 프로젝트로 거대 위기 해결
인문사회 분야 학술정책 활동 20년 경험 담아

『메가 체인지 시대 메가 학문정책』은 급변하는 현재 세계의 거대 위기를 ‘거시적으로’ 극복하는 데 필요한 메가 학문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쓴 책이다. 글로벌 세계의 대전환기 또는 거대 위기를 거시적 차원에서 해결해보자는 뜻에서 ‘메가체인지 시대 메가 학문정책’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필자는 2000년부터 전국인문학연구소협의회, 국무총리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연구위원회, 한국서양사학회장, 인문한국(HK)사업단장, 한국연구재단 학술지발전위원장,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장, 국가중심국공립대학원장협의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런 활동 과정에서 한국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지, 학술 지원, 인문 정책 기관, 대통령 직속 인문사회학문위원회, 대학원 관련 정책 등에 참여했다.

지난 20년 동안의 학문정책 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인문사회 분야 학문정책 활동이 분산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했던 탓에 진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학문정책 제안 배경·과정·결과 등을 정리하는 것이 학문 정책활동의 지속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에서 한국 인문사회 분야 학문정책들과 연구 지원 제도와 현황들을 살펴보려고 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해외 학문정책과 학술 지원’은 해외의 새로운 학문정책 이론, 학제 간 연구와 교육, 인문학 지원 기관을 다루었다. 해외 학문정책 이론으로 임마누엘 월러스틴과 「사회과학 재구조화에 관한 괼벨키안 위원회」 보고서를 검토했다. 학제 간 연구·교육으로 미국의 UC 버클리, MIT, 하버드대의 사례를 살펴봤다. 해외 인문진흥기관으로 영국의 인문‧예술연구지원회와 미국 국립인문재단을 소개했다.

제2부 ‘체계화되는 인문사회 학술 지원 체제와 지원’은 한국에서 인문사회 분야 학술 지원 체제와 정책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체계화되었고 그 한계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인문사회 분야 학문 정책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검토하면서, 인문정책 전담 연구 기관 설립, 대통령 직속 인문사회학문위원회, 인문사회 분야 학술 지원 재편 등을 중심적으로 다루었다.

제3부 ‘후발형에서 선도형 학문정책으로’는 한국의 학술지와 인문사회연구소를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서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등재 제도 개선을 통해 한국형 A&HCI인 ‘우수 등재 학술지’ 육성 정책이 나오게 된 과정을 다루었다. 또한 인문사회 분야 대학연구소의 현황을 정리하고,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활동을 소개하면서, 한국 인문사회 분야 연구소가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전해가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소개했다.

앞으로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비 지원 규모와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인문사회 분야 연구지원 액수를 공적 R&D의 1% 수준에서 2% 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매년 0.2%씩 확대해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인문사회 분야 연구 지원액을 공적 R&D의 5%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확대해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사업 수행 과정에 인문사회적 분석 반영을 의무화해 기술 지상주의가 초래할 윤리 문제와 인간의 기술 종속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 진행 시 총 연구비의 5%를 인문사회 연구(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에 투자했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에 국회에서 ‘인문사회 분야 메가프로젝트의 필요성과 가능성’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하고 있는 수천억대 ‘누리호 프로젝트’ 같은 연구 사업을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추진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해방 이후 한국에서 처음 진행되는 수천억대 규모 인문사회 분야 메가프로젝트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정책 토론회에서 진행됐다.

6개의 발표 중에서 이형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이 발표한 7천억 원대 규모의 ‘한국 인문사회-문화예술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다원적 활용’ 프로젝트와 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이 발표한 3천200억대 규모의 ‘국가 위기관리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이 주목받았다. 엄연석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장은 ‘문명의 위기 대응과 문화의 미래 패러다임 구축’을 통해서 이념적 갈등과 빈부 갈등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서 공동체성 회복의 가능성을 제안하였다.

여기에서 기존의 낡은 분과에 갇힌 학문 체계와 분산적이고 소규모적인 연구 지원으로는 메가체인지 시기 거대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공유되었다. 올해 인문사회 학계는 교육부와 국회 등과 협력하여 인문사회 분야 메가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형 인문사회 메가 프로젝트 실현 과정에 이론적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강성호
국립순천대 사학과 교수·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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