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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부터 ‘사주’까지...현대인의 중독 보고서
‘갓생’부터 ‘사주’까지...현대인의 중독 보고서
  • 신다인
  • 승인 2023.03.2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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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조우리 지금 | 한겨레출판사 | 232쪽
출처=알라딘.
출처=알라딘.

어제 퇴근하고 뭐하셨나요? 저자 도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마치 CCTV로 지켜본 것처럼, 퇴근 후 일상을 나열한다. ‘퇴근하고 씻지도 않은 채(손발은 씻었다) 방 매트리스에 누워서 핸드폰만 내내 보고 밤 12시가 다 되었을 때 떠올렸다. ‘오늘은 진짜 책상에 앉으려고 했는데….’’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사수 △중고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 이렇게 아홉 장으로 중독 문화를 분석한다. 다만, 이전에 나온 딱딱한 책들과는 다르다. 왜냐. 저자도 중독된 자이기 때문이다.

“우린 애매하게 힙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애매하게 힙하고,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은 소비중심사회에서 계속 중독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중독사회에서 벗어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명쾌하게 중독된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를 분석한다.

 

미라클 모닝은 미라클 조건이 필수.

 1장 ‘갓생’이 유행인 사회를 분석했다. ‘갓생’은 god과 生이 합쳐져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며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5~6시에 일어나 ‘미라클모닝’을 하고 ‘투두메이트’에 할 일을 하나하나 적어서 공부하는 일상을 분석한다. 하지만 저자는 ‘갓생’의 인과관계가 뒤집혀 왔다고 분석한다.

‘억만장자들의 습관이라는 미라클 모닝은 1년 동안은 실천해야 효과가 있다는데, 한 달도 안 돼 실패했다는 후기가 차고 넘친다. 미라클 모닝 실천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이미 고스펙의 능력자들이다. 대체로 타고난 능력을 더 월등히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만 집중해도 되는 환경과, 그 능력을 배가시킬 자원들이 엿보인다. 미라클 모닝에는 이런 미라클 조건도 받쳐줘야 하는 것이다.’ (30쪽.)

2장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자극적인 냄새를 풍기고 기름 범벅인 음식에 중독된 현대인을 분석한다. 현대인은 왜 이런 먹고 나면 허전한 ‘배민맛’에 길들여졌을까. 저자는 이는 도시 노동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연결되어 있고, 결국 ‘시간’때문이라고 말한다.

‘혼자 하는 식사는 비용이 든다. 우선 가격 구조상 그렇다. 1인 가구로서 식재료를 마련해 요리를 해 먹을 때도, 1인분짜리 배달 음식을 먹으려 해도, 그 비용이 2인분과 맞먹거나 더 든다. 또 심리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50쪽)’라며 ‘배민맛의 특징은 대체로 혼밥의 경험이라는 것이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진=픽사베이.
정체성 소비의 핵심은 이미지다. 현대인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인생샷'을 위해 100번도 넘게 사진을 찍고, 고르고 보정한다. 사진=픽사베이.

 

잘 꾸며진 개인도 하나의 소품

인스타그램의 핵심은 심미노동

5장에서는 중고거래를 ‘물류 없는 물류’, ‘미담노동’, ‘하이퍼로컬 비즈니스’ 등의 키워드로 설명한다. 당근마켓 사용자들은 직접 사진을 찍고, 판매 멘트를 적고, 가격을 협상하고, 약속 장소 혹은 택배를 직접 배송한다. 저자는 이 과정은 “사업자만 등록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거 그냥 소상공인 생활이잖아?”라고 평한다. 당근마켓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바퀴벌레를 잡아주거나 같이 삼겹살을 먹고, 영화를 같이 볼 사람을 구하는 현상을 보며 당근마켓이 하나의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라고 분석한다.

“유튜브를 참고해 봐도 혼자서는 도저히 수리하기 어려운 고장들, 침대 박으로는 손가락 끝조차 뻗기 어려울 정도로 스스로를 돌볼 여력이 없는 시기에 절실한 청소 품앗이, 1인분 이상의 몫을 해내야만 할 때 간절한 심부름들... 이런 일상의 위기들을 처리할 수 있다고 자처하는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앞으로 급증할 것이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서비스들이 늘어날수록 지역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늘어난다기보다, (돈만 있다면) 뭐든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환상이 부풀려지는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거다.”(130쪽)

마지막 장인 ‘좋아요’에서는 인스타그램을 예시로 SNS를 통해 도시인들은 정체성을 꾸민다고 저자는 말한다. “힙한 이미지는 정체성일뿐 아니라 미학적 신분증이기도 하다. 힙이 터지는 카페의 입장권은 단지 연어덮밥 가격에 맞먹는 손톱만 한 까눌레 하나를 사 먹을 돈만 있어서는 안 된다. 나 자체도 그 카페의 소품처럼 인스타그래머블하게 차려 입어야 한다. 연구자 심선희가 말한 ‘심미 노동’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208쪽)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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