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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늘었지만, 연구·실험실습비는 줄었다
장학금 늘었지만, 연구·실험실습비는 줄었다
  • 황인성
  • 승인 2023.04.05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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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② 대학 등록금, 어떻게 쓰이나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대학재정 적자 규모가 늘어나고, 사립대를 존립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 저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술 패권 시대에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문제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다. 대학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 신기술 첨단분야의 창의·융합인재 육성의 골든 타임과 맞물려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위해서는 대학의 재정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교비회계의 등록금회계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2013년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로 구분하고, 등록금 사용내역을 명확히 규정했다.

교비회계 예산 편성 및 결산 시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사·의결을 거치게 해 대학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결산서 제출시 외부 감사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이를 검증할 감리제도도 도입해 회계의 투명성을 높였다.

또한, 등록금회계의 적립금은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에 한정하도록 하여 원천적으로 등록금에서는 적립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과거처럼 등록금 관련 회계부정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2016년에 개정된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신입생이나 편입학생으로부터 입학금을 받을 수도 없다. 

학자금지원 대폭 증가…대학 실질 지원은 감소

교육부의 고등교육 부문 2023년 예산 규모는 2022년 11조 9,009억원에서 13조 5,135억 원으로 13.6% 증가했다. 고등교육예산은 매년 증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 고등교육 예산은 증가했지만, 고등교육 예산에서 학자금지원 예산 비중만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실상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수입과 지출 구조도 분석해 보자. 반값등록금이 도입된 이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수입 감소와 이로 인한 연구학생경비 등의 지출이 줄어 들었다. 2017년 회계연도와 2021년 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비교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사립대 회계는 법인회계, 학교회계, 산학협력단회계로 구성돼 있다. 2021 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일반 사립대 총 재정규모는 52조 5,115억 원이다. 이중 법인회계는 5조 4,789억 원(10.4%), 학교회계는 39조 4,383억 원(75.1%), 산학협력단회계는 7조 5,942억 원(14.5%)을 차지한다.

그리고 학교회계는 교비회계와 부속병원회계로 구성돼 있으며, 교비회계 재정규모는 18조 2,465억 원(34.8%)이고, 부속병원회계는 21조 1,917억 원(40.4%)이다. 2017년과 비교해 보면, 총 재정규모는 2017년 대비 8조 6,643억원(19.8%)이 증액되었지만 교비회계는 오히려 2017년 대비 5,020억 원(-2.8%) 감소했다. 

교비장학금 늘리려 연구비·도서구입비 줄여

대학교육에 투여되는 실질적인 재정이라고 할 수 있는 2021년 사립대의 교비회계 결산 수입은 총 18조 2,460억 원이었다. 이중 등록금 수입이 9조 7,720억 원으로 53.6%를 차지했고, 국고보조금 수입이 3조 1,400억 원으로 17.2%를 차지했다. 2017년과 비교해 2021년 교비회계 총액은 5,020억원(2.7%) 감소했으며, 이중 등록금 수입은 3,780억원으로 3.7%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전입금 수입, 교육부대 수입, 교육외 수입 등이 모두 감소했다. 다만 국가장학금 확충으로 국고지원 수입만 3,240억 원 증가했다.

2021년 사립대의 교비회계 결산 지출은 총 18조 2,460억 원으로, 이중 인건비가 7조 7,300억 원으로 42.4%를 차지한다. 다음은 27.0%를 차지하는 학생경비 지출 4조 9,321억 원의 대부분이 장학금 지출이다. 

2017년 이후의 지출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 18조 7,500억 원에서 2021년 17조 9,800억 원으로 7,7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교수 연구비, 학생경비 중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 교육운영 경비와 교육 인프라 관련 비용이 감소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반값등록금정책으로 국가장학금과 교비장학금을 확대한 결과, 학생경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사립대의 입장에서는 교비장학금을 늘리기 위해 교수 연구비를 줄이고, 실험실습비와 도서구입비 등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도 교비회계 적자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의 여파로 전국 4년제 사립대가 2017년부터 5년째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2022.2.7.)가 국내 4년제 사립대의 재정 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 대학 148개교 중 교비회계 운영수지가 흑자인 곳은 4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107개는 적자였다.

사립대의 상당수가 대학 운영수지에 적자를 나타내고 있으며, 앞으로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이고, 적자 대학의 수도 증가할 것이다. 이로 인해 교육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지원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어느 사립대도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서울의 주요대학 조차도 운영수지에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세 번째로‘대학 등록금, 과연 비싼가?’라는 주제로 학교급별 교육과 사교육비 등 각종 교육비용과 비교해 대학 등록금의 실태를 살펴볼 예정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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