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20:30 (화)
마음 망가트리는 디지털 콘텐츠 중독, ‘심리적 바이러스’ 퇴치하려면
마음 망가트리는 디지털 콘텐츠 중독, ‘심리적 바이러스’ 퇴치하려면
  • 권선중
  • 승인 2023.04.06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네 번째 주제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③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에 이어 네 번째 주제로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시각을 4회에 걸쳐 싣는다. 권선중 한국침례신학대 교수(상담심리학과)의 세 번째 글이다. 

‘심리적 좀비’가 되는 중독 문제로부터 마음을 지켜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나눠주는 것이 중독 예방교육이나 관련 프로그램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간을 내서 참여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자.

‘스몸비(Smombie)’라는 용어를 기억하십니까?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를 합성한 말로 2015년 독일에서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얽매인 현대인을 풍자하며 처음 사용된 용어입니다. 이 시기에 주로 관찰된 현상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로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추돌사고 등이 벌어지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스마트폰에 시선만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온통 빼앗겨 진짜 ‘심리적 좀비’처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마음은 딱딱하게 굳은 채 자기 욕망대로 행동하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많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홍성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저 학생의 눈과 마음에는 자신의 욕망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욕망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좀비처럼. 사진은 수업 중 학생이 교단에 누워 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을 지난해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찍은 것으로 SNS에 게시돼 논란이 됐다. 

여러분들의 눈에는 이 사진 속 학생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이 친구의 마음의 눈에는 불안하고 불쾌할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들어오지 않았을 겁니다. 무엇이 이 친구의 마음을 이렇게 편협하고 딱딱하게 만들어 본인의 욕망과 스마트폰에만 충실한 ‘심리적 좀비’로 만들었을까요?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감염된 ‘심리적 좀비’

다양하게 진화하며 우리의 컴퓨터와 스마트기기를 공격하는 디지털 바이러스나 랜섬웨어처럼,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소프트웨어와 ‘뇌’라는 하드웨어의 기능을 손상시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다양한 위험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심리적 바이러스(폭력성/잔인성, 선정성, 사행성 요소를 다수 포함한 비현실적·불법적 디지털 콘텐츠)’가 스마트기기를 통해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그 ‘심리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중독 상태로 악화된 사람들은 ‘좀비’처럼 스마트기기나 디지털 콘텐츠에 사로잡혀 통제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리고 심리적 바이러스는 점점 더 은밀해지며 독해지고 있습니다. 즉, 내 마음이 바이러스에 공격당하고 있는지도 모른 상태로 서서히 병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실체에 해당하는 내용과 사례를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선정적 콘텐츠’에 감염된 사례입니다. 2019년에 공개된 ‘N번방 사건’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N번방 사건의 피해자는 중학생 등 미성년자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데, 2020년 12월 특수본 수사 종료 시점에 확인된 피해자만 88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2020년 3월 경찰 발표 기준, 이 음란물을 이용한 사람은 최소 6만 명을 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착취당한 청소년도, 이를 소비한 사람들도 모두 ‘선정적 콘텐츠’에 감염되어 ‘심리적 좀비’가 된 사례들입니다.

특히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범죄는 소비자(이용자)가 없다면(즉, 이런 일을 벌여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서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습니다. 선정적 콘텐츠에 감염(중독)된 사람들이 많을수록 소비가 증가하고, 범죄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폭력적이고 적대적인 콘텐츠’에 감염된 사례도 있습니다. 2022년 6월 가출하여 함께 생활하던 일명 ‘가출팸’에서 여고생들이 여중생에게 1일 50만 원 할당량을 채우라며 성매매를 강요하고 폭행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이 여고생들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디지털 미디어(게임이나 영상, SNS 등) 속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합리적, 도덕적 판단 능력’이라는 마음의 소프트웨어가 손상되고, 본인들의 충동이나 본능을 채워줄 돈에 시선이 사로잡혀 불쌍한 동생들을 적대적으로 착취하는 ‘심리적 좀비’가 된 것입니다.   

좀비 영화의 교과서라는 「시체들의 새벽」(1978). 영혼 없이 욕망으로만 움직이는 좀비라는 존재는 언제나 공포의 존재이다. 디지털 세계 속 우리는 좀비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마음의 문제는 이해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본인 스스로 동기화되지 않으면 이해와 변화 모두 어렵다는 점에서 다루기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기계일수록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 진단과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듯, 마음 또한 매우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후에 회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에 해당합니다. 

마음의 ‘백신프로그램’ 업데이트하자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미리 마음의 보안·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디지털 바이러스나 랜섬웨어는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그 자체를 이해하거나 직접 통제하기가 어렵고, 접근 경로도 다양합니다. 한번 침투에 성공하면 소프트웨어를 무력화시키고 기존 자료를 암호화시켜 사용 불가능하게 만드는 등 그 피해도 심대합니다.

하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핵심 정보 몇 가지를 기억하고 간단한 전략을 활용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컴퓨터나 스마트기기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여러분의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백신프로그램이나 보안프로그램입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백신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게 허락해주는 것뿐입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심리적 좀비’가 되는 중독 문제로부터 마음을 지켜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나눠주는 것이 바로 중독 예방교육이나 관련 프로그램입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그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잠깐 시간을 내서 진지하게 참여하여, 여러분의 마음에 보안·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도록 허락해주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에 계신 분들은 이 사실을 꼭 기억하셔서, 본인들이 교육하고 섬기는 학생들의 마음도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권선중 한국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충남대 심리학과에서 응용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독과 심리검사(측정)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도박이나 게임 등 행동중독 분야 논문을 다수 출간했으며, 특히 아동·청소년 중독 문제에 관심이 많다. 과기부 산하 지능정보사회진흥원 과의존예방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CT 분야 중독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과기부 장관상을 받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