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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 기술사업화로 4500억 쾌거...유전자가위 치료제
생명연 기술사업화로 4500억 쾌거...유전자가위 치료제
  • 조준태
  • 승인 2023.04.0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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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치료의 길 열리나
미국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 체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기업 진코어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한다. 시각장애나 근육장애, 뇌질환 등 ‘불치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대 농화학과에서 석·박사를 따고 생명연에서 연구원을 지낸 김용삼 진코어 대표는 재작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초소형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의 개발 성과를 게재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보스턴 소재 글로벌 제약사와 약 4500억 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개발이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삼 진코어 대표는 재작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초소형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의 개발 성과를 게재해 주목받았다.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가위는 환자 몸속에 들어가 문제가 되는 DNA에서 특정 유전자 부위를 찾아내 자르고 붙여 교정·개선해주는 단백질을 말한다. 변이가 있는 DNA 부위를 잘라냄으로써 희귀질환을 정상 기능으로 되돌린다. 지난 2020년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우메오대 교수, 제니퍼 다우드나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란 이름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처음 개발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치료제를 만들어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크리스퍼가 유전자가위를 제대로 유도하는 것, 타깃 유전자까지 막힘없이 갈 수 있을 만큼 유전자가위 크기가 작을 것, 유전자가위가 유전자를 제대로 잘라 붙이는 것.

기존의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제 대부분은 Cas9 효소를 이용한 CRISPR-Cas9를 활용해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Cas9의 크기가 이를 몸속의 원하는 부위까지 보내는 게 어려웠다. 가위 자체의 크기가 너무 컸던 것이다.

관건은 가위 크기의 최소화였다. 진코어는 절단 효소로 Cas14를 사용하는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을 개발했다. 기존 Cas9보다 크기가 3분의 1 이하로 작으면서 유전자 교정 효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여기에 타깃이 아닌 부위를 절단하는 오작동 비율도 낮췄다.

김 대표는 “크기 자체가 작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낮고, 유전질환까지 전달력이 높다. 다른 질환으로의 확장성도 높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보스턴 기업과는 향후 3년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교수신문>이 추가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기술사업화 과정에 대해 "운이 좋아 개발단계 초기에 기술계약을 맺었다"며 "그런 만큼 속도감 있게 진도를 빼야 하는데 국내 개발환경상 연구인력 풀이 충분치 않고 개발생태계가 충분히 조성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개발경험이 풍부한 해외 제약사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한 축"과 "자사가 개발을 이끌며 개발역량을 내재화하는 한 축", 이렇게 투 트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간이 충분치 않아 긴장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여기에 기술창업기업의 운영의 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도 덧붙였다.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Lab2Market’

이번 성과의 바탕에는 생명연의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Lab2Market’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수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마케팅을 통해 기술이전을 촉진하며 이후 후속 사업을 연계한다. 산업계 수요를 반영해 단위 기술별 이전이 아닌,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묶어 이전함으로써 현장 활용성을 높였다.

그 결과, 지난 3년(ʼ20~ʼ22) 평균 기술이전 건수와 기술료 전체 수입액이 이전 동기(ʼ17~ʼ19) 대비 각각 38%와 61% 증가했다. 이번 유전자가위 기술뿐 아니라 NK세포치료제, 신규 항암치료제, 오가노이드 등 첨단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수십억 원 이상의 대형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바 있다. 기초원천 연구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성과 중에선 압도적이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바이오 기술사업화 플랫폼 혁신을 통해 연구실 차원의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기술성숙도를 높여나가 현재보다 월등한 수준의 블록버스터급 기술사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기술사업화 관련 정책적 지원과 함께 전문인력 증원과 같은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홍원 생명연 바이오경제혁신사업부장은 “향후엔 산업수요 중심 특허전략 도입 등 연구원 자체 제도 개선을 통해 기술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 독립법인 TLO 설립도 구상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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