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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床異夢의 교육개혁
同床異夢의 교육개혁
  • 이덕환
  • 승인 2023.04.11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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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덕환 편집인(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편집인

밀실에서 졸속으로 만든 교육개혁을 과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교육부’와 무차별적인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교수’들이 서로 엉뚱한 꿈을 꾸고 있다. 사실 작년 11월 화려하게 귀환한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꿈꾸는 교육개혁의 정체가 도무지 분명치 않아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1월 초 대통령 업무보고와 함께 쏟아져나온 ‘이주호표 교육개혁’은 정말 생경했다. 개혁안의 취지를 애써 설명해주겠다는 시도도 없었다. 결국 듣도 보도 못한 낯선 개혁안에 대한 교수들의 해몽은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대학규제 제로화’를 교수들은 자신들의 오랜 소망이었던 ‘대학의 자율화’로 읽는다. 물론 긴 세월 동안 대학을 극도로 불신해왔던 교육부의 입장에서 대학의 자율화는 교수들의 비현실적인 욕심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다.

오히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의 자질구레한 관리 업무를 누군가에게 떠넘겨버리겠다는 것이 교육부총리의 은밀한 구상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취임 일성과 함께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해버리고, 인재정책실을 신설한 파격적인 조직 개편도 그런 의도였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교육부가 대학규제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2023년 입시에서 사교육 시장이 들고나온 정체불명의 ‘문과침공’을 핑계로 당장 입시 요강을 뜯어고칠 것을 요구했다. 이공계 학과의 수능 필수과목 요구가 교육부의 ‘문이과 통합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문과침공은 이과생에 의한 침공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교육부 표준변환점수에 대한 학습효과로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는 문과 학생이 늘어난 결과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적분 만점자는 확률과통계보다 표준변환점수에서 3점이나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의 자율화에 대한 교수들의 기대는 3월 초에 선정이 끝나버린 ‘라이즈’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교육부의 간섭에 허덕이던 대학이 이제는 대학 교육에 대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지자체의 손에 넘어가 버린 것이다. 언론의 감시에서도 자유로운 광역지자체에게 맡겨진 대학의 운명은 그야말로 자명하다.

지역 대학은 지자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공중분해시킬 수 있는 공공의료원의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사회 ‘有志’의 눈치도 봐야 할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교수들의 입장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학 사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려 버린 ‘기본역량평가’의 폐지도 일견 반가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교협의 소박한 ‘인증평가’로 대체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교수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교육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재단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컬대학과 교육전문대학원에 대한 교육부와 교수들의 입장도 심하게 엇갈린다. 전공·학과·대학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심지어 대학의 운영권도 지역사회에 개방하라는 것이 교육부의 요구다. 모든 내용을 5쪽의 문서로 정리하고, 별첨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것도 7월까지 학내외의 의견수렴을 끝내야 한다.

사범대·교대의 폐지까지 전제할 수밖에 없는 교육전문대학원은 교사 양성 체계를 완전히 뒤엎어야 하는 엄청난 ‘혁명’이다. 도대체 교육부의 입장에서 대학은 어떤 모습인지 정말 알고 싶다.

이덕환 편집인
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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