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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특강, 질문하는 방법부터
챗GPT 특강, 질문하는 방법부터
  • 김병희
  • 승인 2023.04.11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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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곳곳에서 챗지피티(Chat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챗지피티는 글·문장·오디오·이미지 같은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를 설명하는데 필요한 요소인 매개변수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생성형 AI의 일종이다. 대학에서도 챗지피티가 학습 도구라는 기대와 부정행위의 도구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순기능과 역기능을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대학에서는 챗지피티에 대한 특강을 경쟁하듯 열고 있다. 챗지피티와 미래 교육의 방향, 교육환경의 급변에 대비하는 챗지피티의 이해, 챗지피티를 활용한 교수법 같은 주제로, 대학교육의 경쟁력과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든 특강이 대체로 그렇듯이, 여러 대학의 특강 내용은 심층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말라는 식의 개론적 성격이 강하다.

어떤 질문에도 그럴듯하게 답변하는 챗지피티로 인해 교육 혁신이 필요하지만, 이 문제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성급한 분들은 챗지피티의 활용 능력이 교수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학생들이 챗지피티를 활용해 시험공부를 해야 졸업 후에 경쟁력이 있다며 ‘오픈 챗지피티 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수도 있다. 챗지피티로 풀기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는 것이 교수의 책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챗지피티의 활용 능력이 정말로 교육 혁신의 원동력일까? 

챗지피티의 장점은 자료 찾는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사실이다. 질문하면 수초 만에 드르륵 정보를 쏟아낸다. 학생들은 챗지피티로 원하는 자료를 쉽게 수집하고 그럴싸하게 편집해 과제물을 제출할 것이다. 자료 찾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겠지만,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질문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들 알다시피 챗지피티가 토해내는 결과물은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크다. 학생들은 자신의 해결 과제를 파악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챗지피티가 제공하는 답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판단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의 시간에 질문을 거의 안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질문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깊이 있는 질문을 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챗지피티를 과용하다가는 자칫 바보들을 양산할 수 있다.

윤리 문제의 해결은 시급한 당면과제다.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는 챗지피티가 대필한 글을 표절로 규정하는 학칙 개정에 나섰고, 6천여 명의 교수들도 ‘GPT 제로’ 앱으로 표절 문서를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부산대는 지성·창의성·인간성·다양성·공공성·책임성 같은 6가지 핵심 가치를 지키자는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민대의 인공지능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도 흥미롭다. 여기에는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활용 여부를 과제 제출 시 명확히 밝힙니다.”, “인공지능 활용에 있어서 창의적 질문과 논리적 비평만이 나의 지성입니다”를 비롯해 인공지능 활용에 필요한 10가지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챗지피티를 활용하면 검색 시간을 줄인다는 장점도 있지만 ‘생각하는 과정’을 제거해버리니 사고력을 키울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학생들이 잉여 시간에 창의적 사고나 비판적 사고를 시도하면 좋겠지만, 알바 하나를 더 늘려 돈벌이 하는 데에만 남은 시간을 쓴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DNA(Data, Network, AI)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요소라고 하지만, 생각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모든 것이 빈껍데기일 뿐이다. 챗지피티가 보편화될수록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러 대학에서 챗지피티에 대한 특강을 기획하기에 앞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질문하는 방법에 대한 특강부터 먼저 실시하기를 권고한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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