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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정말 비싼가?
대학 등록금, 정말 비싼가?
  • 황인성
  • 승인 2023.04.19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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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③ 

대학 등록금이 정말 비싼가?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은 지나치게 비싼 대학 등록금을 무조건 동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계열별 전체 등록금은 평균 800~900만 원대이고, 비수도권 소재 대학의 등록금은 평균 600~700만 원대로 수도권보다 200~300만 원 낮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교급별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 나라는 의무교육제도로 초등학교·중학교 과정과 무상교육인 고등학교 과정을 마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양한 사교육을 선택적으로 수강한다. 학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들도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자녀 이상의 양육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15년간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대학의 등록금이 유초중등의 사립학교와 비교하여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비교해본다.먼저, 대학의 등록금을 설립별·지역별·계열별로 살펴보자. 2022년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658만 원이다. 사립대학은 723만 원, 국·공립대학은 391만 원이다. 지역별로 수도권 사립대학은 760만 원이고, 비수도권 사립대학은 701만 원이다. 계열별로는 의학(974만 원)·공학(740만 원)·예체능(731만 원)·자연과학(696만 원·인문사회(577만 원) 순이다. 국·공립대학이 사립대학의 54.1% 수준이다.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2008년 대비 평균 실질등록금은 소비자물가인상율을 반영하면 사립대학의 평균 실질등록금은 2008년 대비 23.4% 인하됐고, 수도권 대학은 24.2%, 비수도권 대학은 22.8%가 인하됐다.

영어 유치원, 사립대 등록금의 1.7배

유아 영어유치원 비용을 살펴보자. MZ세대 부모를 겨냥해 롯데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2022년에 오픈한 영어유치원 수강료는 월 170만 원이다. 교재비 등 부가비용을 포함하면 월 200만 원으로 연간 비용은 약 2,400만 원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22)이 서울 소재의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등록금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영어유치원의 학비는 연평균 1,244만 원이며, 사립대학 등록금보다 1.7배 비싸다. 가장 비싼 영어유치원의 학비는 2,692만 원으로 사립대학 등록금의 3.7배나 된다. 

사립초등학교의 등록금은 이렇다. 2022년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에 73개 사립초등학교가 있다. 서울시내에 사립초등학교의 52.1%인 38개교가 있다. 연간 등록금 평균은 829만 원이고, 가장 비싼 등록금은 1,524만원으로 연간 사립대학 등록금의 2.3배였다. 연간 등록금이 1,000만 원 이상인 사립초등학교는 21개교이며, 연간 600만 원 이상인 사립초등학교도 60개교였다.

800만원 이상 사립고 37곳

사립중학교의 등록금은 어느 정도일까. 2022년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633개교의 사립중학교가 있다. 연간 등록금이 가장 비싼 사립중학교의 등록금은 1,779만 원으로 연간 사립대학 등록금 723만 원의 2.5배였다. 1,000만 원 이상 사립중학교는 3개교이며, 600만 원 이상 사립중학교는 10개교로 나타났다. 

사립고등학교의 등록금도 보자. 2022년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는 946개의 사립고등학교가 있다. 연간 등록금이 가장 비싼 사립고등학교의 연간 등록금은 2,869만 원으로 사립대학 등록금의 약 4배였다. 연간 등록금이 2,000만 원 이상인 사립고는 2개교, 1,000만 원~2,000만 원 미만 사립고는 27개교이며, 800만 원 이상 사립고는 37개교였다. 특히,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자립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예술고 등의 등록금이 비쌌다.

재수생과 N수생의 대입준비 비용을 재수학원 홈페이지와 언론에 공개된 자료로 살폈다. ‘재수종합학원’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등원해서 오후 4시까지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는다. 이후는 자율학습을 하는 학원 형태로 2월부터 수능 시험일까지 약 10개월 간 달마다 약 200만 원으로 최소 1,8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이 든다. 

‘기숙학원’은 기숙사에 들어가 24시간을 학원에서 지내며 공부하는 곳이다. 월 310~350만 원(식비와 기숙사비 포함)으로 10개월간 3,100~3,500만 원을 받는다.

‘독학 재수학원’은 공부는 혼자하되, 교사가 출결과 학습관리만 해주는 방식의 학원으로 월 40~60만 원, 참고서 등 구입비 월 20~30만 원, 급식 교통비 등 월 50만 원을 합쳐 총 월 130만 원 정도다. 단과 과목당 30만 원 내외는 별도로 10개월간 최소 1,500만 원을 부담한다.

‘독학 기숙학원’은 월 170~200만 원으로 최소 1,7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이다. 사립대학 등록금의 최소 2.4~4.8배 비쌌다.

펫 유치원도 연간 1,200만원

마지막으로 반려동물(펫) 인구 천만시대에 ‘펫 유치원’ 비용도 조사했다. 펫 유치원 3개 기관 홈페이지와 전화통화를 통해 확인한 비용은, 하루 8시간, 주 5일, 한 달 20일 기준으로 90~100만 원이다. 연간 비용이 1,080~1,200만 원으로 사립대학 등록금의 1.5~1.7배 비싸다. 

대학 캠퍼스에 있는 교사와 교지는 1년 열 두달,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시설과 기자재 관리를 위해 인력을 배치한다. 또한, 교과 외에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교수·직원 등이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므로 앞에서 제시한 학교급별 기관과 단순하게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대학은 전통적인 선후배 관계, 지역사회와의 협업 등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유무형의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갖춘 지속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음 호는 등록금 관련 네 번째 주제로 ‘대학 등록금, 적절한가?’에 대해 주요국의 공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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