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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 넘어선 ‘인류세 담론’ 확산…“종말론적 논란은 소모적”
지질학 넘어선 ‘인류세 담론’ 확산…“종말론적 논란은 소모적”
  • 김재호
  • 승인 2023.04.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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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인문학자가 본 인류세 5회 기획
'철학과 현실'도 인류세 특별 좌담

인류세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교수신문>이 특집으로 마련한 ‘과학자·인문학자가 본 인류세’ 시리즈는 총 5회에 걸쳐 인류세라는 용어가 학술 전반에 활용되는 현상을 짚었다. 특히 지질학 범주를 벗어난 인류세가 과연 지질시대에 포함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아울러, 이번 호에서 이덕환 본지 편집인이자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가 종말론적 인류세 논란은 소모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생태 환경의 악화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기 위해 느리게 형성되는 지층을 연구하는 지질학의 정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철학과 현실>(136호)도 특별좌담으로 ‘인류세, 인류 생존의 갈림길’을 다뤘다. 좌담에 참여한 교수들은 지구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탈성장 전략과 새로운 사회적 거버넌스 시스템 등을 강조했다. 특히 인류세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곤경’이기에 자연과 공동 진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정재 서울대 교수(지리학과)는 “일차적으로 지구 생태계의 회복력에는 한계가 있고, 지구 생태계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라며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탈성장 전략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을 덜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함께 정상적인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구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욱 한양대 교수(철학과 및 인공지능학과)는 “인류세는 기막힌 해결책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곤경인 것이 맞다”라며 융합적 방식과 통합적 시각의 새로운 대응 방식, 임기제로 자주 바뀌는 기존의 민주주의와는 다른 사회적인 거버넌스 시스템을 갖추자고 제안했다. 

박범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센터장(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은 “인류세 개념이 지질학 배경이 아니라, 지구시스템과학 배경에서 나온 것”임을 설명했다. 1960∼1970년대에 등장한 지구시스템과학은 오존층 파괴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데이터에 기반한 환경사학과 접목을 통해 인류세의 시작·기준점을 밝혀주는 ‘대가속’ 개념이 2005년 등장했다. 대가속은 인간이 초래한 지구의 급격한 변화를 묘사한다. 

이진우 <철학과현실> 편집인(포스텍 인문사회학부 명예교수)은 「인류세, 인간과 자연의 공진화를 요청하다」 제목의 글에서 “우리가 인류세, 즉 홀로세 초기에 농업혁명을 통해 자본주의에 이르는 진화의 길을 선택하였다면, 우리는 지금 또 다른 갈림길에 놓여 있다”라고 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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