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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침투한 인공지능, ‘미디어-커뮤니케이션’으로 분석
일상에 침투한 인공지능, ‘미디어-커뮤니케이션’으로 분석
  • 이재현
  • 승인 2023.04.2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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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인공지능과 알고리듬 사회』 이재현 지음 | 컴북스캠퍼스 | 446쪽

로봇 저널리즘부터 챗지피티까지 알고리듬 미디어
기술중심주의 극복하며 인간·사회정치적 함의 이해

이 책은 인공지능 기술이 구현된 미디어, 즉 알고리듬 미디어와 그것이 갖는 함의를 사회과학적 관점, 특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서다.

 

이 책은 1990년대부터 미디어 이론가인 저자가 당대의 새로운 미디어들을 규명하고자 한 연구와 저술의 연장선에 있다. 저서만을 보면, 1999년 『인터넷과 사이버사회』를 시작으로 『멀티미디어와 디지털 세계』(2004), 『모바일 미디어와 모바일 사회』(2004)를 거쳐 『모바일 문화를 읽는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적 개념들』(2013), 『SNS의 열 가지 얼굴』(2013), 그리고 『인공 지능 기술 비평』(2019)과 『사물 인터넷과 사물 철학』(2020)으로 이어졌다. 이런 연구의 흐름 속에서, 요즘 최대의 화두가 인공지능(AI)인 것을 감안하면 AI를 다루는 것은 미디어 이론가라고 자임하는 저자에게 주어진 소명일지 모른다.그렇다면 왜 AI를 미디어 이론가이자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다루게 된 것인가? 이제까지의 다른 기술들도 마찬가지지만, AI 기술의 활용 분야는 군사적·산업적·일상적 활용 등 세 가지다. 여기서 앞의 두 가지는 논외로 할 때 일상적 영역에서 선보이는 AI는 모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이른바 △로봇 저널리즘 △넷플릭스·유튜브의 추천 서비스 △신경망 기계 번역 △애플의 시리와 같은 대화 에이전트 △소셜 챗봇 △객체 인식 △스마트 장난감 △최근의 챗지피티(chatGPT) 등은 전형적인 보기다.

요컨대, AI 시대에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 분야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도는 사회과학의 다른 분과에 AI 기술이 적용되는 알고리듬 미디어의 실체가 어떠하고 그것이 인간학적·사회과학적으로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를 설명해 주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학에 「AI와 미디어」, 대학원에 「AI와 미디어 연구」, 「AI와 기술문화」 과목을 개설해 강의를 해오고 있는데,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점이 바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이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이라는 것이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이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이 되려면, AI가 구현된 알고리듬 미디어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AI는 이제 국내외를 막론하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아직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위해, 앞서 제시한 질문들에서 보듯, △기계 문제(알고리듬 미디어는 어떤 기계인가?) △텍스트 문제(알고리듬 미디어는 어떤 양식의 텍스트를 생성하는가?) △커뮤니케이션 문제(알고리듬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매개하는가?) △인간 문제(알고리듬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사회 문제(알고리듬 미디어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등 다섯 가지 문제를 설정했다.

이런 문제들에 답을 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학술적 자원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AI 기술을 개발한 공학은 물론 철학·사회 이론·문화 이론·미디어 이론과 커뮤니케이션 연구 등을 포괄한다. 이 책이 철학, 사회 이론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적 자원을 동원한 이유는 AI에 대한 사회적·학술적 담론이 드러내는 기술중심주의를 극복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두말할 나위도 없이 AI에 대한 기술적 이해 못지않게 이것의 인간적·사회정치적 함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 책의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AI가 화두로 부상했던 7∼8년 전부터 이를 이해하기 위해 AI 기술에 관한 공학 논문들을 공부했고, AI를 이미 다룬, 그리고 이를 잘 설명해줄 사회과학과 철학 문헌들을 읽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나온 저자의 첫 번째 책이 2019년의 『인공 지능 기술 비평』이고 이 책이 두 번째 책이다. 모쪼록 이 책이 AI에 대한 기술중심주의적 담론을 극복하고 올바른 이해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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