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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이유
물리학자가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이유
  • 정창욱
  • 승인 2023.04.2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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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정창욱 지음 | 콘택트 | 336쪽

세상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다
질문 던지는 순간 진실에 눈뜨는 경험 가득

물리학은 어렵고 양이 많으며 따분하다는 평이 대세이다. 존경의 눈빛과 외면의 눈빛에 오랫동안 포위당해 온 물리학! 나는 미시(나노·양자)물리학이나 우주물리학처럼 맨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학이 아니라, 생활 속 보이는 최소한의 물리학에 대한 매우 쉬우면서도 새로운 강연·집필을 하고 싶었다. 

가장 초보적인 물리학이라도 제대로 적용하면, 눈에 보이는 일상생활의 숨은 비밀을 당신도 세계 최초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에 수많은 명언들을 남겼다는 아인슈타인! 그의 말을 꼭 소개하고자 한다. “중요한 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stop questioning).”

 

2011년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방문교수로 1년간 연구할 즈음이었다. 4월 말경에 살고 있던 녹스빌이라는 소도시에 대형 우박이 쏟아진 적이 있었다. 그 여파로 도시에 있던 십만 대가량의 자동차가 파손됐다. 보험회사들이 피해 보상을 위해서 도심에 전담센터를 마련했다. 필자의 차량에도 피해가 발생해서 피해 보상 전담센터에 가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됐다. 

심심하던 차에 옆에 있던 미국 시골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에 기름때 묻은 수수한 차림의 중년 남성에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관한 물리학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미국인은 ‘물리학’이라서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긴 줄에서 별로 할 일도 없어서인지 한 동양인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난 그 미국인이 매우 즐거워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날 나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바다 괴물 크라켄 전설이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사회에 끼쳤고,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심해 석유 시추, 차세대 에너지, 빙하기 생명 대멸종 등과 연관되는지 얘기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꽃으로 불러준 순간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처럼,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질문을 던지는 순간 진실에 눈뜨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조선 후기에 한석봉과 어머니의 시합(불 끄고 ‘떡 썰기’·‘붓글씨 쓰기’) 이후 약 450년이 지나서 필자가 처음으로 물리학이라는 안경을 쓰고 질문을 던져 보았다. 간단한 물리학의 눈으로 쳐다보면 전통적·상투적인 교훈이 아니라 새로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산 채로 배를 갈라 꺼낸 심장을 신에게 선물하는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우승하려고 노력한 고대 멕시코 축구선수는 도대체 왜 그럴 수 있었을까? 축구선수는 포물선의 마법에! 사무라이 칼과 성덕대왕 신종에는 단결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데? 김유신과 자율주행 자동차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일상 속 크고 작은 불가사의에 질문을 던지고 진리를 찾으러 가보자. 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을 타면서 어떤 좌석이 가장 편안할까를 스스로 질문해 보자. 등산복·등산 가방의 지퍼 손잡이에 달린 끈은 장식용일까? 겨울철 식탁 위 물컵은 왜 저절로 움직이는가? 야외에서 맨눈으로 보는 달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왜 달 사진을 모니터로 볼 때는 느껴지지 않을까? 박목월의 시 「나그네」에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는 물리학적으로 어떤 현상일까? 청춘이 아니어도 피가 끓는다는 우주! 우주가 주는 거대한 기회를 얻으려면 먼저 우주의 위험을 잘 파악해야 하지만 우주의 위험에 대해서는 언론이 거의 다루어주지 않는다. 

이제 물질 세상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물리학과 연관된 지혜·답을 물리학의 눈으로 찾아보자.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에 청소년기의 우리들은 기분이 별로였는데? 남녀평등을 물리학의 대칭성을 이용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 2006년 판교 청약의 광풍에 참가한 20만 명은 단체로 멍청한 짓을 했다는데?

이번 신간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저자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인기 시리즈 「피지컬 100」에 나오는 시합들에 대해서 물리학적으로 쉽지만 매우 흥미로운 해설을 소개했다. 유튜브 「과학하고 앉아있네: 피지컬 100 피직스 100」에서 볼 수 있다. 책에 나온 몇 가지 내용으로 유튜브 채널 「최소한의 물리, 출장물리, 기본물리」도 운영하고 있다. 집필·강연·자문을 하는 것은, 물리학자로서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정창욱 
한국외대 물리학과 교수
한국물리학회 대중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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