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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바깥으로
문명의 바깥으로
  • 최승우
  • 승인 2023.04.25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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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지음 | 창비 | 280쪽

시는 세계의 어둠을 어떻게 밝히는가

한국시단의 기둥 나희덕, 상처 입은 세상을 어루만지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완성된 생태와 문명의 시론집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시단의 큰 기둥으로 우뚝 선 나희덕이 시에 대한 철학과 그간의 관심사를 촘촘하게 엮어 시론집 『문명의 바깥으로』를 펴냈다.

1989년 등단 이래 쉼 없이 추구해온 생명·생태·환경 등의 시적 주제가 유려하고도 날카로운 언어로 가득 차 있다. 나희덕은 시인으로서의 작품활동은 물론이고 깊이 있는 비평문과 마음을 보듬는 산문으로도 정평이 난바, 이번 시론집은 평론가로서 또한 에세이스트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또 하나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발표한 글들을 벼리고 선별한 다음 일관된 주제와 일정한 호흡으로 치밀하게 구성해낸 덕분에, 에세이처럼 쉽고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저자의 문장과 주제의식이 뇌리에 또렷이 각인되는 것이 특장점이다.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창비 2003) 이후 이번 시론집을 묶어내는 데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것은 저자가 얼마나 꼼꼼하게 글들을 직조해냈는지를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상기후와 팬데믹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독자에게 『문명의 바깥으로』는 시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끝까지 시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며, 세계의 어둠을 밝히며 시가 열어젖히는 새로운 지평에 대해 꼿꼿하게 써내려간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시 읽기가 가치 있으며 또한 즐거운 일임을 깨달을 수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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