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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 바이오 안보와 균형 찾기 시급하다
과학 연구, 바이오 안보와 균형 찾기 시급하다
  • 김재호
  • 승인 2023.05.01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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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폭스·조류인플루엔자’
변이로 팬데믹 우려 확산

지난달 26일 기준, 국내 엠폭스(MPOX: 원숭이두창) 누적 환자가 34명이 됐다. 엠폭스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발진성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엠폭스는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1970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인체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됐다. 변이를 통해 진화해온 엠폭스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중앙아프리카·서아프리카의 풍토병인 엠폭스 환자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바이오 안보(biosecurity)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바이오 안보는 감염성 질병의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식물에 유해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유기체의 유입·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말한다. 바이오 안보는 야생뿐만 아니라 연구실험실과 군사시설에도 적용된다. 

 

실험실에서 유출되는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위협받고 있다. 과학 연구도 좋지만, 생물학적 위험을 규제하는 감독이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1만 명을 넘고  있다. 지난달 25일 신규 확진자는 1만6천383명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조류독감)도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이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수천만 마리의 조류가 살처분되는 가운데, H5N1 변이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고 있다. 변이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해 사람이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현재 일본은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살처분할 땅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인간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사망했다. 칠레에서는 최초로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자가 발생했다. 변이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향후 수년 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미확인 병원체 연구로 오히려 감염 확산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에 대한 연구가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분석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간과 동물 모두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와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퇴치-예방-감시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다. 미국 연방 정부는 전 세계 최소 78개국과 10개 이상의 지역에서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에 약 30억 달러(4조 65억 원)을 투자했다. 

열대우림을 탐사하는 연구원들은 동남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비료로 채굴되는 박쥐의 배설물 등 박쥐의 분비물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감염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수년 동안 바이러스를 분류하는 별도의 작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 투입된 과학자들은 박쥐에게 물리거나 할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또한 박쥐의 소변·혈액이 눈과 얼굴에 튀는 경우도 생겼다. 

바이러스나 세균의 실험실 유출 사고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903년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과학자는 비저균(말·당나귀에서 유행하고 사람도 감염시키는 감염성 질환 유발 병원균)에 감염됐다. 접종을 마친 기니피그를 부검하며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는 일하던 중에 손가락에 상처를 입었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1967년 통일 전 서독에서는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 발생했다. 연구를 위해 수입한 아프리카 녹색 원숭이의 피부조직에 노출된 실험실 노동자 31명이 마르부르크 출혈열이 발병했고, 7명이 사망했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는 공중보건연구소

바이오 안보는 전쟁 중에도 문제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단의 교전 단체 중 하나가 하르툼의 국립 공중보건연구소를 점령함으로써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핵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따르면, 전쟁은 소아마비와 콜레라를 포함한 다양한 병원균 샘플을 수용하는 시설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연구소를 점령한 후에 모든 기술자를 실험실에서 쫓아내버서 생물학적 위험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아울러, 연구소에 대한 공격으로 전기·물 공급이 중단되어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수단 시민들이 말라리아·콜레라·뎅기열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 수단 내전에 발생한 이후, 14건의 의료시설 공격이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도 러시아군이 공공·동물보건연구소를 장악해 병원균이 유출될 위험에 놓인 적이 있다.

 

보스턴대 과학자, 기괴한 코로나바이러스 개발

그레고리 코블렌츠는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은 실험실 사고와 고위험 과학의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후적이고 무계획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고위험 연구를 수행하는 100개 이상의 실험실이 존재한다. 그래서 지난 1월 바이오 안보를 위한 국가과학자문위원회의 전문가 패널들이 만장일치로 바이러스에 대한 이중 용도의 연구를 감독하는 방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권고했다. 연구의 목적이 평화적이더라도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병원체나 정보는 이중 용도로 간주된다. 권고안은 당장 위험해 보이지 않더라도 감독 대상 병원체의 범위를 확대하고, 민간 자금 지원 연구도 감독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바이오 안전과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18억 달러(2조4천57억 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예를 들어, 정부 자금을 사용하지 않았던 보스턴대 과학자들은 정부의 감독 없이 향상된 특성을 지닌 비현실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를 만들었다. 코블렌츠 교수는 자금 출처에 관계없이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는 모든 연구기관은 감독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교통안전위원회나 원자력규제위원회와 같이 강력한 감독 권한과 자원을 가진 독립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스위스·네덜란드·영국·독일이 이미 바이오 안보에 대해 강력한 감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 연구를 저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과학과 바이오 안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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