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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AI 시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심리학, AI 시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 백종수
  • 승인 2023.05.03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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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다섯 번째 주제 ‘AI시대의 심리학’① 심리학의 역할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에 이어 다섯 번째 주제로 ‘AI시대의 심리학’을 다룬다. 백종수 연세대 연구교수(시스템과학융합연구원)의 첫 번째 글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초입에 있는 지금, 
심리학은 인공지능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고찰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정책 입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만 수많은 시행 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되었다. IBM 왓슨이 미국 퀴즈 쇼 ‘Jeopardy!’에서 우승하고, 알파고는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했다. 최근에 등장한 챗GPT가 수많은 질문에 훌륭한 답변을 생성하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달갑게 여기건 달갑지 않게 여기건 상관없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진보된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삶 곳곳에 침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까? 필자는 인지과학을 전공한 심리학자로서,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심리학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심리학, AI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연구 분야에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다. 매년 엄청난 양의 연구가 인공지능에 대해서 혹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수행되고 발표되고 있다. 심리학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이나 기계 학습이라는 키워드로 심리학 연구를 검색해 보면, 대다수의 연구는 기계 학습을 데이터 분석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기계 학습을 통한 데이터 분석은 기존의 통계 방식으로는 분석하기 어려웠던 복잡하고 방대한 자료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심리학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는 분명히 환영할 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심리학 연구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기계나 프로그램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따라서 더 나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과 생각에 대한 이해와 이를 구현하는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실제로 알파고에 사용된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발견에 기반한 것이며, 구글의 검색 엔진에 사용된 베이즈 추론(Bayesian inference)은 인간의 추론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리고 딥러닝의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은 인간 시각 피질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심리학자들에게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이미 친숙한 주제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AI혁명 이후 다가올지도 모르는 문제를 두려워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 소외를 그린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하지만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공학자에 의해 개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심리학이 더이상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지능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충분히 혼자 발전할 수 있을 정도로 멀리 가버린 것일까?

많은 심리학자들은 스스로를 인공지능 사용자라고 생각하지, 공동연구개발자로서 역할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심리학은 학제적 공동연구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동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심리학은 연구의 도구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생각을 더 잘 반영하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시대,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

산업혁명 초기에 일시적으로 ‘기계 파괴 운동’과 같은 반동도 있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세상은 산업사회로 넘어가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도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라는 이 거대한 흐름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커다란 사회변혁은 항상 수많은 부정적인 문제도 파생시켜 왔다. 산업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는 인권·노동·환경 문제와 같은 수많은 사회 문제들이 야기되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놀람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도 인공지능이 파생시킬 수 있는 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불안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다가올 세상을 예측하고 조망할 수 있다면, 세상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인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삶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기술적·사회적·제도적·윤리적·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심리적 변화와 문제에 대해서도 미리 연구할 필요가 있다.

AI와 인간을 잇는 일. 아마 AI시대 심리학의 역할이지 않을까. 사진=펙셀

인공지능 시대 심리학의 역할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음악을 듣다가 기존에는 잘 모르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취향이 생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각을 모방한 인공지능이 오히려 인간의 마음·행동·사고 방식·능력 등의 생각을 바꾸게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고 결국은 퇴화될 것이라는 일부의 걱정이 사실이라면 인공지능의 연구개발은 금단의 영역으로 남겨둬야만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관계나 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심리학적 문제들에 대해 우려한다.

최근 인공지능 과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기업가들이 GPT-4보다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을 중단하고,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조사하라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시대의 초입에 있는 지금 심리학은 인공지능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 데이터 기반의 경험적 연구를 통해 선제적으로 고찰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정책 입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면, 수많은 시행 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심리학에 주어진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백종수 연세대 시스템과학융합연구원 연구교수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심리학(뇌인지과학 분야)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각, 주의 등 인간의 초기 정보 처리 과정에 대한 인지 계산 모형의 개발과 베이즈 추론을 이용한 적응형 실험 절차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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