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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1 얼음
SF 보다 Vol.1 얼음
  • 최승우
  • 승인 2023.05.02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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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외 7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32쪽

세계를 얼렸다― 상상력이 열렸다!

얼음 속에서 얼크러지는 여섯 가지 이야기
얼음 표면에 얼비치는 여섯 가지 가능성

〈SF 보다〉 시리즈 첫번째 책의 주제는 ‘얼음’이다. 음료에 들어 있는 아이스 큐브부터 비정형의 빙하까지, 현실 세계에서 자유로이 꼴을 달리하는 얼음은 문학의 세계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문학작품 속에서 얼음은 “낭만과 추억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낯섦과 공포, 미스터리와 언캐니를 의미하기도 한다”(문지혁). 이토록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품은 매력적인 테마가 『SF 보다―Vol 1. 얼음』에서 각양각색의 상상력을 지닌 여섯 작가와 만난다.

물과 달리 얼음에 붙잡히면 흐르지 못한다. 얼음은 물질을, 생명을, 시간을 멈춘다. 영구동토의 만년빙에는 먼 과거의 대기 구성 정보가 보존되어 있다. 때로는 고대인의 시신이, 미지의 바이러스가, 외계의 괴물이 들어 있다.
―심완선, 크리틱 「미지가 사라진 자리에는 인간만이」 부분

한국문학의 좌표계에서 유의미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걸출한 작가들이 『SF 보다―Vol 1. 얼음』에 총출동했다. 번뜩이는 발상을 토대로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곽재식부터 정교한 필력으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구병모, 여러 장르를 오가며 유연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남유하, SF어워드에서 두 차례 수상하며 날카로운 통찰력을 인정받은 박문영,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등을 수상하며 특유의 섬세한 감각을 펼쳐 보인 연여름, 『천 개의 파랑』을 통해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예스24)로 자리매김한 천선란까지. 여기에 독자의 사고를 너르게 확장해줄 하이퍼-링크와 크리틱이 시작과 끝에 자리하여 풍성함을 더한다.

『SF 보다―Vol 1. 얼음』에는 “눈앞의 얼음을, 혹은 눈앞에 없는 얼음을, 골똘히 바라보고, 관찰하고, 상상”(문지혁)한 여섯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언가를 붙잡는다’는 얼음의 특징처럼, 『SF 보다―Vol 1. 얼음』의 이야기 속 얼음들은 비현실을 부유하는 ‘사변적 즐거움speculative fun’을 붙잡아 현실 공간에 데려다 놓는다. 또한 이 얼음들은 독자의 시선 역시 매혹적으로 붙들며, 그 시선 너머로 찬란하게 반짝이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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