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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기반 수업의 미니 프로젝트, 학생 창업까지 자극한다
경험 기반 수업의 미니 프로젝트, 학생 창업까지 자극한다
  • 조성배
  • 승인 2023.05.1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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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㉔ 조성배 한동대 교수
조성배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 관련 교육을 지도하며 디자인 스프린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해당 방법을 통해 학생들은 창업 아이템 기획부터 사용자들로부터의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경험했다. 사진=조성배

학생들에게 기존의 대학 수업은 때때로 재미있는 ‘베스트셀러 게임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자체는 정말 재미있지만, 게임을 직접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은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다. 게임 매뉴얼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했더라도, 우선 게임을 경험해본 사람은 금방 게임의 묘미에 빠져들고 재미를 느낀다.

게임에 재미를 느낀 플레이어는 숨겨진 규칙이나 요령을 파악하기 위해 매뉴얼에도 관심을 갖고 이를 더욱 파고들려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관련 게임의 공략법을 따로 찾아 공부하기까지 한다. 배운 지식을 활용할 기회없이 계속해서 배우는 삶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는 근본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나는 이를 위해 배운 지식을 활용하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최대한 앞당겨서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프로젝트기반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학기 후반까지 이론 중심으로 배우다가 학기 말이 돼서야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힘들게 이론을 배운 학생들도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고, 학습 동기도 상실해버린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 교수의 입장도 난처해진다. 이런 방식으로 학습자가 새로운 기술을 접하게 되는 학습자는 그 기술의 장점과 구조를 파악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산업계는 이미 다른 접근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학습자에게 기본을 가르치기 전에 기술 관련 공식 웹사이트 자료를 보면서 간단하고 흥미로운 튜토리얼 프로젝트를 경험하도록 해서, 기술의 장점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도록 해준다. 학습자는 구체적인 궁금증과 관심을 가진 상태로 만든 후에야 해당 기술을 폭넓고 깊이 있게 습득하게 된다.

근사한 수업경험, 학생의 호기심 촉발

필자가 운영하는 ‘모바일 앱 개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첫 주부터 앱을 개발하는 미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앱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컴퓨터 언어의 구체적인 문법이나 프레임워크의 구조를 아직 배우지는 못했지만, 근사한 앱을 만드는 경험을 먼저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미니 프로젝트를 통해서 앱 개발의 전반적인 과정과 한 학기 수업의 목적을 생생하게 파악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간소하게라도 앱을 제작하며 갖게 된 각자의 호기심을 중심으로 수업을 듣게 된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개강 2주차에 학기 말까지 완성해야 하는 팀프로젝트를 위한 주제 선정과 기획 설계를 해야 한다. 학생 스스로 평소에 만들고 싶었던 주제를 구체화하는 고민과 기획을 선행한 학생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다. 학생이 흥미를 갖게 한 뒤 이론 강의를 진행하면, 학생들은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결과물인 앱을 위해 기술을 잘 파악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 상태에서 수업을 듣게 된다.

학기초, 프로토타입 도구인 Figma로 학생들이 제작한 설계 화면 예시. 사진=조성배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작고 큰 앱을 4~5개 만드는 경험을 하면서, 이론 강의를 통해 궁금해하는 필요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배운다. 이러한 경험을 돕기 위해 수업에서 가르칠 ‘기술 스택’(웹사이트나 웹 앱을 만들기 위한 언어·데이터베이스·프레임워크 등의 집합)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리했다.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수업에서 채택해왔던 게 아니라 산업계 수요에 따라 빠르게 발전하고 효과적인 개발이 가능한 기술을 채택해 수업을 진행했다.예를 들면, 플러터(Flutter)라는 기술은 하나의 코드로 웹, iOS(아이폰), 안드로이드 등 6개 이상의 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장점이 있다.

플러터를 활용하면 완성도 높은 앱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학생들은 플러터를 통해 예전과 달리 개발한 코드를 2개 이상의 플랫폼에서 구동하며 성취감과 이후에 있을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개발 경험이 적은 대학생들도 빠르게 배울 수 있고, 짧은 기간 내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여러 플랫폼에 배포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교내 창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학생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면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자기주도적인 프로젝트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창업으로까지 이어진다. 또한, 창업 프로젝트의 활성화 결과, 많은 학생팀에게 좋은 성과가 있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받아온 상금과 지원금은 11억 원이 넘었고, 국내와 해외 창업 관련 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도 많았다. 재학생들의 결과물이 앱스토어 인기 순위에도 올라가는 결과도 있었다.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 수업 생태계 구축은 확실한 효과가 있다.

협업·의사결정·피드백 수용 능력도 ‘경험’으로 

창업 프로젝트에 도전한 학생들이 많은 덕분에 창업 관련 교육을 방학마다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창업 교육 내용을 참고해 세법과 지적재산권 등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졸고 있는 학생들을 깨우기 바빴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보람이 없었다. 과감하게 몇 개월간 준비한 강의 내용을 폐기하고,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다시 고민했다.

창업 아이템에 확신이 없고 불안해하는 학생들에게 수업 초기에 법적 의무와 행정적인 절차를 가르치는 것은 이들의 도전을 막는 행위에 가까웠다. 그래서 아이템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수업 방향을 틀었다. 고심한 끝에 선택한 수업 방법론은 디자인 스프린트(Design Sprint)다.

디자인 스프린트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에 성공한 구글벤처스(Google Ventures)에서 고안한 기획 프로세스다. 이 과정은 단 4~5일간 빠르게 팀 내 협업과 의사결정을 통해 시제품을 만들고,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시장 반응을 살핀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효율적 팀내 협업과 서로가 납득하는 체계적 의사결정을 경험한다. 또한, 팀내 탁상회의가 아니라 사용자 테스트를 통한 피드백으로 본인의 아이템이 좋은 솔루션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경험도 한다. 하루만에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획 경험과 사용자가 자신들의 시제품을 사용하며 만족하고 꼭 출시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 구체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실한 경험을 하고 동기부여가 된 학생들은 그 이후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것에 임한다. 수업 과제였다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상당한 완성도의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제품 출시 자금 마련을 위해 공모전·경진대회·지원사업에 참가해 1등도 차지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기술에 관련된 구글의 인공지능 글로벌 챌린지에도 참가해 국내 유일 위너팀에 선정되고, 졸업 전 재학생이 1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게임 된 학습, 전공 간 융합도 문제 없어

한동대 'Greedi'팀이 대학민국 키즈디자인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2019년수상했다. 학생들은 머신러닝 기반 코딩 교육 솔루션을 개발했다. 사진=조성배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본인의 창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지적재산권 확보 등 관련 법률에 대한 딱딱한 교육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한 시기에 스스로 탐구하고 해결한다.

이렇게 학습과 경험의 순서만 바꾸었는데도 굉장한 변화가 생겼다. 확실한 경험 이후의 학습은 강요 받는 의무가 아닌 모험이 되었고 게임이 되었다. 이렇게 모든 혁신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고 이미 느끼고 있는 힌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다양한 프로젝트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학문간 융합을 필요로 한다. 다른 게임(다른 전공)을 통해 본인의 게임 실력을 늘리고 싶은 경우도 생기고, 게임 간 재미있는 요소를 융합할 때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전공 간 협업 또한 필수적이고 당연한 것이 된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창업팀들은 디자인, 경영 등 여러 전공의 학생들과 활발하게 협업을 하며 융합 프로젝트의 경험을 게임처럼 하고 있다. 이러한 기특한 학생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교수들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진다. 

글로컬, 대학을 넘어 글로벌에 “경험”을 나눈다

학생들의 프로젝트 경험 수요가 수시로 많아지니, 필요한 기술 교육을 학기 정규 교과 시간 이외에도 제공할 필요가 많아졌다. 교수 개인만으로는 이런 수요를 전통적인 교과 과정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지속적인 교육을 자동화하기 교육 경험과 창업 경험을 가진 창업팀과 협업해 직접 마이크로러너블(MicroLearnable)이라는 HTHT(High Touch High Tech) 솔루션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기술(High Tech)로 반복적인 교육은 자동화하고, 교육자는 학생들과의 깊이 있는 상호작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 기술들이 모두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되어 고사양 컴퓨터와 복잡한 세팅 없이도 웹브라우저로 접속만 하면 365일 누구나 쉽게 학습할 수 있고,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을 이용하여 전세계 어디서든 빠르게 접속이 가능하다. 그리고 1~3시간 단위로 교육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5~10분 단위(Micro Unit)로 구성된 학습 및 실습 컨텐츠를 제공해 수시로 학습 성취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자동채점 기능까지 포함돼 학생들의 구체적인 성취도와 활동 내역을 교수가 간편하게 다운로드 받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365일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 실습, 프로젝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기자 교내에서는 교과/비교과 교육에 활용을 시작했다. 예비 신입생을 위한 부트캠프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솔루션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도 교육적 효과가 있었다. 수업 내용과 연구 내용을 솔루션에 적용하고, 개발과정에서 발견한 방법들을 수업에 적용하여 교육, 연구, 창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왼쪽은 조성배 교수가 코스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전세계 학생을 대상으로 Zoom Q&A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사진=조성배

개발한 마이크로러너블은 유니트윈을 통해 빠르게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등 6개국 이상의 대학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산업계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트렌디한 프로그램 언어, 웹/앱 개발 프레임워크, 클라우드, 프로젝트 실습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해당 교육만으로도 학생들은 지역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모바일(iOS, Android), 웹, 데스크톱(Windows, MacOS, Linux), 내장 디바이스 등 6개 이상의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앱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 

마이크로러너블을 제공하기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많은 국가의 다양한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JIU의 경우에는 새롭게 IT관련 학과를 신설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교원 확보 문제가 해결되었고, 5개의 과목에 자동화된 코스를 도입했다. 탄자니아 UAUT, 우간다 쿠미대학의 경우에는 현지 자체 인력만으로 집중 캠프를 진행할 수 있었다. 현지 교원이 교육할 기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동영상 강의, 실습 환경, 자동 채점 등을 모두 갖춘 자동화된 교육 플랫폼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SW개발 역량을 위한 집중 캠프를 운영할 수 있었다. 

조성배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모바일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Applied AI와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이 많아, 매년 5개 넘는 창업팀을 배출하고 있다. 멀티플랫폼 SW개발 교육, Design Sprint 교육, Design System을 활용한 다학제간 융합 교육에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외 여러 학교에서 특강 및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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