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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직업교육, 지역 살리는 정주형 인력 키워 ‘계층 사다리’ 역할”
“전문대 직업교육, 지역 살리는 정주형 인력 키워 ‘계층 사다리’ 역할”
  • 김봉억
  • 승인 2023.05.10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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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교수 77.5%가 “전문대 직업교육 강화 필요” 공감
직업교육법 제정, 고등교육기관 재구조화 필요
지역 정주 인력 많고 현장 중심 전문대가 지역 살려

 

교육부 규제 개혁 조치는 ‘구조조정’ 위한 것인가
전문대-일반대-사이버대 ‘벽 허물기’에도 소외 느껴
전문대 ‘수업연한’ 일반대와 같이 자유롭게 풀어줘야

교수신문이 지난 4월 실시한 ‘윤석열 정부 대학개혁 정책 인식조사’에서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대학개혁 정책 가운데 정책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한 정책은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강화’였다. 77.5%의 교수들이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622명 중 일반대 교수가 528명으로 84.9%를 차지한 걸 고려하면, 전문대 교수뿐 아니라, 일반대 교수들에게도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교수들은 무엇보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역할 구분과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반대학은 학문·연구 중심으로, 전문대학은 직업교육 중심으로 고등교육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은 “정부의 책무성 차원에서 전문대학에 필수적인 재정을 투입해 전문직업인 양성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며 “직업교육 기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직업교육법 제정을 통해 5년 기본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특히 고등교육기관 재구조화에 대해 전문대학과 일부 일반대학이 고등직업교육 기관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1~4년 학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수업연한은 자유롭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지금 교육부가 규제 개혁을 통한 자율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대학 정책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밝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모든 정책이 일반대학 위주로 가고 있고, 전문대학 정책은 우선순위에 밀려 소외되고 있다.”

전문대학의 차별화된 발전 방향은 명확했다. “지역과 상생하고,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달 25일 서울 충정로에 있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실에서 남 회장을 만났다. 

남성희 회장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BS 아나운서로 일했으며, 영남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회장, 한국전문대학 법인협의회 회장, 아시아·태평양대학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2002년부터 대구보건대 총장을 맡고 있으며, 2020년 9월부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20대 회장에 이어 제21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전문대학 관련 고등교육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대학평가체제 개편에 따른 후속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대교협은 평가인증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인증기준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비해 졸업생들의 지방 정주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지자체와 연계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산학협력, 평생 직업교육을 통해 ‘지역인재 양성-취·창업-정주’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체계적인 고등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교육부는 최근 교육개혁 3대 정책(돌봄·디지털 교육·대학개혁)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직업교육법이 제정돼야 합니다. 직업교육법에 따라 5년 기본계획을 세우고 전문대학 직업교육 정책이 소외되지 않게 더 강화해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결국 지방을 살리고 지방에 맞는 인재를 길러 지역에서 정주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정부의 선택과 집중 방식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거예요. 양극화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될 것입니다. 전문대학 학생에 대한 지원이 양극화 해소 방안입니다.”

△ 교육부는 ‘규제 제로화’를 선언하고,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모든 정책이 일반대학 위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교육부가 규제 개혁을 통한 자율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대학은 많이 배제돼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학령 인구 감소에 이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대학 정책마저도 배제된다면 똑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통합시 일반대학에 전문학사를 줄 수 있게 하는 건, 구조조정 개념이지 규제 개혁 개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똑같이 길을 열어 주고 경쟁을 붙여서 개선하는 게 맞죠.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을 풀어 주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 대학은 글로컬대학30 선정과 관련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별도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아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렇죠. 예산 확보가 잘 안된 것 같습니다. 사립대는 지방대 활성화 사업비의 인센티브 예산을 활용해 글로컬대학을 지원하는데요. 지방대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대 활성화 사업비를 배정해 지원하기로 한 예산인데, 거기서 일부를 빼내서 어느 특정 대학을 밀어주면 다수 대학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는 14년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 부족분을 메워 주기 위해 도입이 된 겁니다. 특별회계 도입에 따라 대학지원이 대폭 늘어나길 기대했는데, 당초 안보다 많이 축소됐고, 증액된 재원도 약 30~40%는 평가해서 인센티브로 주겠다고 하고, 인센티브 금액의 일부를 당초 계획에 없던 글로컬대학 집중 육성에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몇몇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고 있는데, 이렇게 가면 다른 대학들은 다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으로 몰려갈 수도 있죠. 그런 걱정도 됩니다.”

△ 교수신문이 창간 31주년 특집으로 진행한 ‘윤석열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전국 대학교수 622명 중 77.5%가 ‘전문대학 직업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고등직업교육체제를 어떻게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무척 의미 있는 설문조사 결과이자 사회의 공적 아젠다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책무성 차원에서 전문대학에 필수적인 재정을 투입해 전문직업인 양성이 필요합니다. 

일반대학은 학문·연구 중심대학으로, 전문대학은 직업교육 중심대학으로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고등교육체제가 개편된다면, 기능 중복에 따른 비효율과 국가재정 낭비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전체 고등교육 차원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문대학이 필요한 이유는 지역 사회·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된 산학협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대학 졸업생의 경우 지방 정주율이 높아 지방소멸 완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올해 3월 직업교육법 제정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기초 직업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다 하고 있잖아요. 전문적인 직업교육은 고등직업교육 기관에서 하는데 중구난방으로 일반대와 전문대, 폴리텍에서 하고 있죠. 직업교육법을 제정해 5년마다 성장 가능한 직업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인력을 양성한다면, 고등교육기관도 재구조화가 필요합니다.  

일반대학 중에서도 직업교육으로 갈 곳은 전문대학과 함께 2년 전문학사부터 4년 학사과정까지 풀어 주고, 전문대학 중에서도 잘하는 곳은 마이스터대로 지정해 기술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석사까지 할 수 있죠. 이렇게 고등교육체제 개편이 필요합니다. 직업교육법 제정은 일반대와 전문대의 역할 분담을 수직적으로 구분하던 것을 수평적으로 분담해 정체성을 확립해 주는 계기가 될 겁니다.”

△ 전문대학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전문대학이 필요한 이유는 지역 사회·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된 산학협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현장은 첨단 신기술 개발 능력을 갖춘 R&D인력과 실제 생산을 맡고 있는 현장 인력으로 구성됩니다. 균형있는 인력 양성 정책을 마련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전문대학 졸업생의 경우 지방 정주율이 높아 지방소멸 완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문대학 졸업생의 약 6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 구축과 계층 이동사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직업교육이 살아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직업교육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런 현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가지 말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전문대학 유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전문자격, 전문기술을 갖출 수 있어 일반대학(4년제) 졸업 후 전문대학으로 다시 입학하는 ‘유턴 입학’ 사례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문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유턴 입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지난 5년 동안 전문대학으로 유턴 입학한 학생들이 입학 전 일반대학을 다니면서 지출한 학비와 생활비는 약 4천억 원으로 파악됩니다. 여기에 전문대학을 다니면서 다시 지출한 비용을 합치면, 7천 3백억 원대로 추산됩니다. 

일반대학 평균 졸업 기간이 5년 2개월로 늘어나는 등 휴학과 구직, 입시에 들어간 직·간접 비용을 고려하면, 사회적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처음부터 합리적인 진로 설계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었던 비용인 셈입니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본인의 진로나 적성에 맞는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교육 아젠다라고 생각합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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