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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00위 안 국내 대학, 연구중심대학으로 길러야”
“세계 500위 안 국내 대학, 연구중심대학으로 길러야”
  • 강일구
  • 승인 2023.05.1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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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학회·한국국제경제학회, ‘고등교육 개혁 방향’
“학생 등록률 70% 미만이면 대학 지원도 중단해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교육학회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고등교육 개혁 방향’이란 주제로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교육정책포럼을 열었다.

세계대학 순위에서 500위 안에 드는 국내 10여 개 대학을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규제 완화와 재정지원을 통해 자율에 따른 대학 생태계가 유형별 특성화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교육학회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고등교육 개혁 방향’이란 주제로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교육정책포럼을 열었다.

김진영 건국대 교수(경제학과)는 먼저 한국 대학 생태계의 중심에는 연구중심대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연구중심대학에 속하거나 연구중심대학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은 4년제 대학 중 20곳을 넘기기 어렵다며 소수 대학을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연구중심대학은 학부보다는 대학원이 학교 운영의 중심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학원생의 비중 자체가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서울대를 제외하고 종합대학 중에는 대학원생 비중이 3분의 1이 넘는 기관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학령인구 감소라는 상황에서 대학원생 비중이 소수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연구 역량이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학의 고등직업교육을 내실화할 것도 제안했다. 대학교육이 전통적인 학문교육에 바탕을 두고 있더라도 변화한 경제 구조와 노동시장에 적합한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근거다. 그는 “고등직업교육이야말로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를 대부분 차지하므로 기존의 학부 교육을 통해 그 수요를 맞춰야 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대학 지원에 대학 개혁 방향을 설명하며 민간 대 정부의 투자 비중이 6:4 정도 돼야 하고, 등록금 인상이 계속 통제된다면 5:5 정도를 유지하며 전체 재정 규모는 키워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재정지원과 병행된 규제도 새로워져야 한다며 수월성 추구하는 대학에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혁신을 유도하는 기관지원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야 할 재정 지원방식으론 정부가 고등교육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충족한 소수 대학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직업교육-산학협력은 그간 재정지원의 사각지대였다며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고 했다.

재정지원 대학을 결정할 때는 지원 자격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생의 등록률이 일정 수준(가령, 70%) 미만일 때는 신입생부터 대학 지원을 중단하고 졸업생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실적을 성과지표로 포함하자고도 했다. 대학의 규제 방향에 대해서는 사전규제보다는 엄격한 사후관리 방식이 돼야 한다며 “비리를 막기 위한 규제보다는 교육의 질 향상을 전제로 한 규제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재정지원도 중단해야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학의 변화에 대해서도 참고해야 할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교양 폐지와 대학 강의 전체를 전공 수준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현 수준의 교양은 유튜브에게 맡기고 대학 강의는 철저한 학문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전공’ 수준으로 가르쳐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대학이 젊은 교수 채용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기존의 성과만을 바탕으로 한 교수 채용은 신임교수 연령을 높게 하고 대학의 활력도 떨어트린다며, 잠재력과 학문적 기여 등을 주요한 평가 요소로 제고할 것은 제안했다. 아울러, 학생이 대학 개혁의 중요한 동력이라며 교육과정개편위원회 등에 참여시킬 것을 제안했다. 

라이즈·글로컬대학, 학생 이동·생활권 권역 고려돼야

백승주 한국교육개발원 대학역량진단센터 소장은 대학 개혁에 빠져선 안 될 부분으로 교수 혁신을 들었다. 그는 대학의 가장 밑단에서 변화를 끌어내는 교육과정의 설계, 수업의 방식 변화, 디지털 학습 도구의 활용 등에 대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수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고, 교수 사회가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특정 대학 출신이 아니라, 특정 전공을 선택한 사림이 인정받는 사회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각 대학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선택과 집중하는 개혁이 필요하고, 시장이 그것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동일 전공과 학문에서 질 관리를 보장하는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의학 분야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 평가 인증 제도가 미국에서는 50곳 이상의 전공과 학과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라이즈와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해서는 고등교육의 판을 흔들 변화라 평가했다. 그는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추진 과정에서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기초·광역지자체가 대학 사무 분담, 적절한 조직 편제, 공무원의 대학에 대한 이해 등의 사안이 고민돼야 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범위도 고려 대상이라고 했다. 백 소장은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대학은 13개지만 이들 대학은 대구를 생활권으로 두고 있고, 부산에 인접해 있어도 창원과 창원 김해 등 경남에 소속된 대학은 하나의 생태계로 형성돼 있다”라며 “광역시·도 편제에 기반한 라이즈 체계가 자칫 지역 갈라치기 정책으로 갈 우려가 있다”라고 했다. 

그는 학생 이동과 생활권 권역에 기반한 ‘지역의 범위’를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백 소장의 문제의식은 지난해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에서도 지적한 바가 있다. 지난해 사교련은 지역균형발전과 대학을 살리기 위한 거버넌스 모델로 (가칭)광역고등교육청을 제안했다. 광역고등교육청을 제안하며 “대학은 수천 명의 규모로 거주지의 지리적 위치와 무관하게 소재하는 경우가 있고 고등교육 기관은 주변 지자체와 협력할 필요도 있기에, 도·광역시를 넘어선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윤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재원조달 구조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민간에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선 등록금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에서 재원을 조달한다면 유초중등교육에 집중된 교육재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고학력자는 많아도 ‘고역량자’는 드물다며, 고역량 인력의 양성 책임이 고등교육에 있기에,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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