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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 조기퇴출이 더 공익”
“부실대학 조기퇴출이 더 공익”
  • 강일구
  • 승인 2023.05.19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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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원회, ‘사립대 구조개선법’ 공청회
강득구 의원,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악 선택해야 하는 기로”
유기홍, “대학설립 준칙주의 원죄 이주호 장관…여·야 설득 나서야”

 

국회 교육위원회는 사립학교 구조개선법 공청회를 지난 17일 개최했다.

“충원율이 낮은 대학을 빨리 솎아내지 않으면 수십 개 대학의 충원율도 60~70%로 떨어진다. 구조개선의 초점은 개별 대학 정리만이 아니라 대학 생태계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계대학 퇴로 방안 중의 하나로 ‘해산 장려금’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학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17일 개최한 ‘사립대 구조개선법’ 공청회에서 하연섭 연세대 교수(행정학과)가 주장한 내용이다. 이날 공청회에는 진술인으로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전윤구 경기대 교수(법학과)가 참여했다.

하 교수는 부실대학의 출현은 학생충원율이 0%에 가까운 대학부터 차례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며 해산 장려금을 활용해 빠르게 부실대학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 여파가 다른 대학에도 미칠 것이라 강조했다. 대규모 부실대학 출현을 막기 위해 선제적 조치로 해산 장려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사립대가 공공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해산 장려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는 부실대학을 빠르게 청산하는 것이 공공성에 기여한다고 봐야 한다. 부실화된 대학에 교육의 공공성을 요구할 수 없다. 빠르게 청산해 다른 대학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정경희 의원이 발의한 구조개선법안이 ‘사립학교법’에서 규정한 비리 사학에게도 해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하 교수는 “‘사립학교법’이 제정될 당시는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가 팽창하던 시기에 대학의 비리를 제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해산장려금의 부작용을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 지원의 타당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학진흥기금 청산지원계정으로 잔여재산을 귀속시키고 해산하려는 법인이 크게 늘어날 경우 사학진흥기금이 적자가 되거나, 정부의 해산장려금 지급 부담이 급격히 커질 우려가 있다”라고 했다. 또한, 구조개선법이 통과됐을 때 해산할 의지가 있는 대학이 몇 곳이나 되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재단 재산을 해산장려금으로 구매하는 것이, 공공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강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대해 하 교수는 “구성원 보호 뒤 남은 재산이 사학진흥재단 청산계정으로 들어간다. 청산계정에 들어갈 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그 가격대로 들어간다. 사학진흥재단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가격으로 재산을 사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윤구 교수는 정책의 역효과 문제를 들었다. 전 교수는 “대학 학교법인 청산 후 잔여재산은 초중등 법인보다 상당히 크다. 지급받는 금액에 따라 상속세보다 적은 세금을 내며 결과적으로 우회 상속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국고 귀속 잔여재산이 클수록 받을 수 있는 해산장려금의 규모가 커지기에 설립자 입장에서는 청산 후 잔여재산 중 교직원에 대한 퇴직위로금이나 학생 편입학 지원금 금액을 가급적 낮추고 억제하려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한편, 김경희 명지대 석좌교수도 해산장려금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는 “청산 후 사학진흥재단에 귀속되는 재산의 30% 범위에서 재산을 환원하는 것으론 적극적 구조조정 요인이 되지 않는다”라며 “출연재산환원금이 학교법인 재산 출연에 비해 적고 그 금액이 확정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려 구조개선 촉진 효과가 적다”라고 했다. 해산장려금보다는 잔여재산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자에게 잔여재산을 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발적 구조개선 유인 효과가 크다고 했다. 

“폐교대학 특별지원지역 지정은 국민에게 부담”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사진 왼쪽부터)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전윤구 경기대 교수(법학과), 하연섭 연세대 교수(행정학과)가 참여했다.

공청회에서는 각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진술인의 보충의견도 제안됐다. 김경희 석좌교수는 보충의견을 통해 “3개 법안 모두 정부 주도 구조개혁 방식이다. 이는 해산 여부 결정권을 쥔 경영인에 대한 유인책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며 “사립대가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조치가 담겨야 법안의 취지가 살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양도와 양수에 관한 조항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들었다. 그는 “현재 법에는 전체를 양도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현실에선 1개 법인이 여러 대학을 갖고 있다. 특정 단과대학만이라도 다른 대학에 양도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면, 부분 매각을 하며 학교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 중 ‘폐교대학 특별지원지역 지정’에 대해 하연섭 교수는 청산 관련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것이라고 했다. 하 교수는 “대학설립과 청산은 설립자의 책임이다. 법인 재산을 활용해 지원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법인 지원을 위해 세금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전윤구 교수는 경영위기대학 지정과 구조개선이행과 관련해 구성원의 보호 대책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재정개선이나 자율 개선 권고를 받은 대학을 위시해 자발적으로 폐교·해산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학생과 교직원 보호 대책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전 교수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폐교·해산 시 퇴직위로금 등을 포함한 구성원 보호조치가 취해지도록 하는 명시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구조개선에 대한 새판짜기도 제안됐다. 임희성 연구원은 “2040년에 남은 학령인구는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 입학생을 합한 수와 거의 동일하다. 지방대 모두를 사회복지법인이나 공익법인으로 전환하기 힘들다”라며 “학령인구 감소는 전체 대학정원을 줄여가면서 총체적인 방향으로 그림이 나와야 한다”라고 했다. 임 연구원이 제안한 방안은 수도권과 지방대의 입학정원을 모두 줄이는 것이다. 그는 “수도권 대학이 인구 감소에 영향이 적더라도, 외국의 경쟁력 있는 대학 중 서울에 위치한 대학처럼 학생 수가 3~4만 명인 곳은 없다”라며 “교육의 질을 올린다는 차원에서 서울의 대학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라고 했다.

사학법인연합회 회장 “위기대학 신속히 퇴출되도록”

공청회에서는 사립대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불신이 재확인되기도 했다. 강민정 의원은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 때도 대학 당사자들은 절박했지만, 시민들의 공감도는 떨어졌다. 사학비리도 문제지만, 시민 대다수가 사학 출신이기에 사립대학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며 사립대를 사유재산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비판했다. 임 연구원도 “국회의원들도 사립대 정책을 펼 때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사립대 지원에 대한 명분을 구하는 게 어렵다. 정부가 지원해도 경쟁력이 나아지지 않았고 시민들 인식도 좋지 않다”라며 “법이 통과되면 사립대에 대한 인식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개선 법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법을 발의한 여·야 의원만이 아니라 패널 간에도 견해차가 크지 않았다. ‘사립대 구조개선법’을 발의한 강득구 의원은 현재 구조개선을 해야 하는 근본적 원인은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 정책이라면서도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국민의힘)은 “대학설립 준칙주의나, 대학자율화 정책도 원인이 있겠으나,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최악의 저출생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에 관한 모든 문제를 사립대의 잘못으로 몰고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은 해산장려금 지급을 언급하며 “‘먹튀 대학’을 우려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이라며 시급한 상황이기에 구조개선 유인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사립대는 기본적으로 공공재다. 그럼에도 사유재산적 성격을 담고 있는 법안에 대해 전면 반대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다”라며 “학령인구 감소란 큰 변화를 생각해 이 법안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시적으로 해당 법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폐해 해소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립대 구조개선 문제에 대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기홍 교육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대학설립 준칙주의의 원죄를 진 이주호 장관이라고 지칭하지 않더라도, 사회부총리인 장관이 대안을 갖고 앞장서서 여·야 의원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법이 통과된 후의 실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청문회에서 제기됐다.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교육부가 책임 있게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청회를 찾은 유재원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은 “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빨리 제정돼서 어려운 사학은 퇴출이 되고 나머지 대학이 발전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선이 아닌가 싶다”라며 “여러 의견이 분분할 수 있으나 청산했을 때 그동안 교육에 매진한 인센티브로 잔여재산의 30% 정도를 설립자에게 할애해 주시면 고맙겠다. 그 기준선 설정이 어려우면 사학진흥재단에 각 대학의 기초자금이 보고돼 있을 것이니 이를 감안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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