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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준비 없이 문 여는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아무 준비 없이 문 여는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 신다인
  • 승인 2023.06.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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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정원 218명이나 늘렸지만 교육과정‧교수‧시설 계획 미정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수도권 10개 대학의 817명 증원으로 비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수도권 10개 대학의 817명 증원으로 비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지난달 27일 첨단융합학부 신설을 통해 218명의 신입생 순증이 확정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학부 운영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서울대는 교육부의 첨단분야 인재 양성에 발맞춰 6개 전공을 신설하고 신입생 334명을 증원하는 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는 교육부로부터 최종 승인받아, 첨단융합학부 내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지속가능기술 △혁신신약 △디지털헬스케어 △융합데이터과학 전공이 신설돼 입학 정원이 218명 증원됐다.

서울대가 대규모로 신입생을 순증한 일은 30여년만의 일이다. 이번 순증은 2024학년도 서울대 전체 입학정원(3천502명)의 6%, 공대(817명)의 26.6%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첨단융합학부 입학생은 3학기 이수 후 학부 내 5개 전공 중 1개 전공을 주 전공으로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오는 9월부터 수시모집을 시작하는데도 학부 운영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고, 커리큘럼과 교수 채용도 미정이다. 교육 과정은 물론 교수도 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서울대 내부에서는 첨단융합학부 신설을 둘러싼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첨단융합학부 운영이 시작되지만, 구체적인 학부 운영 계획이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 측에서는 첨단융합학부 신설이 확정된 다음날 공대 학생회에 첨단융합학부 신설에 대해 “공대 시설을 이용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기존 공대 학생들에 대한 교육 여건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지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서울대 본부에 문의한 결과 “첨단융합학부에 대해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신설이 승인만 된 것이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첨단융합학부 추진을 맡고 있는 A교수는 “지금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교수에 따르면 신설되는 학과에는 기존 교원인 공대 교수들이 들어가 수업할 가능성이 높다. 첨단융합학부를 위해 실험실과 장비 등의 인프라 구축 계획도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첨단융합학부 신설 과정에서 학내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대 공과대학 B교수는 “교수들과 상의 없이 본부가 주도적으로 운영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공유 받은 바 없고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수도권 10개 대학의 817명 증원으로 비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비수도권의 10개 대학이 교육부가 허용해 준 1천12명의 추가정원을 채우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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