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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별
원시별
  • 김재호
  • 승인 2023.06.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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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412쪽

정전 70주년을 맞아 펴낸 손석춘 장편소설
“중력이 꿈틀꿈틀하더니 이윽고 반짝인다. 마치 원시별처럼.”

항일 독립운동가 주세죽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 『코레예바의 눈물』로 이태준문학상을 수상한 손석춘 작가가 신작 『원시별』로 돌아왔다. 작가는 2001년 첫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 이후 끊임없이 역사의 아픔과 시대의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특히 분단과 이데올로기에 뒤엉킨 삶들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특유의 사실적이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려냈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원시별』은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세 청년을 통해 어둠 속에 갇힌 꿈이 어떻게 밤을 뚫고 빛을 이어가는지 처연하게 그려낸다.

『원시별』은 회피하고 싶은 비극적 역사를 오히려 품 안으로 끌고 들어와 더욱 속속들이 들추어낸다. 서투른 꿈과 갓 피우기 시작한 사랑을 전쟁의 격랑 속으로 파묻어야 했던 인물들은 이제 스물을 넘긴 청년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가기 좋은 산책로쯤으로 알려진 연희동 궁동산 일대가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곳에서 벌어진 ‘연희고지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탈환의 최전선이었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서사는 인간의 의지와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을 것 같은 역사의 파도를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그 파도 속에서 세 명의 청년은 어둠 아래로 사라지면서도 결국에는 작은 빛 하나를 띄운다. 작가는 언제나 삶은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전쟁의 포성이 멎고 70년이 흐른 2020년대. 젊은이들이 사랑을 포기할 정도로 세상은 팍팍하다. 사회 전반에 각자도생의 살풍경이 넘실댄다. 그해 가을, 한국전쟁의 까만 어둠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는 연가(戀歌)일 수도 비가(悲歌)일 수도 있다. 그 사랑의 기쁨 또는 사랑의 슬픔에서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빛을 찾았다. 한탄강 남쪽도 북쪽도 밤이 깊어서일까, 아주 작은 빛이 찬란히 다가왔다.”

-「작가의 말」 중에서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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