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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2023년 여름호, 182호)
녹색평론(2023년 여름호, 182호)
  • 김재호
  • 승인 2023.06.07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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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편집부 | 녹색평론사 | 264쪽

생태주의 인문 잡지 《녹색평론》을 다시 선보인다. 2021년 11월, 창간 30년 만에 잠시 멈춤을 선언한 지 1년 반 만이다. 발행주기를 격월간에서 계간으로 변경하고, 대신 각 호마다 더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선보이려 한다. 책의 장정과 편집 디자인도 오늘의 독자들이 좀더 읽기 쉽게 변경하였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지향해온 문제의식은 변함없다. 오늘의 지구를 병들게 한 산업문명의 어둠을 직시하고 인류의 존재방식을 근본에서부터 고민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문명을 대체할 생태문명과 인류의 연대이다. 《녹색평론》은 앞으로도 지구와 인류가 공생할 수 있는 대안적인 문명에 대한 물음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이번 182호는 우크라이나전쟁과 미중 신냉전의 근본 원인과 전쟁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기후변화 대책 관련 국내외 현황과 윤석열 정부 환경정책, 생태주의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농사와 자급에 대한 글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아울러 이영광, 이설야 시인의 신작 시와 다섯 편의 단행본 리뷰를 접할 수 있다.

다시 시작하는 30년 ― 대지의 평화를 위하여

생태주의 인문 잡지 《녹색평론》을 다시 선보인다. 2021년 11월, 창간 30년 만에 잠시 멈춤을 선언한 지 1년 반 만이다. 그간 격월간이던 발행주기를 계간으로 변경하는 대신 각 호마다 더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선보이려 한다. 책의 장정과 편집 디자인도 다시 손봐 오늘의 독자들이 좀더 읽기 쉽게 하였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지향해온 문제의식은 변함없다. 오늘의 지구를 병들게 한 산업문명을 지양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고민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지구 생태계 전체에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주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은 환경보전에 역행하는 산업정책에 가깝다. 근년 들어 점차 심각해지는 이상기후를 피부로 겪으며, 기후위기 극복 방안이 필요하다는 세계적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그러나 ‘기온상승 1.5도 제한’이라는 해결책은 표피적일 뿐이며, 세계자본은 이를 또다른 산업생산 기회로 연결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교체하고 ‘지속가능한’(계속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인류의 미래는 나아질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인 산업문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지금의 문제는 또다른 문제로 대체될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산업문명을 대체할 생태문명과 인류의 연대이다. 《녹색평론》은 앞으로도 지구와 인류가 공생할 수 있는 대안적인 문명에 대한 물음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1991년 11월, 《녹색평론》 창간사에서 밝힌 김종철 전 발행인의 선언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이 생태학적 재난은 결국 인간이 진보와 발전의 이름 밑에서 이룩해온 이른바 문명, 그중에서도 특히 서구적 산업문명에 내재한 논리의 필연적인 결과로서의 사회적, 인간적, 자연적 위기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사람이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지구상에서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올바른 방식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하는 진실로 심오한 철학적 종교적 문제에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신냉전 시대

1년 4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은 전 세계 생태계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으며, 미중 신냉전은 동아시아를 둘러싸고 새로운 긴장과 역학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이러한 국제분쟁의 근본원인을 짚고, 지구생태계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보았다.

한승동(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은 푸틴이 ‘조국방위전쟁’ 논리를 내세워 일으킨 우크라이나전쟁의 내재적 요인을 르상티망(분노, 원망) 개념을 통해 분석한다. 1차대전 후 독일의 패자로서의 고통과 원망이 2차대전을 촉발했듯이, 냉전 종식 이후 승자 미국의 새로운 체제 구축 실패는 후발자인 중국과 러시아의 미국에 대한 원망과 도전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남문희(전 〈시사IN〉 기자)는 지난해 발표된 미국과 일본의 전략문서와 지난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워싱턴 방문 기간에 발표된 ‘워싱턴 선언’을 분석함으로써, 미국의 대중 신냉전이 본격화되었음을 선언한다. 두 필자는 냉전시대처럼 남북한이 양 강대국을 대신하여 최전선에서 복무하게 되는 사태를 우려하며,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배보람(녹색전환연구소 운영실장)은 전쟁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군대가 하나의 국가라면, 세계 4위의 탄소배출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저널리스트 조슈아 프랭크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핵재앙 가능성을 지적한다. 양국 간 교전지역 내에는 체르노빌 원전 외에도 15기가량의 원전이 존재한다. 직접 포격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사고로 핵재앙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스티브 준스(샌프란시스코대학 교수)는 전쟁에 대한 비폭력 저항의 가치를 역설한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정권을 세운 힘은 대부분 무력이 아닌 비폭력 저항이었으며, 이러한 비폭력 저항의 힘은 반정부 운동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군사행동에 있어서도 유효함이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탄소가 아닌 세계관의 문제

세계기상기구(WMO)는 5월 17일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2027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에 도달할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밝혔다. 날이 갈수록 앞당겨지는 파국의 시나리오 앞에서 정부의 환경정책은 거꾸로 후퇴하는 중이다. 정규석(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부나 국토부의 이중대로 전락한 환경부의 실정(失政)을 탄소중립 관련 정부계획, 4대강사업 등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지적한다.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2015년 파리협정 합의대로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각국의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윤석열 정부의 경우 계획과 정책 모두 이에 부합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5도 이내면 괜찮은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이미 위기상황임을 깨닫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우일(천주교제주교구 주교)은 난개발과 해군기지 건설로 평화로움을 잃어가는 제주를 바라보며, 무제한의 ‘성장신앙’에서 벗어나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지 않으면 인류가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홀거 하이데(독일 브레멘대학 명예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파괴와 오염의 부국에서 빈국으로의 이전 현상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자본주의를 극복한 국제적 연대를 제시한다. 정형철(교사, 과학기술 칼럼니스트)은 기후위기 문제를 아프리카 여성의 관점에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개미와 베짱이〉를 소개하며, 기후변화의 여파가 어째서 가난한 나라, 여성 등 약자에게 더 심각할 수밖에 없는지를 풀어낸다. 이에 대한 대안은 홀거 하이데 교수의 지적처럼 국제적 연대가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3년이 남긴 것

정부는 5월 11일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주의’로 완화하고 실질적으로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했다. 그간 우리의 코로나 대응은 어떠했는가? 《녹색평론》은 이번호부터 4회에 걸쳐 코로나19가 남긴 과제들을 정리?분석한다.

정형준(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K-방역의 이면에 있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실정(失政)을 지적한다.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코로나에 대처하였으나, 막상 공적 투자는 병행하지 않아 공공의료 기능이 크게 망가진 데 비해, 민간의료기관은 손실보상금과 원격의료 허용으로 크게 이득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는 의료의 지역화와 평등의료를 들 수 있다. 박병상(60+기후행동 상임공동대표)은 코로나19의 근본원인으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현대문명과 기술의 남용을 지적하고, 더 늦기 전에 ‘다른’ 사회를 대안으로 상상해볼 것을 제안한다.

농사와 자급을 다시 생각하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전세계적 농작물 가격 폭등을 일으키며, 세계경제와 건강에 큰 위기를 불러왔다. 이는 농업과 자급자족의 가치에 대한 재고로 이어져야 마땅하건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농촌의 복원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승수(농촌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복간호 첫 대담을 통해 농촌에 대한 산업자본의 침투와 이에 대한 정치인들의 공모, 그리고 도시인들의 무관심을 지적한다. 농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읍면 자치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심각한 실존적 위험에 처할 것이라 우려한다.

데이비드 오르(오벌린대학 환경학 교수)는 인류의 삶과 터전을 망가뜨리는 산업주의의 대안으로 농본주의를 들고, 산업화 이후 새로운 농본주의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상과 조건들을 탐구한다. 전통농업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변현단(토종씨드림 대표)은 자급생활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녹색평론》은 현대 산업자본주의체제의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자급’을 주제로, 이번호를 시작으로 다양한 필자들의 관점과 경험을 소개할 예정이다.

다양한 시선들

고세훈(고려대 명예교수)은 ‘자유주의의 내부비판자’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사상에 관해 반세기 넘게 깊은 통찰을 제시해온 철학자 찰스 테일러의 관점을 중심으로 자유주의적 사고의 인식론적?정치적 한계와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이영광 시인은 〈문어〉와 〈강〉, 이설야 시인은 〈크리올 돼지들〉, 〈수면내시경〉, 각각 두 편의 신작 시를 선보였다.

이상헌(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은 박용남의 《기적의 도시 메데진》을 통해, 좋은 도시에 필요한 조건들을 탐색한다. 이희경(나이듦연구소 소장)은 송병기의 《각자도사 사회》를 리뷰하며, 고령화사회, 1인가족사회 속 노인 돌봄의 현실과 문제를 진단한다. 조성환(원광대 HK교수)은 동학 연구자에 의한 최초의 최시형 평전이자 포괄적인 동학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성주현의 《해월 최시형 평전》을 소개한다. 조미성(모심과살림연구소 사무국장)은 윤지로의 《탄소로운 식탁》을 읽고, 기후위기의 돌파구로서 농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장석준(산현재 기획위원)은 필 존스의 《노동자 없는 노동》을 통해 AI의 발전 뒤에 가려진 남반구 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 이른바 ‘미세노동’을 추적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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