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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대책없는 자율화…강사료 현실화 요원
후속 대책없는 자율화…강사료 현실화 요원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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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18:06:35
교육부가 제도는 자율화하면서도 재정권은 틀어쥐고 있어 국립대들이 강사료 현실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자율화 조치의 일환으로 국·공립대학의 강사료를 일괄적으로 규정해 온 훈령을 폐지하고 대학마다 학칙으로 정하도록 자율화했다. 그러나 정작 이에 필요한 추가재원 확보나 예산전용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기대됐던 국립대의 강사료의 현실화가 난망한 상태다. 오히려 각 대학들은 강사료 자율화 조치를 예산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악용하면서 전임교수의 강의시간을 늘리고 대형강의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개선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자율화에 따른 대학들의 이러한 조치는 예산으로 잡혀있는 강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립대들의 항변이다. 한동설 목포대 교무처장(화학과)은 “현재 학기마다 2백50명의 강사에게 강의를 맡기고 있는데 책정된 예산은 2백명 분도 안 된다”며 “시간강사들의 강사료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해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대학의 살림살이도 빠듯한 형편이어서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고 털어놓았다.
전남대, 부산대 등 규모가 큰 국립대 관계자들도 강사료가 자율화되긴 했지만 인상하기는 힘들며 오히려 줄여야 할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교육부의 강사료 지급규정을 그대로 따랐지만 앞으로는 교수의 초과강의료 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시간강사를 줄여야할 형편이다”고 말했다. 결국 국립대들은 강사료 자율화 조치가 오히려 예산전용을 막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 서둘러 강사료 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형편이 이러하다 보니 부경대와 서울대 등은 해마다 10억원에서 20억원까지 부족한 강사료를 기성회비에서 보충해 왔다. 이와 관련 지역국립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예산지원도 없이 강사료를 자율화한 것은 그 부담을 대학으로 떠넘기려는 조치”라고 질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국립대들은 강사료 현실화 보다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들이 강사료를 절감하는 손쉬운 방법은 전임교수들의 강의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이는 기성회계의 규모가 작고 교수확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발 국립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군산대에서는 이번 2학기 전임교수의 평균 강의시간이 지난 1학기에 비해 늘였으며, 목포대 등 여타 후발국립대들도 전임교수의 강의시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국립대들이 이 같은 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시간강사의 경우 매 시간마다 2만3천원의 강사료와 4천원의 연구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강사료 선정 자율화에 따라 전임교수가 9시간 이상을 강의할 경우 6천원의 초과강사료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대학들은 대형강의 신설, 교과과정 축소 등으로 강사료 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중이다. 공주대의 경우 2001년부터 졸업에 필요한 1백40학점의 교과과정을 1백30학점으로 줄여 강사료를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결국 강사료 자율화 조치로 현실화가 기대됐던 대학강사의 강사료는 오히려 재정절감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곧 강사료의 책정권은 대학으로 위임하면서 예산권은 정책당국이 그대로 틀어지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국립대들은 “강사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증액과 함께 자율적 사용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손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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