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1:00 (금)
[진단] 전문대 교수 연구비수혜의 현주소
[진단] 전문대 교수 연구비수혜의 현주소
  • 김미선 기자
  • 승인 2001.08.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8-14 11:13:14

경인여대의 이 아무개 교수는 학교에 연구비 지원을 요구했다가 “전문대 교수는 연구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으로도 충분히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학교 관계자의 설명에는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
전문대 교수에게는 흔히 연구보다는 교육이 우선시된다. 여기에 4년제 교수의 연구성과를 더 신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전문대 교수들에게 맥빠지는 일이다.
전문대 교수가 받고 있는 연구비의 수혜 현황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학술진흥재단의 2000년도 연구비지원내역 중 전문대 교수가 받는 액수는 4억6천만원정도로 1.2%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4년제 교수가 받는 연구비는 약3백80억원으로 98%를 차지한다. 자유공모과제의 경우 96년과 97년의 수혜율이 각각 13%, 14.5%였다. 그러나 98년 2%, 99년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비록 4년제 교수의 숫자가 4배 정도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 정도의 미미한 연구비 수혜는 전문대 교수의 연구의욕을 꺾는 객관적인 지표가 된다.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수혜율이 98년부터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96년에 별도로 진행되어 온 전문대 교수 지원과제가 2년만에 폐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학술진흥재단은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하고 있는 전문대 교수들의 연구기회를 확대해 4년제 대학과의 균형적인 학문발전 여건을 조성하고자 전문대 지원을 별도로 운영했었다. 박기태 정책팀장은 “98년부터 연구비 지원정책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자유경쟁으로 전환됐다. 기존의 나눠주기식 지원은 그 성과가 없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수월성 높이기 위해 자유경쟁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자유경쟁이후 전문대 교수들의 연구비 수혜율은 급격히 하락했으며, 연구비 신청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전문대 교수들은 교육의 목표와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4년제 교수들과 똑같이 경쟁을 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한다. 자유경쟁을 통해서는 당연히 4년제 교수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항변의 요지. 김호동 동양공업전문대 교수(공장자동화과)는 “비록 박사학위 소지자가 증가했다고 해도 연구환경과 그 목적이 다른 상태에서 조건을 똑같이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김교수의 주장은 전문대 교육의 목표와 방법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준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대 교수가 교외연구비로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학술진흥재단의 지원 실태가 이처럼 열악한 것과 아울러 교내연구비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또한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없다는 것도 전문대 교수들의 연구환경을 더욱 어렵게 한다.
차갑부 명지전문대 교수(사회교육과)는 “교수의 기본적인 역할은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라며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만큼 전문대 교수들도 현장에서 필요한 연구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교수의 말대로 전문대 교수 역시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으면 교수의 본분을 제대로 수행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김미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