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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이상대학을 구상한다 ① - 교수임용제도
[연재기획] 이상대학을 구상한다 ① - 교수임용제도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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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11:16:46
진리를 찾아가고 과학적 탐구를 하는 대학이라고 해서 그 운영방식과 관행이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대학의 운영관행과 제도적 장치들은 또한 교수의 주된 임무인 교육, 연구, 봉사를 수행하는 것에 빛을 발하게 할 수도, 옥죌 수도 있다. 이점에서 개혁을 통해 새로운 운영모델을 찾고 있는 일부 대학의 움직임은 하나의 실험을 넘어 우리대학의 성숙과 진보를 위한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신문은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아직까지는 정답이 아닐지라도, 가장 이상적인 대학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대학의 모습을 찾아본다.

 

올해 전북 임실군에서 문을 연 한국예원대의 법인 이사장과 그의 처남인 대학의 기획조정처장이 지난 8월 임용비리로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대학의 개교를 앞두고 임용지원자 37명으로부터 한사람 당 1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씩을 받고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단 임용비리는 한국예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교육부가 내놓은 ‘1999년 감사백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에도 전국의 대학에서 총장과 교수 등 28명이 교수임용과 관련된 부정으로 징계를 받았다.
교수임용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불공정 유형은 금품으로 교수직을 사고 파는 행위이다. 이러한 비리행위는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비수도권 지역의 신설대학, 중소규모 대학, 전문대에서 많이 벌어진다. 이는 법인이나 특정인의 축재뿐만 아니라 기부금, 학교발전기금의 형태로, 임용 후 일정기간동안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대학 전체 차원에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보다 뿌리깊고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고질적인 병폐는 ‘내사람 심기’. 이는 오히려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대학에서 주로 지적되는 사항이다. 이와 관련 이정민 서울대 교수(언어학과)는 “같은 학과에서도 세부분야로 갈리면 자기제자를 끌어들이려고 애쓴다. 이미 파벌이 형성된 학과 교수들이 담합을 하면 규정 틀 속에서도 얼마든지 자기사람 뽑기가 가능하다”며 제도정비 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학과 교수들의 ‘내사람 심기’를 막기위해 일부대학에서는 임용심사에서 학과교수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동아대, 청주대 등 몇몇 사학에서는 최근 학교당국의 결정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임용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 경우 학문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그 결과 일부 대학에서는 학과교수와 학교당국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신규임용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불공정한 교수임용사례를 접수해 대학당국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교수공정임용을 위한 모임(이하 교공임)이 몇 년 전 ‘교수임용을 공정하게 시행하고 있는 대학’을 선정한바 있다. 그러나 이후 해당대학의 교수들로부터 “밖으로 보이는 제도는 공정하지만 실제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제보에 낭패를 겪었다.
결국 교수임용의 관건은 공정한 룰을 만드는 학교당국과 전문성을 가진 학과 교수들의 균형으로 모아진다. 이에 대해 교공임의 장정현 간사는 “학과교수들의 ‘내사람 심기’ 관행을 학교당국이 막을 수 있는 권한, 학교당국이나 법인이 함량미달의 교수를 뽑는 것을 교수들이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공임은 전국교수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와 각 대학의 불공정 사례에 근거해 교수임용에 있어 ‘심사과정 및 결과 공개’, ‘쿼터제 도입’, ‘교수임용 특별기구 설치’, ‘업적중심의 평가’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손혁기 기자>

 

신임교수 이렇게 임용 한다

 

순천대 - 이의신청 기간제

순천대는 지난해 하반기 교수신규임용에서부터 최종합격자 발표 후 한달 동안 지원자들에게 심사자료와 결과 일체를 공개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임용에 탈락된 지원자 10명이 심사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열람했으나 이의신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양원옥 교무처장(영어교육과)은 “‘이의 신청제’ 도입에 따라 교수들이 평가에서 점수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구체적으로 들고 있어 시비 거리가 없어졌다”며 “투명한 과정이 공정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순천대는 98년 교수임용과 관련한 비리로 당시 총장이 구속되고 교수가 임용취소 되는 홍역을 겪은 이후 교수 임용제도를 개선해 이제는 임용에서 탈락한 사람들도 투명성을 인정할 정도로 교수채용과 관련한 잡음이 없어졌다. 양 처장은 “지방대학이라고 해서 이미 사람이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폐단이 없어졌다”며 “공정한 임용과정이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대는 현재 학과마다 연고, 인맥과 관계없이 우수한 교수들이 임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하대 - 전문성과 공정성의 균형

인하대는 신임교수 충원계획이 생기면 공고에 앞서 그 분야의 ‘평가세부기준’을 먼저 마련한다. 그리고 이를 초빙광고와 동시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이후 지원자에 대한 평가는 ‘전공심사위원회 - 학부채용심사교수회 - 대학채용심사위원회 - 본부인사위원회’ 등 4단계를 통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연구와 강의 능력 등 전문성이 담보돼야 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학과교수들에게 맡겨진다. 전공 및 학부심사과정에서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 것을 전통으로 자랑하고 있다. 학과의 권한이 강해지면서 우려되는 것은 일부 학과의 ‘내사람 심기’. 이에 대해 인하대는 평가기준을 항목별로 정량화해 특정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이후 ‘대학채용심사위’, ‘본부인사위’에서 평가의 공정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균형을 이뤄가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수임용 제도는 지난 1994년부터 해마다 수정, 보완돼 왔다. 진인주 교무처장(고분자공학)은 “제도의 완벽함보다는 주관하는 관련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제도가 사람을 앞서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인하대는 채용에 관련된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제적인 공개를 통해 대학사회로부터 그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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