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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교수 재임용 탈락건 고등법원 각하처분
김민수 교수 재임용 탈락건 고등법원 각하처분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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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11:26:24

‘법은 과연 무죄인가.’ 소장학자를 옥죄 온 재임용 탈락의 누명은 두 번째 법정싸움에선 벗겨지지 않았다. 1심에서 “근거없는 재임용 탈락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 승소했던 김민수 전 서울대 교수가 항소심에서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특별11부(재판장 우의형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서울대가 낸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재임용 탈락 처분은 계약기간 만료에 불과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처분을 내려 1심 판결을 뒤집고 서울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의 판결 요지는 재임용 탈락을 임기만료 처분으로 보아온 판례로 보아 “임용권자가 기간만료 교원을 재임용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여러 모로 석연치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반응이다. 재판과정에서 김 교수의 연구실적에 대한 서울대 미대 교수들의 심사보고서가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음에도 이에 대한 심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가 제출한 18편의 연구실적심사보고서에 대한 감정결과, 고의적으로 평가절하한 흔적이 여러군데서 발견됐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국어국문학과)와 성완경 인하대 교수(미술교육과)는 감정결과서에서 심사보고서에 대해 “97년에 출간된 책이 어떻게 21세기 디자인문화를 다룰 수 있느냐”, “대부분의 참고문헌이 외국서적으로 사대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등 학술적 평가의 객관성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두 교수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있지도 않은 연구실적에 대한 평가도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것. 성완경 교수는 감정서를 통해 “‘21세기 디자인 문화 탐사’는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책인데, 모 심사위원은 있지도 않은 5장에 대한 허위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곧 저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은 것으로 심사위원으로서의 기본자질을 의심케 해 정상적인 심사보고서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에서 심각한 흠집이 발견됐는데도 재판부는 내용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로지 형식적 법 논리를 적용해 김 교수의 사건을 여느 재임용 탈락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치부했던 것이다. 적잖게 기대를 걸었던 김 교수의 복직대책위 소속 교수들은 이번 판결이 이해할 수 없는 처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안길찬 기자>

 

김민수 교수와의 일문일답
“상식이하 처분, 대법원 상고 계획”

△고등법원이 각하처분을 내렸는데.
“1심에서 내용심리까지 거친 사건에 대해 각하처분을 내린 것은 법 상식을 의심케 한다. 더구나 지난 몇 달 동안 내용심리를 위해 실적물에 대한 감정서까지 요청해온 재판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더욱이 8월17일 재판부가 변경된 이후 2주만에 일사불란하게 심리가 진행된 점은 의혹으로 남는다”

△실적물에 대한 심사결과의 문제점은.

“‘국립’ 서울대의 평가잣대가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점점 명백해 지고 있는 것이라 본다. 그런 점에서 재판에 임하면서 속은 오히려 편하다. 법정공방이 길어질수록 상처를 입는 것은 오히려 대학이기 때문이다. 제출하지도 않은 실적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는 점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을 뿐이다.”

△많은 교수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1심의 승소판결이후 많은 교수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아마도 이 싸움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번에 내용심리가 이뤄졌다면 좀 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은 남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물론 대법원에 상고를 할 것이다. 절차적인 면에서 명백한 문제점이 발견됐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이 싸움이 대학이 합리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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