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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절반, 올 한 해 기뻤던 일 "없다"
응답자 절반, 올 한 해 기뻤던 일 "없다"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6.12.1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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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기쁜일, 안타까운 일들

[기쁜일] 반기문 UN총장 당선 반겨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수의 절반(50.0%)은 올 한해 기뻤던 일이 ‘없다’고 대답하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아 우울했던 2006년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장택원 대구가톨릭대 교수(언론광고학)는 “특별히 기뻤던 것을 발견하기 힘든, 보편적인 희망을 볼 수 없었던 한 해”였다고 답변했다.

“굳이 찾은” 기쁜 일 중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반기문 前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21.2%)이었다. 1948년 UN 감시 하 총선거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해 UN으로부터 도움만 받아왔던 한국이 UN을 이끄는 首長을 배출한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김영구 한국해양대 교수(법학)는 “개인적인 품성과 능력이 UN사무총장 발탁의 중요한 요인이었으나,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국가적 위상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했을 때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지구촌 사회에 대한 미래 한국의 개입통로”,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수출 3천억 달러’(8.7%)는 체감경제가 영하의 온도를 나타내는 가운데 달성된 것이어서 더욱 위안이 되는 소식이었다.

최용록 인하대 교수(무역학)는 “중국의 급부상에 의한 반사적 이익도 있지만 무엇보다 IT로 대표되는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세계시장을 주도함으로써 수출기업들이 그나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학)는 “세계 선진 통상대국이 된 것을 바탕으로 질적인 삶의 수준에 있어서도 선진국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 야구의 선전(3.4%),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약진을 거듭하며 한국 문화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점(1.9%), 하인스 워드의 행보(1.9%) 역시 2006년에 기쁜 일로 손꼽혔다. 

 

[안타까운 일] ‘북한 핵실험’에 절망

교수들은 2006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로 ‘북한 핵실험’(23.1%)을 꼽았다. 어렵게 일구어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간단히 깨지면서 동아시아 핵 확산 위기가 도래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남한 역시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임에도 북한과 미국의 대립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교수들은 절망했다.

김성룡 호서대 교수(국문학)는 “북한이든 미국이든 어디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동시에 그런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해야 하는 데 대해 분개를 느꼈다”고 말한다.

‘부동산 정책실패’(18.3%)도 기억하기 싫은 사건이다. 유임하 한국체대 교수(국문학)는 “정부와 지자체·건설회사·보수언론과 일부 지식인층 등의 건설족이 사회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맹문재 안양대 교수(국문학)는 “집 없는 서민들의 희망이 사라진 것은 물론 예측 가능성에 따른 계획, 근면, 성실, 저축 등의 사회가치가 투기와 한탕주의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황우석 前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7.7%) 역시 안타까운 사건. 교수들은 불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과학자가 사기꾼이 된 상황이 가슴 아프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현 부산대 교수(기계공학)는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사회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정신적 파장을 고려하면 무척 불행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위기’(6.7%)도 도마에 올랐다. 이유야 어떻든 잇단 정책 실패로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진보세력의 위기로 연결돼 사회전반적인 이념적 불균형성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미 FTA 졸속 추진’(5.3%)에 이르러서는 절망감을 표하는 교수가 많았다. 김시천 호서대 교수(철학)는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이 절실한 문제인데 정권의 고립 때문에 소통이 잘 안되어 누군가 피해를 보게 되도록 진행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민선 기자 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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