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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 직종과 비교해 보니…
他 직종과 비교해 보니…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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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비로도 부족하다” 하소연할 만큼 얇은 월급봉투
최 아무개(40세)교수는 2년 전 38살에 ㅈ대학 조교수로 입직했다. 초임 연봉은 3천5백60만원 정도. 생각하기에 따라 이것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아카데미의 안쪽에서 생각한다면, 학자가 ‘돈’의 크기에 눈높이를 맞출 수는 없는 일. 최 교수는 교수 입직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만난 고교 동창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가계’ 문제로 화두를 옮겼다. 당시 정부출연은행 고참 대리인 친구는 대략 연봉 5천 수준이라고 귀띔해줬다.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과연, 한국 대학 교수의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흔히들 미국이나 외국 대학 교수의 연봉을 비교 잣대로 떠올리지만, 어디까지나 남의 지갑 사이즈 확인일 뿐이다. 그렇다면 같은 교수들끼리 비교하면 어떨까. 그것도 단순치 않다. 서울대 교수로 살아가는 것은 처음부터 ‘돈의 크기’에 시선을 맞춘 선택이 아니잖은가. 이 점에서 대학별 교수 연봉이 적정 수준인가의 판단은 다른 전문직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조심스럽게 접근해볼 만하다.

인터넷 연봉 포탈사이트 ‘페이오픈’(www.payopen. co.kr)은 현재 1만여 직업군 종사자들의 연봉을 업종과 재직기간, 나이에 따라 구분해 공개하고 있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이를 통해 재직기간별 교수 연봉을 가늠해 보면, 교수 연봉 수준은 척박한 현실에서 벗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신문이 입수한 61개 사립대의 재직 연수별 평균 연봉은 초임 3천2백28만원, 5년차 3천8백82만원, 10년차 4천4백75만원, 15년차 5천93만원, 20년차 5천6백76만원, 25년차 6천2백10만원, 30년차 6천4백95만원이다. 반면 21개 국립대의 평균연봉은 초임 2천6백78만원, 5년차 3천2백66만원, 10년차 3천7백85만원, 15년차 4천3백39만원, 20년차 4천7백78만원, 25년차 5천1백44만원, 30년차 5천4백25만원 순이다.

교수직에 처음 입직하는 나이는 학문분야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30대 중·후반이다. 박사 적체가 심화되면서 임용시기는 40대 초반까지 연장되는 추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 곧바로 취업이 됐다면 30대 후반은 기업에서 통상 과장에서 차장직급에 오르는 나이다. 이 때 교수들이 대학에 자리잡으면서 받은 연봉이 사립대가 평균 3천2백만원, 국립대가 2천6백만원인 반면, 기업의 과장들은 적게는 4천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페이오픈’의 자료에 따르면 입직 10년차 LG건설과 하나은행 과장이 5천5백만원, 대신증권 과장이 4천1백만원을 받고 있다. .
교수의 연봉을 생산직이 아닌 전문직종과 비교할 경우 그 수준은 더욱 초라해진다. 개업 5년차 치과 의사가 6천만원, 삼성SDS 차장 5천5백만원, 삼성경제연구소 과장 5천만원, 문화방송 사원 4천5백만원, 한의원 4천8백만원으로 교수와 같은 연배라도 적어도 1천만원 이상 격차가 생긴다.

입직 10년차의 경우 삼일회계법인 부장이 6천만원, 천지세무법인 전문직 종사자 7천만원, 중앙일보사 전문직이 6천만원을 받고 있다. 직급상 차장·부장 정도면 통상 40대 초에서 중후반으로, 교수의 경우 재직 연수 5~10년 사이에 걸치게 된다. 이 때 국립대 교수의 연봉은 통상 3천2백~3천7백만원, 사립대는 3천8백~4천4백만원 정도다.

이 결과를 놓고 본다면 재직기간별 교수연봉은 전문 직종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교수들이 강단에 서기까지의 과정에서 들여야 했던 물적 대가, 예컨대 유학·박사학위 코스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나이로 따지면 50세에 가까운 재직 10년차 교수의 연봉이 일부 대학에 2천8백만원밖에 되지 않고, 60세에 가까운 20년차 교수의 연봉이 5천만원에 불과한 엄연한 현실은 일부 교수들의 “생계조차 꾸려가기 힘들다”는 항변이 앓는 소리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교수들의 연봉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푸념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의 한 과장(38세)은 “평균적으로 볼 때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낮은 것도 아니다”고 귀띔한다. 대체로 교수 연봉은 정년에 가까워질수록 다른 직종에 비해 상승폭이 높아진다. 또한 교수로서 갖는 ‘자율성’과, 안식년이나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방학’은 결코 금전으로 환원되지 않는 무형의 가치일뿐 아니라, 가외적 수입의 가능성까지 따진다면 ‘돈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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