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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총장 ‘고집’에 숭실호 침몰위기
어총장 ‘고집’에 숭실호 침몰위기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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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7 11:48:41
어윤배 총장의 연임문제를 두고 파행을 거듭해 온 숭실대 분규사태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달 말까지 대학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신입생 모집은 물론 재학생들의 졸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학교 존립의 위기감마저 일고 있다.

분규가 장기화되면서 숭실대는 학사일정을 정상화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2학기 들어 학생들의 집단 수업거부와 교수들의 농성이 거듭되면서 남은 일정상 수업일수를 채우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분규가 이달말까지 지속될 경우 10월말로 연기한 수시모집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학생들의 집단유급까지도 필할 수 없게 된다. 10달째 학사행정이 마비되면서 최근 들어 학생들의 휴학원 제출도 줄을 잇고 있다.

대학이 이렇듯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지만 어 총장의 퇴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 어 총장은 사퇴 번복 이후 또 다시 ‘선 정상화’ 원칙만 되풀이해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법인에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려 했던 교수협의회(회장 김홍진 독어독문학과)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법인이사회 결정을 지켜보기로 하고 사직서 제출을 일단 유보했다. 교협 소속 1백17명 교수들은 어 총장의 사퇴 번복과 학내 분쟁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법인의 태도에 반발해 지난 5일 집단 사직서를 작성했지만 제출하지는 않았다.

여러 정황상 숭실대 분규사태는 이 달 말로 예정된 법인이사회의 어 총장 사표 수리 여부를 놓고 가장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인이 어떤 방식으로든 어 총장을 퇴진시킬 경우 정상화의 가닥은 의외로 쉽게 풀리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행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공은 법인이사회에 쥐고 있는 셈이다. 교수협의회측은 지난달 17일 작성된 합의문을 토대로 “법인이사회가 약속대로 어 총장을 해임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어 총장은 최근 교수들에게 전달한 메시지에서 “분규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면 그 즉시 후임총장 선임을 법인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총장직에 연연하는 한 사람의 협량한 행태로 인해 지금 숭실대는 건학이후 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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